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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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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규빈
현대판 노예, 최저임금에 발묶인 청춘들
제 877 호    발행일 : 2014.04.28 

대학 주변은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채용공고가 나기 무섭게 인원채용이 이뤄진다. 예전에 아르바이트는 부족한 사회경험을 채우고 사회에 나가기 전 다양한 예비경험을 하는 하나의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물론 요즘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전처럼 사회경험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만큼 수많은 대학생들이 생활비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가시간을 포기한 채 심하게는 주7일, 심지어 휴학 하면서까지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아르바이트생을 이르는 ‘알바몬’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하지만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도 생활비와 등록금 모두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임금이 청춘들의 발을 묶어놓고 있다.

위 그래프를 통해 빅맥 하나를 사먹기 위해 필요한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이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시간동안 일을 해야 겨우 밥 한 끼 사먹을 수 있는 현실을 여과없이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19일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27세 이하 전국 대학생 2,382명을 대상으로 ‘새학기 생활비와 소비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현재 대학생의 한 달 생활비는 평균 40만 8천 원으로, 지난해 38만 6천 원 대비 5.7%가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용돈을 받지 않는 대학생의 경우 한 달에 40만 원의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이 성장하면서 해당 부문 청년 아르바이트 고용 또한 증가하고 있다. 덕분에 대학생들이 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시장이 넓어지면서 생활비 마련에 보탬이 되고 있지만 다소 부족하게 책정된 최저임금 때문에 하루 6시간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일주일에 3일 이상을 일해야 겨우 생활비만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힘겨운 상황이다.
  올해 책정된 최저임금은 5,210원으로 전년 4,860원 대비 7.2% 인상된 금액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되고 있지 않아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한국대학생연합과 한국청년연대가 주최한 ‘알바생 권익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 참여한 우지혜 학생은 “일반적으로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대체로 시급이 4,500원에서 5,000원 사이이며 그나마 시급이 5,500원이면 높은 편인데 이 경우는 대부분 4대보험이 적용된다”며 “겨우 최저임금 기준에 준하는 아르바이트를 찾아도 적용되는 4대보험 때문에 지급받는 월급에서 10%정도씩 보험료로 빠져나가 실제로 받는 월급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OECD 국가별 시간당 최저임금을 단순비교해 보면, 호주 13,568원, 뉴질랜드 11,114원, 일본 10,648원 등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 5,210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서는 OECD 국가비교에서도 나타나듯이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낮은 이유는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고작 알바생’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이는 타인이 아르바이트생을 바라보는 시선일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생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 성안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희윤(청주시 흥덕구·23) 씨는 “최저임금이 5,210원인 것은 알고 있지만 5,000원을 받고 일하는 알바생이 많다”며 “왜 최저임금만큼 주지 않느냐고 따지기에는 일자리에서 잘릴 것 같은 부담감도 있고,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입장 때문에 자신이 겪고 있는 불이익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다”고 불평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지 않는 업주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한 대형 프렌차이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창섭(경기도 고양시·26) 씨는 “작년 최저임금이 4,860원이었는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3개월 동안은 수습기간이라고 해서 4,200원씩 받고 일했다”며 “당연한 듯 얘기하길래 그래야 하는 줄 알고 별 불만없이 넘어갔는데 위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상당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프렌차이즈 업소의 경우 ‘수습기간’이라며 기간을 3개월부터 길게는 6개월까지 정해진 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법 제5조에 따르면 사전 고지를 통해 수습기간을 정할 수는 있지만 근로계약 기간이 1년 이내라면 수습기간 중에도 최저임금에 부합하는 금액이 지급돼야 한다.
  이렇듯 위법을 행하고 있는 업체에 대한 처벌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지만, 피해를 입고 있는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제대로 된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사법처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 지난 2012년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한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사법처리 건수는 위반업체 2,248곳 중 11곳에 불과했다. 이같이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사법처리 건수가 현저히 낮고, 또한 벌금액도 적어 사실상 최저임금 위반 규율의 실효성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위반시 2천만 원이었던 벌금을 5천만 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법률을 개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입장은 달랐다. 청주 성안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법적으로 최저임금이 정해져 있지만 가게이익을 생각하면 온전히 해당 금액을 지급하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며 “아르바이트생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협의 후 가게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최저임금법 6조 3항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과 고용주가 서로 합의해 임금을 정했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이 최저임금이 정한 액수에 미달하면 합의한 임금수준은 무효가 된다.
  따라서 최저임금액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미달된 부분에 관해 임금액을 청구할 수 있으며 사업주가 최저임금액 이상의 돈을 지급하고 있지 않을 시 임금체불에 해당돼 고용노동부에 신고 혹은 진정서를 제출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신청하면 ‘민원접수→사실관계 확인조사→불임금액 및 청산시기 조정→지급시기 결정→지급’ 순서로 절차가 진행된다. 이렇게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 기간은 25일 내 이뤄진다. 또한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넣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면 이는 부당해고가 되며 부당해고를 당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이렇듯 아르바이트생이 겪을 수 있는 부당한 처우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제도가 있지만 제도 외에 아르바이트생을 대변해 줄 이렇다 할 단체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공식적인 아르바이트 단체로는 지난 2013년 8월 출범한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인 ‘알바연대’가 유일하다. 알바연대는 비정규 불안정노동자와 함께 하는 조직으로 알바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실업자 등의 불안정노동자가 넘쳐나는 시대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이들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잘 모르는 노동법에 대한 이해를 구체적으로 돕고 있으며, 아르바이트생의 권익향상을 위해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1만원으로 인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알바연대 구교현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 트렌드이고, 전 세계적으로 바람이 불고 있다”며 “최저임금 1만 원은 OECD 평균 최저임금의 평균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장기적 경기침체로 인해 구직난이 악화되면서 대학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아르바이트가 학생이 단순히 짧은 기간 용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곳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일터가 된 것이다. 이제 ‘일개 알바’라는 말로 묵인돼온 부조리를 과감하게 도려낼 시기이다. 힘들게 일하는 청년 아르바이트생에게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은 사서 고생이 아닌, 살기 위해 고생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때이다.


박규빈 기자
wilsher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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