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논란 배경

정운찬 총리가 10월 4일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세종시 수정 논의를 공식화 하면서 여·야를 비롯해 나라 전체가 세종시 논란에 휩싸였다. 정 총리는 “일자리를 위해 필요한 자족기능용지가 도시 전체 면적의 6~7%에 불과하다”며 원안대로 추진할 경우 자족도시로 발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행정상의 비효율성과 통일 이후 수도 분리 가능성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총리 산하에 민관합동위원회를 두고 올해 안에 세종시 수정 최종안을 제시하겠다는 신속한 결행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는 “국민과의 신뢰 문제로 직결되고 국민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외면당할 것”이라며 “정말 세종시의 자족기능이 걱정된다면 원안에다가 +α를 하면 된다”고 원안 추진의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 교육·과학·비즈니스 도시 추진

정부는 세종시 원안 문제점에 대한 자체 조사를 바탕으로 세종시에 일부 행정 부처를 이전하거나 전혀 이전하지 않고 대덕 연구단지 및 오송 의료첨단복합단지를 중심으로 한 교육·과학·비즈니스 도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가 세종시에 제2공대와 서울대병원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캠퍼스 부지 설정에 관하여 정부와 합의중이다. 세종시 입주 기업에 대해서는 취득·등록·법인세를 감면하는 정책안으로 기업 유치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에 따르면 오송 의료첨단복합단지와 관련해 미국 보스턴대 등 해외 명문 의과대학을 유치함으로써 세종시를 바이오메디컬시티로 만들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외국의 수도이전 사례

얼마 전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수도 분할로 엄청난 비용이 낭비되고 있지만 이런 문제도 국가적 손실 차원에서 보면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라며 “특정 부처가 다른 도시로 옮기게 되면 모든 부처가 대통령이 있는 곳으로 옮기려 하고, 결국 독일 정부의 핵심부처와 인력은 베를린으로 모이고 크게 중요하지 않은 행정부처들만 본에 남는 상황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독일은 1990년 10월 3일 동독이 서독으로 흡수 통합되면서 통일 독일의 연방수도문제 논의가 본격화 됐다. 본과 베를린을 두고 첨예한 대립이 있었고 근소한 차이로 베를린이 통일 수도로 확정되었으나 국론의 분열을 막기 위해 16개의 연방부처 중에서 6개 부처가 본에 잔류하고 10개의 부처가 베를린으로 이전했다.

본과 베를린의 거리는 600km에 달하므로 부처간 정책조정을 위해선 비행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과 관련해 슈뢰더 전 총리는 “결국 10년 후에는 본에 있는 모든 부처가 베를린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독일 행정의 비효율성을 꼬집었다.

한편, 브라질의 경우 도시의 자족기능을 간과한 행정기능 위주의 수도 분할이 실패를 가져왔다.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로를 중심으로 브라질의 해안 집중적 개발현상이 국토 이용의 편재를 초래하면서 국토 균형발전과 내륙부의 경제 성장을 목적으로 새로운 수도, 브라질리아가 건설된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로부터 동북쪽으로 960km나 떨어진 브라질리아는 철저한 계획을 바탕으로 설계된 도시구조 및 초현대적인 건물형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지만 브라질의 상징성과 행정기능 위주에만 초점을 맞춰 도시 지원 기능이 부족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의 원안 문제점 지적, 과연 타당한가

하지만 외국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의 행정복합도시의 실패를 걱정하는 것은 괜한 기우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50%에 달하는 인구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2007년 기준 서울의 1km당 인구밀도는 17,217명으로 미국 뉴욕의 5배에 달하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국가들보다 집중된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킬 필요성이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세종시 원안의 도시계획상 자족기능은 6~7%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지만 실제 노무현 정부는 행정기능만으로 자족적 도시 완성이 불가능하다며 교육·연구·산업기능이 복합된 자족적 도시 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는 건설교통부가 2006년 9월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의 도움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자족성 확보방안’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울 수 있다.

그리고 국회 또는 청와대와 행정부처간의 인접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이유로 행정상의 비효율을 문제 삼는 것 또한 그 진위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정부는 창조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할 행정을 담당·수행하는 탓에 그 기구가 전문적이고 방대하여 반드시 한 도시에만 집중하여 소재할 필요는 없고 특히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현저한 발전으로 인하여 화상회의와 전자결재 등 첨단의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장소적 이격성을 극복하고 얼마든지 유기적 업무 협조를 실현할 수 있다”며 행정부처간의 거리는 행정 업무의 비효율성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시한바 있다. 또한 서울에서 세종시까지의 시간적 거리도 이 같은 지적사항의 고려대상에서 제외된다. 행복청 교통계획과 관계자는 “고속철도(KTX)가 오송역을 지나가게되고 서울에서 오송역까지는 40분 남짓 걸릴 것”이라고 전하며 “또한 세종시와 오송역 간의 거리는 9.4km, 자동차로 10분 거리”라고 덧붙였다.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

세종시 원안 수정을 위해선 법률 개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므로 정 총리를 포함한 민간합동위원회가 파격적인 수정안을 제시하더라도 채택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박 전 대표가 원안 추진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으므로 50~60명에 달하는 친박 의원들이 돌아서지 않는 이상 법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종시 건설과 행정부처의 이동은 전 국민의 합의 하에 도출된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 의원들 또한 당시 세종시 건설을 약속했던 부분이다. 이를 대폭 축소하거나 백지화 시킨다면 현 정부는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어 결국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점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사과와 반성이다.

장원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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