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는 1880년대 중반부터 세계 각국에서 간헐적이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왔다. 최근에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대공황시대의 금융위기와 마찬가지로 세계경제의 중심국가에서 발생하여 전세계로 급속히 파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례없이 심각한 것이다. 이 위기는 우리나라가 1997년 전후에 경험한 금융위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도가 높고 그 피해지역도 넓은 것으로 ‘금융 쓰나미’로 묘사되고 있다.
거품경제와 미국의 은행위기
금융위기의 성격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이 위기를 은행위기와 외환위기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은행위기(banking crisis)란 한 나라의 금융기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예금인출, 중도환매, 보험해약 등의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하고, 외환위기(foreign exchange crisis) 또는 통화위기(currency crisis)란 한 나라의 국제수지 적자나 그 나라의 통화가치의 급락 가능성으로 인해 그 나라의 순자본유출이 급증하여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대외결제까지 위험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가 아닌 은행위기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자국의 통화가 국제통화인 기축통화국으로서 외환준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이라면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경제규모도 작은 나라는 은행위기와 외환위기가 동시에 발행하는 동시위기(twin crises)에 직면할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에서 발발한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의 금융기관은 자금인출에 대비하여, 유동성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밖에서 주식, 증권, 부동산 등에 투자된 자금을 회수해 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자본이 미국으로 역류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었던 일부 나라에서는 급격한 자본순유출로 인해 자본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됨에 따라 외환위기에 직면할 위험성이 커졌다. 그뿐 아니라 미국으로의 자본역류에 따라 주가가 급락하고, 이자율이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한 나라에서는 거품경제 붕괴에 따른 은행위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세계 경제 강타, 미국발 금융위기
금융위기의 세계화는 세계경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은행위기에서 시작되었지만 미국으로의 급격한 자본역류와 자국 내의 거품경제로 인해 다른 많은 나라가 동시다발적으로 외환위기 또는 은행위기에까지 직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파급되는 것은 1990년대 이후의 세계경제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1990년대부터 세계의 금융이 급속히 자유화되고 세계화되면서 다른 산업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급성장하게 되었다. 즉 금리자유화, 금융겸업화 등의 금융규제 완화, 국가 간의 자본이동에 대한 제약이 사라지는 자본자유화, 국내외 주식 및 채권 투자 등에 대한 제한이 사라지는 증권시장의 개방이 급진전되었고, 국제금융자본의 단기화, 투기화 성향이 강화되고,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는 파생상품을 비롯한 각종 금융신상품이 IT 혁신을 배경으로 급증하게 되었다.
둘째, 미국이 국제수지의 만성적 적자를 달러 공급으로 보전함에 따라 국제유동성으로서 달러가 급증하는 가운데 1999년 탄생한 유로화 역시 국제유동성으로서, 공급이 급증함으로써 국제금융자본의 성장과 이동이 가속되었다.
셋째, 미국과 유럽은 전례없는 호황을 지속시키기 위해, 일본은 장기 불황 탈출을 위해 저금리정책을 지속하여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 거품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산업은 전례없는 황금기를 누렸으나, 현재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신뢰와 금융자본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금융 불안은 증폭되었다. 미국의 금융위기의 도화선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자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었다. 미국의 금리가 상승 추세로 돌아선 이후인 2007년부터 모기지 연체율과 주택압류율이 급증하면서 많은 모기지 업체가 파산하거나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모기지에 기초한 파생금융상품인 증권에 투자한 수많은 헤지펀드, 투자은행, 보험사, 은행 등이 큰 손실로 유동성 위기 또는 파산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마침내 미국의 중앙은행과 정부가 미국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전례없는 대규모의 구제금융을 확약하였으나 이 위기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액수의 구제금융으로 수습될 것인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위기가 세계화됨에 따라 이 세계적 금융위기는 모든 나라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수습되기 어렵게 되었다. 미국의 한 경제학자의 말처럼 미국의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됨으로써 미국이 금융세계화의 최대수혜자가 된 것이다.
위기보다 대응방식 주목해야
금융위기를 어떻게 수습하고, 이 위기가 수습되는 과정에 어떤 대가를 치러야 되는가는 나라의 사정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역사적 경험만으로도 대체적인 윤곽은 제시될 수 있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협력하여 구제금융으로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여 예금인출사태를 막은 다음 부실화된 금융기관을 정리해 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와 투자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신용경색으로 위축되어 경기침체가 심화될 것이다. 경기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가격, 임금의 하락이 발생하는 동시에 실업률도 증가하여 노동의 규율도 강화될 것이므로 기업의 이윤율은 점차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마침내 경기가 바닥을 친 다음에는 주가 회복을 신호로 투자가 회복되고 소비도 늘어남에 따라 비로소 경기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 것이다. 어떤 나라가 경기침체의 늪에서 먼저 빠져 나오고, 어떤 기업이 살아남아 성장하고, 어떤 계층이 가장 큰 희생을 치를 것인가는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는 위기 그 자체보다는 그 대응방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배영목
사회과학대학장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 교수








장동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