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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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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하
‘사생’결단으로 덤벼드는 그들, ‘사생팬’
제 878 호    발행일 : 2014.05.19 


 

  지난 7일 연예계의 인기 아이돌 그룹인 ‘엑소(EXO)’가 컴백했다. 팬들은 엑소의 멋진 무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또 다시 지나친 팬덤 현상이 나타나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바로 ‘사생팬’에 대한 이야기다.
  사생팬이란 2000년대 들어 새로 생겨난 말로 팬(fan)이라는 기존용어에 사생(私生)이라는 한자어가 합쳐져 나타난 신조어다. ‘사생짓’ 또는 ‘사생 뛴다’라고 표현하며 스타들을 응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사생활까지 관심을 가지게 돼 지나치게 그들을 쫒고 심지어 협박까지 하는 팬들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사생팬과 일반팬은 어떻게 구분하는 것일까. 앞선 사생팬에 대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사생팬과 일반팬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신을 그룹 ‘FT아일랜드’의 팬이였다고 밝힌 한 여대생은 “일반팬조차도 사생팬과 자신들을 다르다고 생각하고 사생팬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지만 그 구분에 대한 명확한 잣대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사생팬을 명확하게 정의하려면 사생활 침해기준을 정의해야 하는데, 팬들이 ‘사생활 침해’하는 것과 응원하는 ‘열정’의 차이를 평가할 명확한 수단이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
  하지만 사생팬에 대한 구분이 아무리 모호하더라도 극단적인 형태의 팬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며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스타 당사자들이다. 과거부터 스타들은 자신들의 SNS 계정이나 개인 미니홈피 같은 곳에 당시 심정을 대변하는 글을 올리고는 했다. “진짜 너무 힘들고 싫다”, “입대 하루 전까지 사생차를 탄 팬들은 날 괴롭힌다” 등의 내용만 보더라도 피해 당사자들의 심정을 엿볼 수 있다. 개인인터넷방송의 모 BJ는 “얼굴이 알려져 극성의 사생팬들이 생겼다”며 “집까지 찾아와 수십 차례 초인종을 누르고 가는데 그러한 행동을 하는 개인은 장난으로 생각하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짜증나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스타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당사자들에게 부담과 고통을 주는 사생팬들은 왜 이런 행동들을 하는 것일까. 사생팬 양성 원인으로 개인적인 문제와 사회적 문제가 제기됐다. 먼저 개인적 문제에 대해 중앙여고에 다니는 한 여고생에게서 그 실마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청주에는 연예인들이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모여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을 보기 위해 서울로 떠난다”고 했다. “스타들과 한마디라도 얘기를 하면 그것이 팬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대접을 받고 자신 또한 스타들과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이들에게 일종의 ‘영웅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단순 호기심으로 좋아하기 시작했다가 해당 연예인을 내가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게 되고 그러한 욕구가 발전해 사생활을 캐게 된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심리적인 요인 외에도 사생팬을 조장하는 대는 사회적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기획사가 사생팬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과 일본의 대중문화를 연구한 김승준 씨에 따르면 한국의 팬덤문화는 일종의 문화 벤치마킹이라 말했다. 그는 “80년대 일본의 ‘아이돌 친위대’라는 문화가 한국에 영향을 줘 만들어진 것이 사생팬 문화”라고 설명하며 “90년대 이후에 일본에서는 이런 문화가 점점 자취를 감췄는데 한국의 일부 기획사에서 이런 팬덤 문화를 벤치마킹했고 대표적인 예가 HOT”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팬 조직과 콘서트 때 버스 대절, 음악방송 1위를 위한 음반 사재기와 판매 독촉, 조직적인 악플 활동 등은 모두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사가 전략적으로 이용했던 팬덤문화가 지금은 도를 넘은 행태의 사생팬으로 발전했지만 그것에 대처하는 기획사의 태도는 미지근하기만 하다. 한 커뮤니티의 게시판에는 신인에서 비로소 아이돌이 되는 척도가 사생팬이 얼마나 많은가를 놓고 정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S 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사생팬의 만행은 정말 안타깝지만 사생팬인 그들도 팬이다”며 “스타 인기의 지표가 보이는 것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회사와 당사자 모두 사생팬 문제를 같이 안고 가야 하는 필요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사뿐만이 아니다. 