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이해교육을 하고 있다.(사진/충북교육청 다문화 가정 교육지원센터 제공)
 
 
 오늘도 유이(가명)씨는 바쁘다. 손님들이 계산대에 물건들을 올려놓자마자 재빨리 바코드를 찍고 계산을 하고 비닐봉지를 꺼내어 담아주는 그녀의 손길이 능숙하다. 3년 전인 2008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와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유이씨는 청주에 정착해 가족이 운영하는 슈퍼에서 일손을 돕고 있다. 그녀는 손님들을 대할 때 결코 소극적이거나 머뭇대지 않는다. “4600원입니다. 포인트 적립하실 거예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한국어 실력은 유창했다. 도무지 3년밖에 한국에서 지내지 않았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다문화 가족 현실적 지원 다양
이렇게 실제 다문화가족은 먼 곳이 아닌 바로 우리 옆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결혼 이민자는 13만 6556명. 이 중 충북에서만 4224명이 살고 있다.(관련기사 옆 참고) 그렇다면 이 많은 다문화가족들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우선 지원에 대해 논하기 전에, 다문화가족의 정의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다문화가족 지원법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이란 2가지 경우일 때 인정된다. 첫째,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 2조 제 3호의 결혼이민자와 국적법 제 2조에 따라 ‘출생할 때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루어진 가족일 때. 둘째, 국적법 4조에 따라 귀화허가를 받은 자와 같은 법 제 2조에 따라 ‘출생할 때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루어진 가족일 때. 즉, 우리나라 사람이 귀화한 사람이나 외국인과 결혼을 해 가족을 이룬다면 다문화가족이 된다.
이들을 위해 충북에서는 도청 여성정책과에 담당자를 두어 다문화가족을 위한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각 지역별로 17개의 다문화가정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기관들은 연계사업비를 배정받아 각 지역에 맞는 다문화 가족 중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지원을 실시한다. 청주의 경우 상당구 영동에 충북교육청 다문화가정교육지원센터(이하 충북 지원센터)와 청주시 다문화가정지원센터가 위치해 있다. 이 두 지원센터가 도청과 다른 점은 바로 지원하는 대상이다. 두 지원센터가 다문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다면, 도청은 일반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지원을 한다.
도청 여성정책과는 주로 직·간접적 지원 사업으로 나누어 다문화가족을 돕는다. 직접 지원 사업이 다문화가족에게 현금지원을 하는 것이라면, 간접 지원 사업은 다문화가족에게 한국인다운 소양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간접적 지원 사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예절수업, 한국어 교육 등으로, 지원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직접적인 지원 사업은 그다지 많지 않다. 충북 도청 여성정책과의 다문화가족 지원 담당자 박종원씨는 “직접적 지원은 그 다문화가족이 기초생활수급자에 포함이 될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들도 엄연한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다문화가족이라고 특혜를 주거나 비용전체를 지원하는 것은 원칙에 없다. 하지만 다문화가족의 창업비용 지원을 해주거나 운전면허를 딸 수 있도록 취득시험을 볼 때 비용을 절반 지원해준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원센터는 다문화가족에 어떠한 도움을 주고 있을까. 같은 자료에 의하면 2010년 충북에서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의 수는 1392명(유치원제외)이며, 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총 316개다.(2010년 3월 기준) 매년 4월 초가 되면 이들 학교별로 다문화 학생의 인원 및 국적 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다양한 지원을 한다. 다문화 학생들에겐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방문교육,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방학 중 기초학력 증진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청주교대와 한국교원대에서 초등교육과를 전공하는 대학생들과 다문화 학생들을 연결해 멘토링(mentoring)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 학부모들에겐 상담 및 통역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해 자녀를 잘 지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의료·법률서비스도 지원한다. 또한 한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수준별 한국어교육 및 한국문화·예절반을 운영하고, 한국어능력시험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다문화가족 교육지원 소식지를 발간하고, 다국어 서비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등 다문화 가족이 충북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참여도·가족 간 이해 부족
하지만 충북에 살고 있는 모든 다문화가족을 돕기엔 어려운 점들이 많다. 우선 참여도의 문제다. 충북 지원센터의 홍지훈(학교정책과)씨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때 학부모의 실제 참여도가 낮다고 말했다. 홍씨는 “한국 시부모가 외국인 며느리를 집 밖으로 잘 내보내려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다문화 학부모들이 센터로 나와 교육을 받기 어려워진다. 한국 남편과 나이차가 너무 큰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소개한 유이씨가 바로 그 예가 될 수 있다. 기자가 그녀와 인터뷰를 시도했을 때, 그녀의 가족들은 바쁘다며 거부했고 질문조차 받으려 하지 않았다. 정작 인터뷰를 하게 될 유이씨는 이 상황도 모른 채 슈퍼의 상품들을 옮기고만 있었다. 그녀가 과연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는지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
두 번째로는 문화 차이 문제다. 결혼이민자의 국적이 다양한 만큼 다문화가족 사이에서 문화와 예절, 생각과 인식상의 차이가 나타난다. 홍씨는 “외국과 한국의 예절과 문화는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는 출산 후 돼지고기를 먹지만 한국에서는 미역국을 먹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차이를 시부모가 몰라 고부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남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러한 시부모와 남편들 중 대부분은 ‘가족이해교육’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조금만 이해하고 마음을 넓히면 되는데 무조건 며느리가 자신들에게 맞추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다문화가족은 지역 곳곳에서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아직 미숙하기에 이들을 지원하는 센터는 많고 하는 일도 많다. 그런데 최소한 충북의 4161명이 물리적 지원이라는 혜택을 받고 있을까. 그리고 진정 이웃과 가족, 그리고 우리사회와 자유롭게 소통하고 있을까. 제대로 된 홍보와 사람간의 정신적 지원만이 그들을 우리와 함께 동등한 자격으로 살 수 있게 하지 않을까.
 
고수진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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