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는 올해 친환경농업의 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 및 유통 기반 확대를 위해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우수한 친환경농축산물의 학교급식 공급 확대를 지원한다고 발표하면서 친환경농산물 산업에 대한 청주시의 지원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청주시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 설립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도매시장 내에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 설립을 추진하며 친환경농산물 유통을 극대화시키고 친환경농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청주시와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 설립 추진위원회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어 그 내용을 알아봤다.
‘도매시장 내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 설립하라’
지난달 5일 청주시농수산물중도매인조합, 청주시농업인단체협의회, 대청호영농조합, 충북급식재료공급업협동조합 등이 참여해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 설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진위원회는 청주시 농수산물 도매시장 내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 설립을 촉구하기 위해 발족됐고, 한국농수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충북지회 이상복 추진위원장을 필두로 19명의 친환경농산물 관련 업종 관계자들로 꾸려졌다.
추진위원회는 관계자들의 뜻을 모아 같은 달 24일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 농수산물 도매시장 내에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를 설립하라’고 청주시에 요구했다. 청주시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5개 중도매인조합 구성원의 81%(총 116명 중 94명)도 유통센터 설립에 찬성하며 추진위원회의 요구에 힘을 실었다. 추진위원회의 요구는 친환경농산물 산업을 하는 중도매인과 농업인이 처한 현재 상황과 친환경농산물유통 산업의 안타까운 실태에서 비롯됐다.
현재 농산물 유통 산업은 안전하고 질 좋은 농산물을 우선하는 추세로, 이런 흐름 속에서 생산기술이 발달해 우수한 친환경농산물의 생산량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소비는 일부 유통에서만 이루어져 그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청주시도 마찬가지로, 청주시의 농산물 유통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청주시 농수산물 도매시장(이하 도매시장) 역시 친환경농산물 관련 유통 시스템은 전무한 실정이다. 때문에 버섯, 마늘, 무 등의 친환경농산물을 유통하는 도매시장 내 일부 도매상인들은 이를 별도의 구분 없이 일반농산물과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이 열악한 환경 때문에 도매시장 내 친환경농산물 유통은 극히 적은 양만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농산물을 다루는 중도매상인의 피해도 크다.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김성천 충북지회장은 “일반 농산물과 뒤섞여 판매되는 친환경농산물은 육안으로 보기에 일반농산물보다 질이 떨어져 보이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이 잘 구매하지 않는다”며 “팔리지 않고 신선도를 잃은 친환경농산물은 창고에 쌓이기 일쑤이고, 판로가 제한돼 있는 탓에 아예 출하시기를 놓치고 농산물 전체를 폐기처분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청호 영농조합은 오창 농협과 친환경농산물을 거래하다 중단되자 다른 판로를 마련하지 못하고 친환경농산물을 대량으로 폐기처분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추진위원회는 청주시의 농산물 유통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도매시장 내에 친환경농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유통센터를 설립해 친환경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지어진 서울강서도매시장 내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 또한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의 주도하에 설립됐다. 김성천 충북지회장은 “유통센터가 설립된다면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수입을 10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유통센터가 설립되면 친환경농산물 산업이 크게 활성화되고, 도매시장 또한 부상해 활기를 띌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친환경농산물 산업에서 도매시장의 중요성은 예전부터 강조돼 왔다. 한국농어민신문사의 2009년 5월 1일자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주최하에‘친환경농산물 도매시장 유통활성화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김호 교수는 “도매시장은 수급조절, 기준가격 형성, 출하규모화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며 “도매시장을 통하여 친환경농산물 유통 활성화를 이루고, 판로 부족 및 중계기구 부족 같은 친환경농산물 유통의 문제를 도매시장 원리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서울시농수산물공사 김주수 사장은 “친환경농산물은 품질에 대한 신뢰성 때문에 주로 폐쇄적인 경로를 통해 유통되는데, 이로 인해 판로 확보가 어렵고 농산물의 가격이 올라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친환경농산물의 도매시장 유통기반을 확립해야 한다”고 뜻을 전했다.
‘오창 농협 독점 막고 도매시장도 학교급식 공급업체 하겠다’
청주시는 올해 우수한 친환경농축산물의 학교급식 공급을 확대.지원하기로 했다. 2학기부터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축산물을 공급할 예정이며, 7월 식자재 공급업체를 선정한다. 친환경농축산물 공급업체는 사업자등록증 상의 소재지가 청주시인 업체 중에서 신청을 받아 선정할 예정이다.