사생팬들의 과도한 집착을 말리지는 못할망정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어른들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때 사생팬을 자처했다는 박 모 양(천안시 신부동·23)은 “스타들의 대형콘서트가 있고 나면 어김없이 그 주변부로 택시들이 몰려든다”고 말했다. 일명 ‘사생택시’다. 그는 “자신이 하는 사생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사생택시를 이용해서 스타들의 개인적인 공간까지 따라가는 사생팬들도 많다”고 전했다. 국내 정상급 아이돌의 한 멤버는 자신의 SNS에 “간만에 부모님 계신 집에서 밥 좀 먹으려고 운전해 가는 길입니다. 운전이 능숙하지 못해 꼬리 떼기 같은 거 못합니다. 그렇게 운전하시다 그쪽 때문에 다른 분들 사고 납니다. 오늘은 건지실 거 없으니까 따라오지 말아주세요”란 글을 게재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는 뒤따르던 사생택시로 인해 사고가 난 적도 있었다. 청주에서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김병덕 씨로부터 사생택시와 관련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택시를 5년쯤 하다 내려왔는데, 당시에도 주변에 애들을 태우고 다니는 택시기사들이 있었다”며 “관광지에서 택시를 대절하는 것처럼 시간당으로 계산해 정기요금으로 10만 원가량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생팬들의 나이가 대부분 10대 중후반임을 감안하다면 이 같은 사생택시 비용을 충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때문에 극단적인 경우로는 사생팬들 중 일부가 비용 충당을 위해 원조교제를 일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에는 사생팬을 대상으로 그룹 ‘엑소’의 멤버 중 한 명의 속옷을 판매한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작성자는 “숙소에 어렵게 침입해 얻어낸 것”이라고 말하며 “머리카락도 판매할 예정”이라 말했다. 이 글의 작성자가 단순재미로 올렸는지 정말 판매목적으로 글을 게시했는지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생택시와 속옷판매 등 결국 사생팬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으로도 방치된 사생팬들이 저지른 행위들은 법적으로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률관계자에 따르면 한 여성팬이 남장을 한 채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아이돌 멤버를 괴롭힌 사건의 경우와 숙소를 침입해 속옷 등을 훔친 행위는 모두 주거침입죄에 의해 처벌될 수 있는 행위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에 의하면 사람이 주거하는 공간이나 관리하는 건조물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더불어 숙소에 침입한 후에 속옷을 훔쳤다면 절도와 성폭력특별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될 수 있다. 사생 택시를 이용해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뒤쫓는 행위는 아직까지 자체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지만 차량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앞지르기나 끼어들기 금지 구간에서 차로 변경을 하거나 불법 유턴을 하게 된다면 도로교통법 제22조 앞지르기 금지시기・장소위반 또는 도로교통법 제5조 신호・지시 위반에 해당돼 범칙금과 벌점이 주어질 수 있다.
  법적인 조치까지 받을 수 있는 사생팬들의 과도한 행위를 자극적인 기사와 눈요깃거리로 가공해 논란을 위한 논란을 부추기는 일부 언론들도 문제다. 국내 정상급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 회원인 전윤진 씨는 언론의 기사에 대해 “자극적인 제목과 흥미 위주의 내용으로 관심만 끌려는 것 아니냐”며 “이미 우리가 사생팬들의 문제점을 다 알고 있는 실정인데 대책은 없고 현상에만 초점을 맞춰 해당연예인과 팬들 모두 이미지만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생팬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발전했다. 사생팬 문제는 스타를 좋아하고 아끼는 것을 넘어선 범죄행위다. 사회와 개인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스타가 존재하는 한 사생팬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사생팬과 관련된 법안을 법제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사생팬 문제는 개인의 문제면서 동시에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팬덤의 주류를 이루는 청소년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채워줄 다양한 기회들이 사회로부터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하 기자
kjha021@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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