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도심지에서 ‘씽크홀‘이 연이어 발생하며 인명피해와 통행불편 등 각종 피해를 유발했다. 이어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앞다퉈 관련 기사를 보도하기 시작했고, 씽크홀은 명실상부하게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또한 언제 어디에 발생할지 모르는 씽크홀 때문에 시민들의 불안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씽크홀 주의보’의 ‘매우 위험’ 수준까지 다다른 것이다. 이에 씽크홀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 씽크홀에 대해 알아봤다.
세간의 이슈 ‘씽크홀’의 발생
‘씽크홀(sinkhole)’은 땅이 갑자기 가라앉아 생긴 구멍을 말한다. 씽크홀은 대체로 위에서 봤을 때 둥근 모양으로, 거대한 원통 혹은 원뿔형 공간이 지하에 생기며 그 크기는 매우 다양하다. 해외에선 종종 지름이 수십 미터, 깊이는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의 씽크홀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 학교 토목공학부 안광국 교수는 “‘씽크홀(sinkhole)’이란 명칭은 ‘sink’와 ‘hole’이 합쳐진 것으로, 주로 해외에서 지질학적 원인에 의해서 대규모로 종종 발생하는 구멍을 명명하는 말로 쓰였는데, 우리나라에서 최근 급격히 늘어난 현상을 통칭하는 말로써 차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지반침하’, ‘도로함몰’, ‘도로침하’ 등과 같이 씽크홀을 나타내는 단어가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씽크홀은 ‘땅꺼짐’이란 우리나라 말로 순화 가능하다.
씽크홀이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자연적인 것과 비자연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씽크홀은 규모는 작지만 이미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발생해왔는데, 주로 석회암 지역에서 지하수에 의해 석회암의 주요 성분인 탄산칼슘이 녹으면서 지하에 동공 즉 빈 공간이 생겨 땅이 꺼져 내리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 밖에도 지하수가 지하의 소금층이나 석고층을 녹여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 대부분이 단단한 화강암층이나 편마암층으로 이뤄져 있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씽크홀은 발생빈도가 드물고 그 규모도 작은 편이다.
비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씽크홀은 주로 지하수 네트워크를 인위적으로 바꾸고 지하수를 빼내는 등의 소.대규모 공사와 지하 상하수도의 노화 때문에 발생한다. 최근 도심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씽크홀은 대부분 이러한 인공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도심지 내의 상하수도로 인한 싱크홀 발생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내에서 2010년부터 2014년 7월까지 발생한 씽크홀 건수가 총 3,119건인데, 그중에서 하수관 손상에 의한 것이 2,636건(약 84.5%)으로 각 원인별 도로함몰 건수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빨간불 켜진 씽크홀 위험주의보
우리나라에 씽크홀이 발생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씽크홀은 예전부터 종종 발생하곤 했지만 발생빈도수가 적고, 주로 지방에서 발생해 크게 이슈화되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씽크홀의 위험이 사회적으로 처음 알려진 것은 2005년이다. 그해 1월 28일 전남 무안군 무안읍에서 발생한 씽크홀로 인해 방앗간 한 채가 땅속으로 사라진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2008년 5월 24일 충북 음성에서 발생해 건물 붕괴 등을 유발한 싱크홀과 함께 방송에 소개돼 이목을 끌었다. 이후 2012년 2월 8일 인천광역시에서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 지름이 10m, 깊이가 20m에 달하는 씽크홀이 생겨 오토바이를 타고 그 도로를 지나던 남성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 2014년 8월 초부터 도심인 서울 송파구 석촌동 왕복 6차선 도로에서 발생한 이후 서대문구, 동대문구 등 도심 곳곳에서 씽크홀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도심지역에 씽크홀의 발생빈도수가 급격하게 늘어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2일에도 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중 하나인 삼성중앙역 2번 출구 근처에서 6개의 씽크홀이 잇따라 발생했는데, 2번 출구 인근 4차선 도로 위에 난 가로 1.8m, 세로 1.2m, 깊이 0.6m의 구멍에 3명이 탄 승용차 1대의 바퀴가 빠졌고, 그 바로 옆 인도에 생긴 구멍들 때문에 행인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씽크홀은 조사결과 지하철 공사 때 보도 하부에 옮겨 설치한 600㎜ 하수관 접합부 시공이 불량해 사이가 벌어지고 주변 토사가 유실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씽크홀 발생 지역 인근을 자주 지나가는 박인호(서울시 강남구.34) 씨는 “도로에 난 구멍 때문에 통행이 어려워 불편하고, 구멍 난 도로가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아 길을 지날 때 눈살을 찌푸리게 됐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전했다. 김민정(서울시 강남구.32) 씨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이 부근인데, 언젠가 내 집 근처에도 씽크홀이 나타날까 봐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달에도 몇 차례나 씽크홀과 동공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쏟아졌던 서울은 현재 그야말로 ‘씽크홀 위험지역’이다. 서울시내의 씽크홀 발생빈도도 해가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0.1m×0.1m 크기 이상의 도로침하와 동공을 포함한 씽크홀이 2010년도에 435번, 2011년도에 573번, 2012년도에 689번, 2013년도에 854번, 2014년도 7월까지 568번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평균적으로 매년 약 24%나 증가한 셈이다. 특히 송파구에선 2010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총 866번이나 도로함몰이 발생했는데, 이는 전체의 약 28%로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이에 송파구 시민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지선(서울시 송파구.22) 씨는 “길을 지나다닐 때마다 갑자기 땅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생긴다”며 “어서 해결책을 마련해 마음 놓고 길거리도 걷지 못하는 불안한 현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씽크홀에 안전하지 못한 충청북도