도매시장은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를 설립해 판매장을 운영함과 더불어 확대되는 청주시친환경농축산물 학교급식에 7월에 선정할 예정인 공급업체로 참여하고자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도매시장은 일부 일반농산물을 학교급식으로 유통하고 있으며, 학교급식으로 얻는 수익은 도매시장 전체 수익의 10~20%에 이른다. 이상복 추진위원장은 “친환경농축산물 학교급식이 확대되고, 이를 담당하는 업체가 점차적으로 친환경농산물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을 전담하게 될 것”이라며 “도매시장의 생존을 위해서 친환경농축산물 학교급식 공급 경쟁에 뛰어들어 이를 막아야 한다”고 뜻을 전했다.
또한 추진위원회는 현재 청주시의 공고에 따르면 학교급식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는 오창 농협이 유일하다며 도매시장이 이에 함께 참여해 오창 농협의 독점을 막아야 한다고 뜻을 전했다. 사실 학교급식 공급업체 독점 문제가 발생한 것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삼 년 전 청주시는 오창 친환경농산물산지 유통센터(이하 오창 APC)를 청주시내 초.중학교 94개교의 학교급식 공급업체로 단독 선정해 한차례 논란이 일었다. 도매시장은 관련종사자들이 입을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며 청주시의 결정에 극렬히 반대했지만 청주시는 이들의 목소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도매시장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시청 소회의실을 점거하여 예정된 학교급식심의의 진행을 막는 등의 극단적인 행동까지 불사했다. 이후 새누리당 송태영 의원과 청주시의회, 충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까지 나서서 특혜의혹을 제시하자 청주시는 오창 APC의 학교급식 독점공급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이렇게 삼 년 전 학교급식 공급업체 독점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싶었으나 친환경농축산물 공급 확대 방안이 발표되자 또다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에 추진위원회는 도매시장이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를 설립해 학교급식 공급업체에 뛰어들어 오창 농협의 학교급식 공급의 독점을 막고 선의의 경쟁을 펼침으로써 청주시내의 학생들에게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를 위해 추진위원회는 도매시장이 자체적으로 잔류농약 검사시설과 660㎡ 규모의 저온냉장고를 도매시장 내에 마련해 공급업체가 되기 위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보건환경연구원을 둬 경매 전 농산물 검사를 실시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갖출 예정으로, 실제로 이를 추진하기 위한 도매시장 내에서 예산을 확보 중에 있다.
2013년 판로가 막혀 대량으로 폐기처분 된 친환경농산물. 사진제공 :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 설립추진위원회
청주시, 유통센터 설립 불가 판정 내려
그러나 현재 추진위원회의 도매시장 내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 설립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청주시가 도매시장 내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 설립은 불가하다고 표명한 것이다.
청주시가 내린 불가판정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농안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농안법 제22조(도매시장운영 등)를 보면 ‘개설자는 도매시장에 도매시장법인, 시장도매인, 또는 중도매인을 두어 이를 운영하게 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조항에 명시되지 않은, 이를테면 유통센터 같은 것은 설치 및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청주시는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를 설치할 경우 주차난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매시장의 구조상 주차공간이 협소하고, 차량 교행이 어려워 물류시스템에 혼선이 생기기도 하고 접촉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 상황에서 유통센터가 들어서면 주차난이 가중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청주시의 원예유통과 도매시장팀 김인수 팀장은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가 필요하다면 도매시장 밖에서 취지대로 법에 맞게 설립하길 바란다”며 “이 입장을 강경히 할 것이고 철회할 뜻은 없다”고 밝혔다.
추진위원회는 이러한 청주시의 입장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서울특별시는 시의 주도하에 서울가락동도매시장과 강서도매시장에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를 세우고 활발히 운영하고 있는데, 청주시에서 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청주시가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할 의무라는 것이다. 또한 유통센터 설립 시 일어날 주차난에 대해 유휴 창고 리모델링, 편익공동 휴지, 편익동 사무실 활용 등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해두고 있으니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상복 추진위원장은 “도매시장 밖에서 유통센터를 설립하라는 것은 매우 어처구니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공공성과 공익, 그리고 소비자들을 위해서 필히 도매시장 내에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 대형유통업체의 경우 농산물 소비가격 중 유통비용이 30~50%에 이르지만 도매시장은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유통비용 및 수수료가 5~7%에 불가하다. 따라서 도매시장 내에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가 설립되면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우수한 품질의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고, 생산자는 수취가격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추진위원회는 청주시의 불가 판정에 반발하며 도매시장 내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의 설립을 끝까지 요구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또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총파업, 경매거부, 시위 및 집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투쟁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김성천 충북지회장은 “청주시의 불가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청주시의 이러한 결정은 도매시장 내의 친환경농산물을 버리겠다는 처사이다”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농업에 관련하여 종사하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져야 젊은이들이 농업에 뛰어들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친환경농산물 산업을 육성하여 농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희 기자
namhee6741@cbnu.ac.kr








김남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