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7월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확정됐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이뤄낸 결과였기에 그 감동은 배가 됐다. 하지만 감동의 대가는 생각보다 혹독할 것으로 보인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가리왕산에 활강경기장을 신설하기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 일주일 만에 경기장 건설이 결정됨에 따라, 2주 동안 열릴 축제를 위해 500년 역사를 간직한 가리왕산 원시림이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될 위기에 처해있다.
가리왕산은 약 500년가량을 국가에서 보존해 온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원시림으로 전쟁 등 역사의 재앙을 받지 않고 살아남아 ‘천년의 숲’이라 불린다. 1970년에는 주목의 도벌을 막기 위해 산림청에서 모든 자생지의 주목에 일련번호를 달아 관리해왔을 정도로 숲 관리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이 같이 공을 들인 덕분에 가리왕산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식생이 분포돼있다. 산림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현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리왕산에는 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 323호), 소쩍새(천연기념물 324호), 황조롱이, 쇠유리새 등 45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담비, 사향노루, 하늘다람쥐 등의 보호종도 살고 있다. 또한 주목, 분비나무 군락과 천연활렵수림 등 475그루의 고목이 산 곳곳에 존재한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가리왕산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산림청은 작년 6월 활강경기장 건설을 위해 가리왕산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해제했다. 보호구역 해제 결정의 이면에는 올림픽 후 생태계 복원 조건이 있었다. 보호구역 해제 결정 후 가리왕산 개발에 대한 주도권은 산림청에서 강원도로 넘어갔고 경기장 건설에 대한 책임을 맡게 된 강원도는 원주지방환경청에 가리왕산 개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평가서에는 올림픽 후 가리왕산 복원 방안이 담겨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원주환경청은 올림픽 이후 훼손지역의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정해 구체적인 복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강원도는 보완서류를 제출했지만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1월에 열린 협의에서 원주환경청은 강원도의 구체적 복원계획이 수립되면 다시 협의하자는 조건을 달고,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무리했다. 이후 산림청까지 제 역할을 못하면서, 구체적 복원계획 없이 경기장 건설이 확정됐다. 정규석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행정 절차의 매 단계마다 감독기관은 복원 계획 수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강원도는 매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행정절차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환경보존 운동을 위한 시민단체 ‘우이령사람들’은 작년 11월 21일에 우이령 포럼을 열고 “남한 최고의 가리왕산 원시림 스키장 건설로 잘라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지며 가리왕산 지키기에 나섰다. 또한 지난 2012년 8월부터 가리왕산 일대를 꾸준히 찾아가면서 조사한 가리왕산 고목의 가치에 대해 보고했다. 스키장 건설이 예정된 지역은 가리왕산 중봉과 하봉을 잇는 능선의 산자락 일대다. 우이령사람들은 이 지역 숲에 자라고 있는 나무의 종류를 파악하고 그 연령을 측정하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가리왕산에는 보존해야 할 식생이 너무나도 많다”며 “가리왕산에만 서식하는 산개벚나무도 있고 꼬리겨우살이처럼 멸종될 위험이 있어 보호를 필요로 하는 종들도 서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이령사람들의 이병천 회장은 “국민들은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는 사실만 듣고 있을 뿐, 가리왕산에 경기장을 지으면 자연이 얼마나 훼손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을 통해 가리왕산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중요성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우려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각종 SNS의 게시판과 블로그를 통해 가리왕산 훼손에 대한 비난이 불거지면서 고작 2주를 위해 역사를 지닌 숲을 파괴한다는 비난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비난여론이 들끓자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개발 예정지역에 있는 희귀종들을 미리 옮겨놨다가 대회가 끝난 후 다시 심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이령사람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실상 복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가리왕산의 경우 지반이 대부분 돌로 이뤄져 있어 그곳에서 서식하던 식생을 다른 환경으로 옮기면 활착하지 못하고 고사할 것이라는 게 이유다. 이 회장은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렀던 덕유산 자락을 복원했다고 하는데, 그곳의 주목들은 대부분이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는 중”이라며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지 않는 수종들은 캐낸 이후부터 말라죽기 시작하기 때문에 따로 보관했다가 다시 심는다고 해서 살아날 리 없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이 회장은 “가리왕산은 하나의 큰 산군으로 이뤄져있어서 한 곳의 식생 균형이 무너져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면 전체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스키장 건설로 인해 개발이 진행되면, 단 한 번 치룰 대회로 인해 애써 보존해 온 자연환경이 사라질 수 있는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이령사람들은 이미 경기장 증축이 결정된 일을 되돌릴 수 없다면 조사를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확실한 복원 계획을 세우려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많은 환경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리왕산 중봉에는 이미 스키장 건설 예정지임을 알리는 푯말이 보란 듯이 세워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먼저 동계올림픽 개최를 겪은 나라들은 어땠을까? 1976년 덴버동계올림픽 조직위는 올림픽 경기장 건설로 인한 환경문제를 주민투표에 붙여 동계올림픽 유치권을 반납하면서 환경을 보존했고, 1994년 노르웨이 동계올림픽은 철새서식지 보호를 위해 주경기장 후보지를 환경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으로 변경했다. 또한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는 핫포네산의 환경훼손을 막기 위해 올림픽조직위원회를 설득해 경기장 위치를 애초에 신청했던 곳과 다른 곳으로 변경했다. 올해 개최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산악지대 보호를 위해 경기장 위치를 재조정한 바 있다.
이와 같이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제경기대회를 유치한 나라들의 친환경적 노력이 보편화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동계올림픽을 두 번 개최한 일본의 경우를 보면 올림픽 개최를 명목으로 단행한 환경파괴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다. 일본은 1972년 삿뽀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후 에니와 산에 만든 활강스키장 부지를 복원하는 데 15년이라는 시간과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고 이것을 반면교사 삼아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는 경기장 위치를 재조정해 환경훼손을 막았다. 동계올림픽이 막대한 경제적 효과와 국가이미지 상승을 가져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을 등한시하면서까지 진행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주장하는 환경단체들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가리왕산 개발은 이미 규재개혁 점검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실이다. 환경단체들도 결과를 번복할 수 없다면 환경 훼손 규모를 최소화 할 방안을 세우자는 입장이다. 따라서 강원도 또한 지금처럼 후속조치 마련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취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환경단체와 국민들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세계인의 축제라는 명목으로 500년 서식지를 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규빈 기자
wilsher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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