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말은 더 이상 노인들에게 와닿는 말이 아니다. 평균수명은 올라가고 평균 정년은 요지부동인 가운데, 퇴직한 노인들은 물론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자체와 기관들도 고민이 많다.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는 부족하고, 일자리를 늘리고 싶지만 예산이 부족하다.     
노인 취업 이유 1위 ‘생활비 문제’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 기준인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 7%를 이미 2000년(7.2%)에 넘어섰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약 540만 명으로 총인구 중 11%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의료 및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 80.1세까지 기대수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평균 정년은 57.14세다. 57년에 명예퇴직을 하고 약 23년이나 더 살 수 있다는 말인데 이 상황에 놓인 대다수의 노인들은 살 길이 막막하다. 노후를 자식에게 의지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일자리와 관련하여 노인들이 받는 스트레스 또한 높다. 2008년 통계청이 55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취업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문제(32.6%)로 나타났다. 또한 자살충동을 경험한 65세 이상 노년층 중 29.3%가 그 이유를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이라고 답했다.
청주시 노인 일자리 2300개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10년 공공분야 16만 6000개, 민간분야 2만 개 등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을 기획했으며,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노인복지관, 시니어클럽,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등이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청주시의 경우에는 어떨까. 현재 청주시에 살고 있는 60세 이상 인구는 6만 424명으로 충청북도 시·군 중 노인 인구가 가장 많다. 물론 여기엔 청주시가 충청북도 내에서 가장 인구수가 많은 것이 전제되어 있다. 청주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엔 주민지원센터가 노인 일자리 사업을 운영 및 관리하고, 시청과 구청은 예산을 내려준다. 청주시는 이 외에 청주 내 4개 시니어클럽(청주·우암·수동·수곡)과 연계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청주시청 노인복지 담당자 유형재씨는 “청주 노인 일자리는 2300개 정도로, 72개 사업으로 나누어 시니어 클럽에서 관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주민지원센터에서는 주로 거리환경개선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청주 내 거리를 청소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직 1동 남상택 가정복지 담당자는 “1년에 한 번씩 신청을 받아 정해진 인원을 뽑는데 23통으로 구성된 사직 1동 전체를 1통에 1~2명씩 선정하여 거리청소를 맡긴다”고 밝혔다. 이 일을 통해서 노인들은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정해진 구역을 청소하고, 최저시급제에 따라 8220원을 받는다.
청주 시니어클럽 다양한 사업전개
전국 83개 시니어클럽은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으로 공공분야(사회 공헌형: 공익형, 교육형, 복지형), 민간분야(시장 참여형: 인력파견형, 시장형, 창업형) 별로 나누어 노인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한다. 그 예로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청주수동시니어클럽은 공공분야 중 공익·복지형 4개, 시장형 5개, 인력파견 1개, 그밖에 자체사업 1개 등 총 11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클럽을 통해 일자리를 얻은 노인은 약 240명 정도다. 이 외 청주시니어클럽은 13개 사업을 통해 300명, 수곡시니어클럽은 10개 사업에 240명, 우암시니어클럽은 18개 사업에 260명이 일하고 있다.
청주 내 4개 시니어클럽은 해마다 지원서를 받아 심사를 통해 선택된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할당해준다. 이때 할당되는 일자리는 거리청소, 저학년 교통안전 도우미, 시험감독관, 방과 후 가정학습지도, 절임식품 및 반찬류 제조·판매 등 다양하다. 노인들이 받는 급여는 일자리에 따라 다르다. 수곡시니어클럽의 경우 공익·복지형 사업에서 일하는 노인들은 15만원~20만원을 받는다.
문제는 ‘홍보’
이렇듯 청주시에서는 지자체와 여러 수행기관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노인들의 취업을 돕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선 홍보문제다. 주민센터의 경우 1년에 한번 거리청소 인력을 뽑는다. 이때 모집에 대한 홍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남씨는 “모집공고를 주민센터나 경로당을 통해서 내는 편이고, 노인 분들이 거의 인터넷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고 판단해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모집 안내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모집공고가 이루어지고 나서 실제 노인일자리에 지원하는 인원은 20명 정도다. 거리 청소를 할 수 있는 인원수는 18명. 원서를 내면 거의 합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문제는 시니어클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동시니어클럽의 경우엔 2006년 클럽개관을 한 이래로 4년 동안 약 1000여 명이 지원했다. 수곡, 우암시니어클럽의 경우는 한해에 평균 350명이 지원을 한다. 이 중 240~260명 정도가 일자리를 얻는다. 청주시니어클럽은 그나마 한 해에 500~1000명 정도가 지원을 하고 있다. 청주에 위치한 4개 시니어클럽은 홈페이지나 할당지역에 내거는 플랜카드를 통해 홍보를 하고 있다. 청주 내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6만 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홍보방식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일자리 양, 예산이  좌지우지
아쉬운 점이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예산문제다. 현재 청주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수행기관으로 일하고 있는 곳은 정부 보조금과 시 예산을 토대로 일자리 사업을 전개한다. 이때 수행기관에 주어지는 예산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그 기관이 받아들일 수 있는 노인 일자리 인원수가 결정된다. 수행기관 중 한 곳인 충청북도노인종합복지회관도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한계로 예산문제를 꼽았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정문정 사회복지사는 “급여로 빠지는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자체예산이 없다보니 정부나 시에서 주는 예산에 따라 일자리수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번 해 예산이 작년보다 많이 줄었다. 작년에는 141명이 일했는데 금년엔 126명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노인들이 일자리 지원을 많이 해도 뽑힐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고수진 기자 switch5@cb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