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설문조사 전문업체가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3569명을 대상으로 복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4명이 평소 복권을 구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권을 구매한 이유로는 ‘그냥 재미로 구입한다’란 응답이 45.8%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오늘날 복권은 어른들에게 하나의 오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복권의 사전적 정의는 번호를 기입하거나 특정 표시를 한 표를 판매한 뒤, 추첨을 통해 미리 정한 당첨조건에 맞을 때 표의 값보다 훨씬 많은 상금을 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종류의 복권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수익금 중 일부는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복권이 연평균 1만 7629개의 일자리 창출 및 3조 4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온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이렇듯 복권은 어른들의 오락인 동시에 긍정적인 경제 파급효과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순조(강원 동해시·52) 씨는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매우 낮은 것을 알지만 기대반, 재미반의 심정으로 복권을 구매하고 있다”며 “수익금 중 일부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용되는 것도 복권을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인생역전’을 꿈꾸며 매주 복권에 거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복권에 ‘중독’된 것이다. 낮은 임금과 높은 물가, 가계부채 등 경제적 불황 속에서 도저히 벗어날 방도가 없자, 서민들은 점차 복권 당첨과 같은 ‘일확천금’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권은 사회·경제적 불안이 커지거나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부의 축적이 어려워질 때에 더욱 많이 팔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 모(부산광역시·39) 씨는 “요식업 경영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복권을 찾게 됐다”며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온 복권방에서 매주 복권을 10만 원어치 구입해 ‘한탕’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부산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윤 모(경남 진주시·27) 학생은 “취업 준비가 뜻대로 되지 않아 ‘일확천금’을 꿈꾸며 스포츠 복권을 시작했지만 ‘일확천금’은커녕 두 달만에 200만 원을 잃는 수모를 당했다”고 밝혔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고 한다. 잠시나마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이들을 가난으로부터 구제해줄 수 있는 수단은 결코 아닌 것이다. 이처럼 복권을 과다하게 구매하는 것은 도박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권 중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경마, 카지노 등 사행성 도박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도박규제네트워크의 김규호 사무총장은 “처음에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복권을 시작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복권 중독자들은 자신들이 경마나 카지노를 시작하면 쉽게 돈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마장에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감위의 한 통계에 따르면 경마는 우리나라 사행산업별 총 매출액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월소득 300만 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나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경마는 복권에 비해 도박성이 높아 ‘한탕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심할 경우 가정파탄, 자살, 사채 등 각종 폐해를 불러올 수 있다.
매주 경마장을 찾는 박 모(부산광역시·60) 씨는 “5년 전에 호기심으로 시작한 경마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며 “지금까지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빚더미에 앉았다”고 말했다. 또한 수 년에 걸쳐 1억여 원을 탕진한 김 모(경남 김해시·51) 씨는 “한 번 빠지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것이 경마”라며 “현재 모든 가족들과 연락이 끊긴 채 하루를 술과 도박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복권 및 도박 중독자가 만연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사행산업을 더욱 부추기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사감위는 지나친 사행산업의 확산을 막기 위해 2009년부터 복권, 경마, 카지노 등 6대 사행산업의 매출 총량 한도를 매년 설정해오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소속의 복권위원회(이하 복권위)는 최근 2년간 이러한 매출 총량 한도를 지켜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사감위가 권고한 국내 복권의 매출 총량 한도는 2조 8753억 원이었으나 총 판매액은 이를 3106억 원 초과한 3조 1859억 원이였다. 이처럼 복권 총 판매액이 매출 총량 한도를 초과할 때는 현행 규정상 다음 해의 매출 총량 한도를 초과분만큼 깎도록 돼 있다. 그러나 복권위는 재정 수입을 위해 되레 올해 복권의 판매 총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사감위 기획총괄과 김효진 주무관은 “복권위는 복권의 사행성 및 중독성을 완화시킬 건전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사감위는 복권위의 증액 요구 사유가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경마도 예외는 아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직접 경기장에 가지 않더라도 마권을 살 수 있는 경마 장외발매소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경마 장외발매소는 경마장이 아닌 장소에서 전국의 경마경기를 중계하며 마권을 판매하는 곳으로 전국에 30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경마 장외발매소는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고 사설경마 등 불법도박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렇듯 사행산업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정부가 마땅한 대책도 내놓지 않은 채 오히려 사행사업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 사행산업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 및 감독하고 도박 중독 예방 및 치유 정책을 적극 내놓아야 할 것이다.
강승민 기자








강승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