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2.26대란’, ‘2.28대란’과 같이 다소 생소한 용어들이 검색어 상위순위를 차지했다. 바로 휴대폰 보조금 대란 이야기다.
전역한 지 한 달이 돼가는 강성두(대구시 남구·26) 씨는 휴대폰 보조금 대란 이야기에 울상이다. “군 전역 후 A사의 스마트폰 모델을 싼 편이라 생각하고 구매했는데, 이틀 뒤 2.26대란이 일어났다”고 불만을 전했다. 강 씨가 구매한 모델은 SK텔레콤이 제공하는 가격표에 의하면 16G 기준 81만 4,000원에 출고됐다. 여기에 28만 4,000원의 보조금을 지급받아 강씨는 53만원에 기계를 구매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2.26대란에서 팔린 같은 기계의 가격은 10만원 내외, 대략 70만 원의 보조금이 지원돼 이틀 전후로 40만 원에 가까운 보조금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실제로 2.26대란이 있었던 지난달 2월 26일에는 대란소식을 접한 수백 명의 구매자가 휴대폰매장으로 몰려 장관을 연출했다. 당시 L사의 스마트폰을 구매한 김성윤(대구시 수성구·28)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소식을 듣고 재빨리 샀다”며 “출고가가 96만 원에 달하는 스마트폰을 천 원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휴대폰 보조금 때문에 구매자들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판매점의 이민혜 씨는 최근 불거진 보조금 대란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말한다. “통신사업의 경우 초기비용을 제외하면 추가적인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에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사업”이라며 “하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더 큰 수익을 거두기 위해선 타 기업의 고객을 유치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보조금이라는 미끼가 등장한 것”이라 말했다. 예를 들어 최소 50만 원의 통신요금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이 있다면 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을 최소 50만 원까지 제공하고, 그 이상은 통신료 요금제 선택을 통해 이익을 얻는 방식인 것이다.
이번 휴대폰 보조금 대란이 있은 후, 보조금 논란을 잡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미래창조과학부에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불법 보조금 지급 등 ‘금지행위 중지 명령’을 불이행했다며 처벌을 요청했다. 그 결과 이동통신 3사에 각각 45일간 영업정지 명령을 내려지고 영업정지 기간 내 불법적인 보조금 지급사례가 발생하면 형사 처분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동통신사에 대한 영업정지 정책에 이어 휴대폰 제조사의 보조금에도 규제를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바로 그것이다. 간단하게 단통법은 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개해 보조금 차등지급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현재 방통위는 휴대폰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27만 원으로 정해놓고 있다. 방통위 운영지원부의 김건율 씨는 “보조금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어떤 사람은 비싸게 사고 어떤 사람은 싸게 사는 부당함을 막겠다는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통법과 보조금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은 찬성과 반대로 팽팽히 대립되고 있다. 통신사와 정보에 취약한 고객은 보조금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대리점과 일부 제조사는 보조금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스마트폰 기기변경을 생각하고 있던 김명호(청주시 사창동·31) 씨는 “평소 P커뮤니티를 통해 보조금 정보를 알아봤는데, 정부에서 제시한 보조금은 출고가가 높은 현재의 스마트폰 가격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이번 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의문이 간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사 역시 휴대폰 보조금 규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모바일사업부에 재직하는 정 모 씨는 현재 제조되는 단말기의 경우 통신사의 보조금 지급으로 고가의 단말기도 싸게 구입할 수 있는데, 단통법 통과로 보조금 지급이 규제된다면 더 이상 고가의 단말기를 싸게 구매할 수 없게 되고 이렇게 된다면 평균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져 영업적으로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또한 법안이 통과되면 판매량과 장려금 규모 등을 공개해야 하는데, 이는 영업정보의 과잉유출이라는 입장이다.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대리점과 판매점들 또한 이번 보조금 규제를 반대하는 추세다. 복대동에 있는 스마트폰 ‘ㅆ’ 대리점 김 모 씨에 의하면 “휴대폰 대리점의 경우 기계를 팔아서 마진을 남기기보다는 개통수수료를 통해 이익을 얻는 구조인데, 이번 방통위의 통신사 영업정지와 보조금 규제로 인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번 대란에 참가한 대리점들은 청주시에 율량동과 금천동을 비롯해 몇 군데 되지 않는데 다 같이 피해를 보는 것도 못마땅하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대란에 참여했던 율량동 ‘ㄷㅈㅌ’ 대리점의 경우 현재 영업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반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이번 법안이 스마트폰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라 믿는다. 미래창조과학부 정책홍보부의 박병선 씨는 “단통법의 목적은 비정상적인 단말기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만들어서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라며 “단통법이 시행되면 중저가폰,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할 것이고 이에 따라 제조사들도 출고가를 낮추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이동통신 3사 또한 부분적으로 동의를 보내고 있는 입장이다. 가장 수혜를 볼 기업은 SK텔레콤이다. 이미 국내 이동통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앞으로 보조금 지급이 규제되면 단말기 기계수요가 줄고 더불어 경쟁기업으로의 번호이동 사례가 줄 것으로 전망했다. SK텔레콤은 7일 언론 입장발표를 통해 “정부의 영업정지 처분을 겸허히 수용하고, 조속한 시장안정화를 기대한다”며 “통신시장이 출혈적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고객을 위한 상품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되고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 또한 자신들의 살을 깎아가며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하는 것에 일찌감치 반대했다. KT고객서비스부서 김인환 씨는 “공식적으로 발표는 안됐지만 KT 또한 과도한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고객들의 불만에 귀 기울이고 해결방법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휴대폰을 구매하는 고객들 사이에서도 보조금 규제에 찬성하는 이가 적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제공하는 통계자료(2012년)에 의하면 온라인으로 보조금 정보를 수집해 값싸게 구매하는 고객은 30%가 되지 않았다. 결국 정보에 취약한 나머지 고객들의 경우엔 손해를 본 것이다. 평소에 휴대폰에 관심이 많지 않던 김신영(대구시 중구·53) 씨는 “고객 대다수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 분명히 문제이고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보조금 규제와 단통법 시행에 있어 스마트폰 제조사와 대리점 그리고 통신사 심지어 고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난 2월 정부는 단통법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키려 했지만 아직까지 국회통과를 못한 상태다.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된다고 하지만 설령 통과가 되더라도 언제 시행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현재는 정부의 통신사 영업정지 징계로 보조금 문제가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앞으로 보조금 문제에 대한 정부와 통신사, 제조사, 그리고 고객들의 입장 차이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이동통신업계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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