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기적인 행동이 누군가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최근 한 TV프로그램이 불법주차로 진입을 어렵게 해 사고현장 구조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비판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지난 2001년 양재동 화재사건을 재조명하며 불법으로 주차돼있는 차량 때문에 중장비가 진입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무너진 건물안에 갇혀있는 소방관들을 제때 구하지 못해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사고를 소개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위법행위인 불법주차는 이처럼 큰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의를 요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 주변은 불법주차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학교 주변의 불법주차 실태를 집중 취재해봤다.
현재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불법주차 차량은 도로교통법의 규제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도로교통법 제34조에 따르면, 도로 또는 노상주차장에 주정차하고자 하는 운전자는 차도의 우측 가장자리에 정차하는 등 법에 명시된 방법과 시간을 지켜야 한다(도로교통법 시행령 11조 1항). 또한 도로교통법 시행령 11조 3항의 2에 따르면 주정차 시 주변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도로교통법에 위배되는 범위 내에서 우리 학교 주변에 주차하는 행위는 다른 교통을 방해하는 것으로 금지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학교 주변에 불법주차된 차량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우리 학교 주변 지역을 관할하는 사창지구대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단으로 주.정차하는 차량을 단속하고 있으며, 10분 이상 도로에 무단으로 주차할 경우 해당 차량에게 이동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구대 관계자는 “단속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낮시간에는 3차선 도로에 무단으로 주차하는 차량이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단속이 끝나는 저녁시간에는 불법주차된 차량으로 도로 한쪽이 꽉 차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법주차된 차량에 대한 법률이 정해져 있다고 하지만 단속시간을 피해 무단으로 주차를 일삼는 시민들이 있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단속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는 시민의식의 부재부터 미약한 제재 방식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최종 관할을 지방자치단체에서 한다는 점이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불법 주차 차량 적발 시 경찰의 제재는 큰 힘을 쓰지 못하는 데 반해, 실질적 처벌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동 권고를 할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주차 장소를 옮기는 등 불법 주차로 적발된 사람들의 반응이 이중적 양상을 드러낸 바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창지구대에서는 불법주차가 잦은 구역의 주변 토지를 매입해 유료 주차장이나 공동 주차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예산의 부족으로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불법주차가 현장에서 적발될 경우에 대한 효과적 제재 수단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문제를 미리 예방하기 위한 전제조건조차 미흡한 실정이다. 지구대 관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식 개선이 시민 다수의 불편을 해소하는 유일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불법주차는 해마다 사회적 문제로 꼽히고 있지만 위법이라는 인식보다는 일상적 불편의 한 가지로 치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정문 근처에서 자취하는 박우영(국제경영학과·10) 학생은 “원룸이 밀집돼 있는 골목에도 차량이 양옆으로 다 주차돼있어서 사고가 날 것 같다”며 “길을 차량이 다 점거하고 있으면 사람은 어디로 다니란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운전자들의 경우에도 불만이 상당했다. 김상엽(청주시 상당구·33) 씨는 “3차선인 도로를 모두 사용하지 못하고 1·2차선만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다”며 “교통량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의 경우 불법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통행이 더딘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주변에 상권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은 불법으로 주정차하는 차량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학교 중문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는 “주차 관련 규제가 심해진다면 주차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식당들은 주차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손님들이 찾지 않을 것”이라며 “지나친 규제 강화보다는 공용 주차 공간을 더 확보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상반된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불법주차 단속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현행 법규에 따르면 주차가 허용된 것은 10분인데, 이 시간 동안 주변에서 용무를 완벽하게 해결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지키기 힘든 규칙이 오히려 반발 작용을 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구대 관계자는 “불법주차 대응법이 매뉴얼로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미뤄봤을 때 완벽한 방안은 없다고 봐야한다”며 “어느 한 가지 방법에만 매달리기보다는 각자 실정에 맞는 타협점을 찾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흥덕구는 효과적인 단속을 위해 지난 1월 불법 주정차 단속구간에 보조표지판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1년 4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올해부터 주정차 금지구역을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선은 주정차 단속 완화와 도로 이용 극대화를 통해 편의를 증진하는 쪽으로 이뤄진다. 개선 내용은 교통소통과 안전에 장애가 없으면 도로, 요일, 시간대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주정차를 허용하는 것이다. 흥덕구 교통지도담당자는 “주정차를 탄력적으로 허용하면 단속 불만이 다소 해소되겠지만, 그에 따라 타인을 배려하는 선진 시민의식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의 자율적인 주정차 질서 준수를 당부한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wilshere@cbnu.ac.kr








박규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