충청북도(이하 ‘충북’) 역시 씽크홀의 위험에서 안전한 지역이 아니다. 오히려 ‘위험성이 내재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학교 토목공학부 안광국 교수는 “특히 충북 북부지역은 주로 석회암으로 이뤄진 지대가 많아 언제든지 씽크홀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충북 곳곳에 있는 폐광 인근 지역도 씽크홀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2008년 5월에 씽크홀이 발생했던 충북 음성군도 폐광 인근이었고, 충북 청원군의 폐광 인근에선 2007년, 2010년, 2013년도에 각각 한 차례의 씽크홀이 발생했다. 특히 2010년도와 2013년도에 발행한 씽크홀은 그 크기가 각각 지름 20m, 깊이 30m와 지름 25m, 깊이 15m로 큰 규모에 속했다. 충북 단양의 경우에도 지난해 8월 19일 폐광 입구 근처에서 씽크홀이 발생했다. 안광국 교수는 “광산 개발 당시 폐광에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광업을 위해 인위적인 장치를 한 지하수를 방치해 씽크홀이 발생한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최근에는 충북 증평군에서 두 차례의 씽크홀이 발생했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에 위치한 현대아트빌 입구에 발생한 씽크홀은 민원 청구 이틀 만에 복구됐다. 증평읍에 거주하는 익명을 요구한 시민은 “땅속이 보일 만큼 구멍이 깊어 보기 싫었고, 입구에 나 있어 통행이 불편했다”고 씽크홀 발생 당시를 설명했다. 역시 증평읍에 위치한 1988년 완공된 한성아파트 주차장에도 가로 1m, 세로 50㎝, 깊이 40에서 60㎝가량의 구멍이 나 있었다. 지난 13일 취재 당시 이 씽크홀은 방치된 채였고, 군청에서 씽크홀 주변에 안전 펜스를 설치해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한성아파트 주민인 김재현(증평군.85) 씨는 “씽크홀이 생긴 지 한 달 남짓 된 것 같다”며 “어느 순간부터 주차장 땅이 갈라지고 깨지는 듯싶더니 갑자기 땅이 가라앉았다”고 씽크홀 발생 당시를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주차장의 여러 군데가 갈라지고 있는데, 언제 다시 땅이 무너질지 몰라 불안하다”며 “하루 빨리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취재 결과 주민의 말처럼 씽크홀 근처에는 씽크홀에서부터 시작된 금이 크게 이어져 있었고, 그 외의 주차장 곳곳에서 작은 씽크홀과 금이 가고 깨진 콘크리트단면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씽크홀을 메우지 않고 방치할 경우 주변 지대가 받는 힘이 커져 추가 함몰의 가능성이 있어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한성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조사 결과 하수관 노화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유지 내에 발생한 씽크홀이라 공공기관이 개입하기 힘들어 보수가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5일 원인 검사를 마치고 17일 주민회의를 통해 씽크홀을 보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씽크홀’ 틀어막는 대책 쏟아져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 연이어 터져나오는 씽크홀 발생 관련 보도에 시민들의 불안감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관련 기관들은 너도나도 대응책을 내놓았다. 씽크홀을 담당하는 관련 부처인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8일 ‘환경 분야 국민안전대진단을 씽크홀 대응대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은 ▲지하철 공사 등 지하 굴착이 수반되는 대형 공사장에 대한 안전조치 강화를 통한 하수관로에 구조적으로 미치는 영향 예방 ▲노후 하수관로 정밀 조사 추진 지원 ▲봄철 해빙기를 맞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반침하 사전 예방을 위한 비상조치반 운영 등이 있다. 또한 환경부는 지난달 11일부터 ‘지반침하 예방을 위한 노후 하수관로 정밀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조사는 이번달 초부터 2016년 말까지 진행되며 20년 이상 전국 노후 하수관로 약 4만km를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씽크홀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국토교통부 역시 지난 2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자체의 씽크홀 예방을 지원하기 위해 지반탐사반을 본격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시설안전공단에 설치한 지반탐사반은 지표면을 탐사하는 장비인 지표투과레이더와 전문 인력을 갖추고 지난달 2일부터 전국의 지반 탐사가 필요한 의심지역을 우선순위에 따라 점검하고 있다.
한편 안광국 교수는 “씽크홀을 예방하기 위해선 소.대규모 공사 시 지하수 네트워크를 면밀히 검토한 후 설계해야 하고, 상하수도 내구 연한을 살펴 조기에 예산을 투입해 교체를 하는 등의 시스템 구축을 해야 한다”며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실행에 어려움이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씽크홀 예방을 위해선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또한 “재난이나 재해가 일어나도 이를 극복하고, 후에 다시는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원인을 살피고 대책방안을 설립 및 보완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중시해야 한다”고 씽크홀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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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