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소식이 각종 언론을 통해서 보도됐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집 근처에 있는 봉화산 부엉이 바위 위에서 새벽 6시 15분가량에 투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주장도 있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 나라를 이끌었던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 사회부 기획에서는 노 대통령의 서거를 기리기 위한 애도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노 대통령의 고향,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았다. 그곳에서 추모의 현장과 그곳을 찾은 추모객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조문 시 3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노무현 전 대통령(아래 노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에 찾아가고자 기자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노사모)에서 전세한 버스에 올랐다. 45인승 버스는 한 자리도 남김없이 추모객들로 채워졌다. 버스에 탑승한 추모객들의 모습은 진지했다. 같은 목적으로 버스에 오른 서로 다른 이들은 봉하 마을로 가는 도중 잠시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봉하마을 조문 버스를 전세한 노사모의 아이디 ‘남부희망지기’님은 “존경하던 노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떠나가신 지금 이 시점에서라도 그의 곁을 지키고자 버스를 전세해 함께 가기로 했다”라고 말해 동행한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어서 한 사람씩 자신을 소개하고 노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하는 시간이 계속됐다. 몇몇 추모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의 서거를 안타까워했고 또 몇몇은 경건하고 진지하게 노 대통령이 좋은 곳으로 가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시간이 흘러 봉하마을에 도착하자 곳곳에서 경찰들의 교통 지시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수많은 사람이 노 대통령의 분향소로 발길을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마을 곳곳에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현수막과 고인을 기리기 위한 노란 리본이 보였다. 버스에서 내린 기자는 노 대통령의 분향소로 향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관계자에게 하루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느냐고 묻자 “약 10만 명 이상이 옵니다”며 “조문을 한번 할 때마다 100여 명가량이 하는데도 조문을 하려면 3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된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와서 27일부터는 조문객 수를 세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빽빽하게 서 있던 조문객들의 행렬은 어림잡아 1km가량은 되는 듯했다.

 분향소에 도착한 기자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수많은 취재진과 노 대통령의 영상이 나오는 스크린이었다. 그 옆에는 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 대자보도 보였다. 대자보 앞에 계신 한 어르신께 말을 걸었다. 회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오셨다는 이상협(창원ㆍ60) 씨는 “훌륭하신 분께서 세상을 떠나게 돼 안타깝습니다. 정치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돌아가셨는데 좋은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고 이번 계기를 통해 분열된 국민이 하나로 화합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언론의 자유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이 씨와의 대화를 마치고 기자는 분향소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분향소에서는 조문이 계속되고 있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은 엄숙했고 몇몇 분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눈에 띄는 여성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노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서울에서 왔다는 정미정(서울시 노원구ㆍ41) 씨는 “참 가슴 아픈 소식입니다. 광주학살을 일으킨 사람을 위해서도 기념관을 만들어주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 희망을 주는 정치인이셨기에 그를 기리고자 이곳에 왔습니다”라며 차분히 말했다. 그녀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언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나라 언론이 얼마나 잘못되고 있으며 언론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중요한 것이지 언론사주의 자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그녀와의 대화를 마치고 기자의 눈에는 빵과 우유 등 기부품들이 보였다. 하지만 기부품은 이곳을 찾는 수많은 사람에게 나눠주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또한 휴식 공간에 있던 테이블과 그 밑바닥에 깔아놓은 스티로폼들을 보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을 기리기 위한 자리라고 보기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옆에서 한숨을 쉬고 있던 한 추모객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그냥 가시죠”라고 싸늘하게 대답했다. 자리를 피하는 기자에게 옆에 계시던 한 추모객이 다가와 “노 대통령이 언론들의 무자비한 비난에 의해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는 친구다”며 “언론에 대한 악감정이 기자 분께 실례를 범한 것 같다”라며 돌아갔다. 인터뷰마저 거부할 정도로 언론에 대한 반감을 품은 한 국민을 보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영향을 준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을 단적으로 볼 수 있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성공한 위인 노무현

 새벽 3시의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노 대통령을 위한 조문행렬은 끝없이 이어졌다. 어린아이부터 나이 많은 할아버지까지 조문 행렬이 계속됐다. 그 사이로 교복을 입은 학생이 보였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부모님과 함께 봉하마을로 왔다는 이재욱(마산ㆍ15) 군은 “사람들이 살아있을 때는 좋은 줄 모르고 욕만 하다가, 돌아가시니까 좋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부끄러워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 대통령에 대해 “모두 그를 바보라고 했지만 자신의 길을 믿고 걸어간 위인이라고 봐요”라며 힘주어 말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서려고 할 때 옆에 계시던 한 남성분이 말을 걸어왔다. 190cm쯤 돼 보이는 큰 키의 이기갑(마산ㆍ51) 씨는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 정말 훌륭하신 분이었는데… 5공화국 때보다 더한 정권 앞에서 희생됐어. 난 현 정권을 믿지 않아. 경제 살린다고 해서 믿었더니 사람만 죽이고 있잖아”라며 울분을 토했다. 현재 제조업에 종사하는 이 씨는 요즘 들어 어려워진 경기로 많이 힘이 든다고 한다. 그는 “어려운 국가적 상황에서도 서민들을 위해 애써준 대통령이 죽었어. 다시 이런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끝없이 이어지는 조문행렬을 뒤로한 채 기자는 발걸음을 돌렸다. 어디선가 고향의 냄새, 소똥 냄새가 났다. 새벽이라 어두웠지만 산세가 휘감고 있는 봉하마을과 그 앞으로 광활히 펼쳐진 논이 마을과 어우러진 모습이 보였다. 사람 살기 좋은 곳, 노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이었다.

 청주로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다음 날 수업이 있지만 노 대통령의 고향이 보고 싶어 직접 봉하마을을 찾았다는 우리 학교 송정호(경영학부ㆍ09) 씨는 “많은 사람이 노 대통령을 위해 조문하러 온 것을 보고 대한민국에 아직은 희망이 있구나 생각을 했어요. 노 대통령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최고의 자리까지 오름으로써 자라나는 많은 학생에게 ‘할 수 있다’는 증거를 남겨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라며 노 대통령을 위한 감사함과 봉하마을에서 느낀 소감을 전했다.

 봉하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 다른 직업, 다른 모습이었지만 한결같이 노 대통령의 서거에 애도를 표하고 감사함을 전했다. 우리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큰 별 노무현 전 대통령, 그는 국민의 곁을 떠났지만 그의 정신만은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