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 2월 25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고흥길 위원장은 문방위 전체 회의에서 쟁점 법안이었던 미디어 관련법을 직권 상정했다. 그러자 MBC 언론노조연합을 필두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프로그램 제작을 거부하며 파업에 들어갔고, 시민단체들도 반대 집회를 열어 미디어 관련법을 직권 상정한 것에 대해 취소를 요구했다. 이에 박근혜 전 대표는 100일 동안 직권 상정을 보류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았고 여당과 야당은 첨예한 대립 속에서 100일 동안 합의를 거치기로 하여 미디어 관련 법안 상정은 유보됐다. 여당은 ‘미디어 관련법이 방송 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수익 구조 창출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야당은 ‘대형 신문사와 대기업 자본에 의해 언론의 기능인 감시와 통제의 기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회부에서는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다른 나라의 언론 관계법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미디어 관련법이란 무엇인가

 미디어 관련법이란 방송법, 신문법,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디지털방송전환법, 정보통신망법, 저작권법 등 6개 법안을 정당이나 언론에서 편의상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미디어 관련법의 핵심 쟁점은 방송법과 IPTV법 그리고 신문법에 있다. 방송법과 IPTV법은 현재 방송 지분을 소유할 수 없는 대기업과 대형 신문사, 외국자본이 방송 지분을 일정 정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있으며, 신문법은 신문사가 방송을 겸영할 수 있으며 신문의 복수소유 금지 조항을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세부 사항으로는 과거 지상파방송 지분을 소유할 수 없었던 대기업 및 대형 신문사가 20%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있다. 또한 대기업과 신문사가 케이블 종합 편성 채널 및 보도 채널의 지분도 소유할 수 없었지만 종합 편성 채널은 30%, 보도 채널은 49%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외국자본은 케이블 종합 편성 채널과 보도 채널의 지분을 20%까지 소유하고 방송사 일대 주주 지분 소유도 기존 30%까지 가능하던 것을 49%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與) "세계화 따라야”, 야(野) "언론 기능 우선돼야”

 미디어 관련법 상정을 찬성하는 여당은 오늘날 방송 산업의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해 미디어 관련법 제정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의 미디어 산업이 경쟁력 강화 및 안정적 재원 확보를 통해 질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하지만 야당과 진보 성향의 시민 단체들은 방송은 공정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로 자본 종속화에 따른 여론 왜곡과 일부 보수 신문 및 대기업에 의한 여론 독과점 심화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또한 미디어 관련법 시행은 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OECD 국가 중 대기업의 방송 진입을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여당 측의 입장에 대해 야당은 2만 개 일자리 창출은 실질적이지 못하고 OECD 국가들이 신문ㆍ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최소한의 겸영만을 허용하는 ‘매체 교차소유권 규정’을 두는 등 언론 독과점을 막으려는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해외, 언론독과점 우려해 다양한 규제 만들어

 지난 1월 31일 리서치플러스에서는 전국 19살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신문ㆍ방송 겸영 허용 및 대기업의 공중파 방송과 보도 채널 소유에 관해 설문 조사자들은 ▲매우 찬성 6.1% ▲찬성하는 편 25.3% ▲반대하는 편 33.8% ▲매우 반대 23.9% ▲무응답 10. 8%의 수치를 나타냈다. 과반수를 넘는 57.7%의 국민이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반대하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청주대 신문방송학과 이효성 교수는 “언론은 수익 창출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여론 조성과 비판 및 감시의 기능을 위해 있다”며 “수익 창출을 하지 못하는 보도 채널에까지 대기업이 진출한다면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정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미디어 겸영이 세계화 추세 속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도 국민들과 충분한 논의나 여론 수렴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며 “충분한 논의와 세심한 규제 장치를 전제로 한 미디어 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역 케이블방송에 대해 겸영을 허용하고는 있으나 동일 지역 내에서 신문․방송의 겸영에 대해서는 언론 독과점을 우려해 금지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도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에 따라 방송사 소유 지분에 제한을 두고 있으며, 영국 역시 전국 시장 점유율이 20% 이상인 신문사에 대해서는 지방 및 전국 지상파방송 교차소유를 금지하는 등 언론 독과점을 대비하고 있다.

 언론을 흔히 감시견(watch dog)에 비유하곤 한다. 언론의 비판과 감시, 견제의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논란이 이는 미디어 관련법이 100일 동안 국민의 여론을 올바로 수렴해 상정된다면 언론의 제 기능과 산업적 측면의 발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