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중앙공원의 모습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꽃피는 계절이라 말하는 봄. 많은 이들이 따뜻한 봄을 기다리고 있지만, 몸도 마음도 아직 춥다. 올해 3월 봄의 아침은 대부분 영하권이고, 물가는 끝을 모르고 치솟아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맨다. 수많은 봄을 맞이해봤을 우리 주변의 어르신들. 그분들의 2011년 봄은 어떤 의미일까.
영하 3도까지 낮아졌던 지난 17일 오전, 독거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상당구 남문로 2가에 위치한 청주중앙공원. 공원에 들어서자 많은 어르신들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추운 날씨 때문인 듯, 패딩 점퍼를 입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공원 가운데로 들어서니 어르신들이 모여 윷놀이를 하고 있었다. 구경하는 분들을 포함해, 족히 30여 명은 돼 보였다. 공원 외곽에는 담배를 피우거나 앉아 있는 분들도 많았다. 담배를 피우고 있던 한 할아버지는 항상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겨울에도 나왔어. 돈 없고 갈 데 없으니 이런 데를 올 수밖에….”
이번엔 공원 중앙 쪽으로 다가갔다. 자전거를 타고 와서 막 벤치에 앉는 장영수(65) 할아버지께 어디서 오는 길인지 물었다. “야간근무를 막 끝내고 왔어. 여기서 시간을 보내다가 집에 가서 쉬고, 다시 야간근무 가야지. 여긴 퇴직한 사람들이 많아. 같이 일하다 퇴직한 사람들을 여기서 만나기도 해.” 그분들을 만나면 무얼 하는지 여쭤보자, “원래 작년까지는 화투도 했었는데, 작년 가을인가부터 그걸 하지 말라더군.”
몇 년 전, 시청에서는 어르신들께 중앙공원에서 화투를 무료로 나눠주곤 했다. 그러나 작년 9월부터 청주시가 화투를 사행성 행위로 간주해 강력단속을 시작하면서 화투 대신 윷놀이를 하거나 장기를 두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장영수 할아버지와 매일 같이 함께 공원을 찾는다는 곽동기(80) 할아버지 역시 하루빨리 따뜻한 봄이 오길 고대하고 있었다. “지금은 날이 덜 풀려서 그렇지, 날이 풀리면 이것보다 사람이 더 많지. 지금은 좀 적은거야.” 어림잡아도 90명은 돼 보였다.
이렇게 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오는 공원의 관리 상태는 어떨까. “공원 관리가 엉망이야. 공원 화장실이 얼마나 더러운데. 청소해주는 사람도 없어졌어. 예산이 없다나 뭐라나. 청소원 한 명만 고용하면 여기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편할텐데….” 아니나 다를까 많은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화장실 내부에는 누런 오물 자국이 가득했다.
하릴없이 공원 주변을 맴돌던 이명진(83) 할아버지는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조차 힘겹다고 한다. “사는 게 힘들지. 경제가 어려워 국민이 숨쉬기 힘드니까. 나라에서 우리가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고 우리 목소리를 들어줘야 하는데, 자기 배부른 것만 생각하니까….”
선거 때만 잠시 찾아와 인사만 하고 간다는 후보자들에 대해 지적하는 눈빛에서 섭섭함이 보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에서 쓸쓸함이 묻어났다.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 속에서 모든 것이 조용하고 한가했던, 그리고 조금은 쓸쓸했던 중앙공원. 어르신들에게 마음까지 따뜻한 봄이 어서 찾아오길 바란다.
김혜리 기자 aahyery@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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