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고사 시행과 반발

 일제고사란 전국 또는 도 단위로 같은 학년이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로 각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이다. 10년 만에 부활한 이번 일제고사를 두고 학교 서열화를 우려하는 일선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지는 등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반발에 교육당국은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평가업무를 거부하거나 백지답안지 제출, 체험학습을 유도하는 교사들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할 것이고 특히 시험 당일 체험학습을 떠나는 학생들은 결석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입장

 일제고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시민 단체, 학생, 학부모, 전교조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시험을 국어, 영어, 수학 위주로 치를 경우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력, 특기 등을 무시하게 되어 적성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없다. 전교조 지부는 모든 학교, 같은 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같은 시간에 시험을 보는 전수조사 방식의 일제고사 평가는 교육 일선 현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본래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명칭과 달리 그 책임을 학교장, 교육청에 물음으로써 일제 고사 본연의 취지를 벗어나 점수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비교육적 파행 사례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피해는 학생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 드러나게 된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은 전적으로 교사에게 위임되어 있다. 따라서 일선 교사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제도의 빠른 정착만을 위한 강압적인 교육 당국의 정책에 대해 비판이 따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현 상태의 일제고사식 평가는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고 초등학생에게도 시험의 압박을 가하여 학원으로 내모는 격이다.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교육임에도 일제 고사는 이러한 역할을 소홀히 한 채 학력 향상을 점수로만 측정 평가하는데 문제가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 김명희 씨는 “전국이 일제고사로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을 공개하면 학교들이 서열화 되고, 학교들의 서열화는 평준화 교육의 틀을 깨면서 상위학교에 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지금 현재의 대입 수능을 방불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제고사에 찬성하는 입장

 교육당국은 일제고사를 통하여 국가 교육과정대로 일선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학생들의 이해 수준을 점검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학습 부진 학교와 학생에게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일제고사의 시험 난이도가 기초 학력 수준의 평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배운 기본적인 학습 내용의 교과과정을 이수한 학생이라면 시험에 부담 없이 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주장에 대해 꼭 사교육을 통해서 높은 점수를 유지할 시험의 성질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일제고사는 학생에게 자신을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학습 향상의 동기부여가 가능하다. 그리고 특기 적성 교육과 방과 후 교육을 통해 학생의 창의력과 개개인의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주요글자이다.

선진국 사례

 정부는 일본, 미국,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도 일제고사식의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면서 전수 평가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말은 일부 선진국의 사례라고 해서 꼭 우리나라에 적절한 방식인가를 검토해 보게끔 만든다.

 이명박 정부가 벤치마킹한 일본의 경우, 최근 정권교체에 성공한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의 방침으로 내년부터 일제고사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일제고사에 의한 폐해가 크고 학교, 학생 간 서열화에 의한 위화감 조성, 일부 학교장에 의한 보충수업 강화로 점수 올리기 위주의 교육이 심해지면서 교육의 본질은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일제고사의 경우 한국의 일제고사처럼 모든 학교, 학생이 참가하여 시험이 치뤄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nation), 주(state), 교육 구(district) 단위로 시험이 진행된다. 미국의 평가방식은 한국의 전수 평가 방식이 아닌 표본만을 추출하여 모집단에 관한 정보를 얻는 표집 평가라는 근본적이 차이점이 있다. 표본으로 선택된 학교만이 참여할 수 있으며 모든 학교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표집 방식은 10만개가 넘는 미국의 학교 중 각 주별로 100개씩 모두 5000개 정도의 학교가 표본으로 참가하며 이는 전체 학교의 5% 정도에 불과했다.

 영국은 지난해 9월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즈에서 전수 방식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SATS)를 폐지하였고, 마지막으로 남은 잉글랜드에서도 폐지하여 초등학교만이 남아있었다. 이마저도 지난 3월 영국 교원 노조(NUT)와 교장단협회(NATT)가 부당한 제도라며 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부실한 대책

 정부의 빠른 제도 정착을 위한 강압적인 방식에 비해 그 폐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일제고사 본연의 목적이 왜곡되고, 몇 개의 학교를 대상으로 시험을 치르는 표집평가방식에서 이번에 전수 평가 방식으로 바꾼 이유는 성적 미달 학교와 학생에 대한 지원을 효율적으로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전의 표집평가 방식으로도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전수 평가 방식으로 바꾼 정부의 계획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제고사 성적이 낮은 학교를 위한 조치라고는 약간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 뿐 이다. 조기에 학습 부진 학교와 학생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지원을 하겠다던 정부는 일선학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압력만 넣는 셈이다.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목적인 일제고사가 좋은 점 보단 사후 관리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정부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원을 강화하고 경쟁을 줄여야

 일제 고사 본연의 목적을 바로 알고 성취도 평가의 방식을 정립해야 한다. 전수평가방식의 문제점은 교육 현장이 단지 점수만으로 평가되고 과열 경쟁을 유도하게 되어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흔들리게 하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 충북지부 김명희 씨는 정책을 위한 성취도 평가를 제안했다. “이 경우에는 지역별, 계층별 표집을 통해서 정책으로 제안될 수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진행되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이전에 시행되던 표집방식으로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한 경쟁은 교육 본연의 목적에 상응하지 않는다. 교육 당국이 일본을 모델로 한다지만 일본 역시 전수방식의 폐해를 경험하고 일제고사에 배정된 예산을 고교 무상교육과 육아 지원 등 교육 복지를 위해 활용하였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 이후 NCLB(No Child Left Behind)법 개혁을 앞세워 표준화된 평가 방식이 아니라 교육 담당 교사, 대상인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여 교육현장에 맞는 평가방법을 강구하였다.

 정부가 벤치마킹 한다던 일부 선진국에서조차 표본 방식으로 바꾸고 있는 추세인데 정부는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 것인가. 평가 방식이 모든 불화의 발단인 듯한 현 상황자체가 문제라 할 수 있다. 학교에서 교육의 주체는 교장, 담임교사, 학생만이 아닌 상담, 보건, 행정실 등 모든 부서들이다. 이들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진 교육 시스템강화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의 개발이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 지역의 의사, 교수, 교육전문가 등의 통합 교육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일선 교육현장에 맞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능률적이 방법이 된다. 교육의 수혜자는 학생이며 그 파행의 가장 큰 희생자 또한 학생이다. 교육 당국은 그 사실을 잊지 말고 학생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