우리는 타인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바쁘다는 이유로 쉽게 지나치곤 한다. 그러나 타인을 향한 사회적 무관심이 높아질수록 관심이 필요한 우리 사회의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번 사회부 기획에서는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2가에 위치한 중앙공원을 찾아가 사회 속에 소외되거나 관심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사람이 그리운 노인들의 쉼터, 중앙공원
청주 중앙공원은 이름 그대로 청주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지만 드넓은 광장을 떠올렸던 기자의 기대만큼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앙공원에 모여 수많은 무리를 이룬 노인들을 보며 광활한 러시아의 붉은 광장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군중들을 연상할 수 있었다. 사실 젊음의 거리인 도심 번화가 한복판에 위치한 중앙공원은 노인들에게 단순한 공원 이상의 의미를 가진 교류와 소통의 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아니면 적어도 노인들에게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되고, 벽도 없는 실버타운의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본 후 벤치에 앉아 있던 노인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았다. 기관지가 안 좋아 바람을 쐬기 위해 중앙공원을 자주 온다는 김교성(청원군 미원면·80) 할아버지는 “동네에 팔십 노인네가 적어서인지 노인정에도 사람이 없어. 그래도 여기는 마땅히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많이 모여 있어 심심하지 않아 자주 오곤 하지”라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의 집에 종종 놀러가기도 하고 다방이나 대포집도 자주 간다고 했다. 중앙공원을 찾는 노인들은 대부분 화투, 윷놀이 등을 즐기지만 종종 내기를 하는 통에 경찰이 도박 단속을 위해 찾아 온 적도 있다고 한다.
김 할아버지는 중앙공원을 찾는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청주대나 시민단체에서 가끔 자선 공연을 하러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예전에 젊은 사람들의 공연을 매우 재밌게 봤었는데 요즘도 하는지는 모르겠어”라며 “그래도 가끔 100명도 훨씬 넘는 사람들이 음식받기 위해 줄을 서있는 것을 보면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는 사람들은 아직도 오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공원을 나온 노인들을 보며 “나도 손자나 외손자가 몇 있는데 이제 데리고 다니기에는 너무 컸지”라며 “요즘 사람들은 노인하고 잘 안 살고 싶어 하는데 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애들도 집에 잘 못 오게 해”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쉬움이 없다는 말이었지만 왠지 그의 말투에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오는 듯 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 카메라를 들고 공원을 휘젓고 다니는 기자에게 지나가던 변종선(영운동·82)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왔다. 이야기할 수 있고 사람구경도 하고 친구까지 사귈 수 있어 중앙공원이 좋다는 변 할아버지는 이곳에 오면 시간이 금방 간다고 말했다.
변 할아버지는 쉴 공간이나 볼거리가 없는 상당공원보다는 중앙공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중앙공원이 청주 시내 최고의 쉼터지. 수목도 갖추어져 있고 망선루가 생기면서 조경도 좋아졌고…” 청주 중앙공원은 지리적 장점으로 청주뿐만 아니라 인근 충북 지역의 노인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는 “이곳은 독거 노인이나 소외된 사람들도 많지만 사회 각계각층에 종사하다 은퇴한 노인들도 많이 만날 수 있지”라고 전했다.
중앙공원과 함께하는 사람들
중앙공원의 커피가 최고라는 한 노인의 추천에 따라 중앙공원에서 커피를 파는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커피나 율무차, 마차 등 노인들이 좋아하는 음료를 300원에 즉석에서 타 준다는 아주머니는 “노인분들이 부담 없이 쉽게 드실 수 있도록 싸게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며 기자임을 밝히자 아주머니는 대뜸 이곳의 아쉬운 점도 털어놓았다. “중앙공원의 일부 바닥은 시멘트 같은 것을 깔아놔 노인들이 넘어질 경우 다칠 수 있고 먼지도 많이 일어나 노인들의 기관지에 안 좋다”며 “시청에서 바닥을 새로 깔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불과 몇 년 전 경제가 좋을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중앙공원을 찾는 독지가나 자원봉사단체의 도움으로 노인 복지가 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워진 경제 사정 때문인지 요즘은 그런 분들을 보기 힘들어 아쉽다고 전했다.
중앙공원을 매일 찾는 손님은 노인뿐만이 아니다. 현재 상당경찰서 의경 소속이며 우리 학교 학생인 이 모(경영학부·07휴학) 씨는 최근 기온이 낮아져 동사 위험이 항상 있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공원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귀가시키기 위해 중앙공원에 야간 순찰을 자주 나온다고 했다.
깊은 사연과 함께 깊어간 중앙공원의 밤
오후 늦은 시간의 중앙공원은 추운 날씨 탓인지 활기찬 낮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썰렁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 곳에서도 역시 홀로 벤치를 지키고 있던 이종선(운천동·53)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씨에게 공원에 온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대뜸 경제가 문제라며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건축 경기가 좋지 않아 IMF때보다도 5배는 힘이 들어요. 물가는 오르는데 단가는 그대로고, 일도 있을 때보다 없을 때가 많고…” 공사장에서 약 25년간 벽돌 곰빵이(곰빵이: 공사 자재 운반공을 뜻하는 건축계 은어)를 해 온 이 씨는 자신이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일을 하기 위해 매일 나간다는 인력 센터에는 10명이 오면 거의 1명만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용역을 나가면 6만원을 받는데 그것도 회사에서 만원을 떼 갑니다. 요즘은 건축 경기가 안 좋다보니 철물점, 술집, 다방 같은 곳들도 연쇄적으로 다 안돼요”라고 한탄하듯 말했다.
그에게 양해를 구하며 가족 관계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씨는 어렵게 입을 떼며 “자식은 있지만 따로 살고 있습니다. 대신 거처는 비좁지만 여든을 넘기신 부모님께 자식 노릇하면서 사는 것이 제 자랑입니다”라고 답했다. 앞으로 건축경기가 좋아져 일도 하고 지병도 치료해서 건강도 지켰으면 좋겠다는 이 씨에게 건축계에서 은퇴하면 하고 싶은 일이 있냐고 물었다. “제가 일하기 힘든 나이가 되면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니까 테이프 장사를 하고 싶어요. 예전에 구입한 판도 많으니까…” 투박한 그의 말투에서 소박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이야기와 각기 다른 사연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은 사회의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이처럼 사회 속에서 소외돼 사람과의 대화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꼭 이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자신도 사실 자기도 모르게 점점 사회에서 소외되어 가고 있을지 모른다. 이번 사회부 기획을 통해 독자들도 사회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장동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