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은 최악의 정책이다. 돈을 주는 것이지 복지를 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우리 학교 초청강연에 참석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 말이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무상급식에 대한 문제점을 강조했다. 현재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폐지를 계기로 무상급식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우리 지역에서도 무상급식 예산 분담 문제로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갈등을 빚고 있다. 지자체 중심으로 확산된 무상급식이 점차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공약의 ‘우선’이 된 무상급식
무상급식이 공약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92년도다. 당시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의 대선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처음 제시했다. 당시 노태우 정부에서도 ‘제7차 사회발전 교육부문 5개년 계획’을 세우고, 1997년 이내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주요 내용으로 언급됐다. 그러나 외환위기(IMF)가 터지면서 ‘제7차 사회발전 교육부문 5개년 계획’이 취소됐고 무상급식도 유명무실화 됐다.
그 후 무상급식 공약이 수면에 떠오른 것은 지난 2010년이다. 당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동시에 뽑는 ‘6.2 지방선거’가 있던 해였다. 경기도 교육감선거에 출마했던 김상곤 후보는 “무상급식은 자유, 평등, 박애의 교육”이란 구호를 걸고 경기도 무상급식 공약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그는 당시 YTN 인터뷰에서 경기도 교육을 “새로운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이끌려면 초.중.고교의 무상급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무상급식 정책은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됐다.
당시 서울특별시에서도 무상급식으로 팽팽하게 의견이 대립됐다. 찬성 측에서는 보편복지를 주장했고, 반대 측은 포퓰리즘이라며 맞섰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반대 입장을 밝히고, 주민투표를 통해 자신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강수를 두었다. 그러나 주민투표율이 유효 투표율(33.3%)에 못미치는 27.5%에 머물러 개표조차 못하고 주민투표는 무산됐으며, 그는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무상급식의 정책 확산에는 충청북도가 선도적 역할을 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기용 충청북도 교육감 후보는 ‘새싹부터, 어린이부터’라는 슬로건을 걸고 무상급식을 포함한 8대 핵심 정책을 내세워 교육감에 당선됐다. 그는 공약대로 2011년부터 고등학교를 제외한 모든 학교에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했다. 충청북도 교육청 김영숙 주무관은 “2011년도에 도청과 교육청이 합의서를 체결하고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했다”며 “식품, 인건비, 운영비를 포함한 비용을 각각 50%로 나눠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산 때문에 흔들린 ‘학생들의 급식’
우리 학교가 위치한 충청북도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했다. 하지만 현재 충청북도는 급식예산 분담을 두고 도청과 도교육청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전채예산의 40%에 달하는 인건비를 두고 도청은 도에서 부담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식품비와 운영비만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도교육청은 도청과 협의한 ‘무상급식 분담 매뉴얼’을 근거로 전체예산을 각각 50%로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도청에서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신청한 결과, 무상급식 인건비의 일부가 정부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청은 이 사실을 모른 채,지금껏 무상급식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지난 1월 도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인건비를 포함한 식품비와 운영비의 분담을 논의하자”고 전했다.
이에 당장 내년도 무상급식예산이 반 토막 나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충청북도 교육청 김영숙 주무관은 “기본 합의서를 근거로 ‘무상급식예산 분담 매뉴얼’을 체결했음에도 도청이 인건비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인건비도 급식예산의 일부이기 때문에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교육청의 경우 매뉴얼을 기반으로 하여 예산분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반대로 충청북도청 유은상 주무관은 “무상급식 예산에서 인건비를 부담하는 시도는 충청북도밖에 없다”며 “도교육청과 논의를 통해 서로 간 합의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언론에서 내년 급식예산 편성에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지만, 조속한 합의를 통해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이광희 의원은 “지난 2011년에 무상급식의 예산분담을 협의하기 위해 ‘무상급식 예산분담 합의서’를 작성했다”며 “그리고 다시 2012년 인건비, 식품비, 운영비 등의 분담을 재합의한 것이 ‘무상급식 예산분담 매뉴얼’”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일로 매뉴얼이 제 역할을 잃어 도청과 도교육청이 다시 재합의를 통해 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시 밥상 위에 오른 ‘무상급식’
정치권에서 무상급식이 다시 쟁점화되자, 시민들 사이에서도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기자는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과 청주시 성안길에서 무작위로 무상급식 찬.반설문조사(300명 표본)를 진행했다. 청주시 성안길에서 진행된 무상급식 찬.반설문의 결과는 찬성 82.7%(248명), 반대 17.3%(52명)로 집계됐다. 찬.반투표에 참여한 신흥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엄태훈 학생은 “경제력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모두를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상급식을 한다고 급식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중.고등학생과 학부모들은 무상급식을 해도 급식의 질에서 별 차이가 없고, 가계에도 일정부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 정태일 교수는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정당한 권리이자 요구라는 인식이 사회적 저변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무상급식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복지체계의 점검이 필요할 때”라고 전했다.
반면,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 설문조사(300명 표본)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찬성은 43.7%(131명)인데 비해, 반대는 56.3%(169명)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에 반대표를 던진 이빛나(경영학부.13) 학생은 “많은 예산을 들여 무상급식을 하다보면 정부재정에 많은 부담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급식의 질을 떨어트릴 수 밖에 없고 결국 피해는 학생들이 보게 될 같다”고 전했다. 반대로 찬성을 한 최승환(기계공학부.09) 학생은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지원하는 것은 의무교육의 일부라고 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한다”며 “만약 국가재정에 부담이 된다면 학부모들은 세금을 더 부담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좋은 밥을 먹이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에 급식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태일 교수는 “무상급식은 대학생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없기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가 더 높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보편적 복지 정책은 저마다 다른 환경에 처해 있는 국민들의 사회적 동의가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만큼 정치권에서 복지제도를 신중히 접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표를 의식해 정치적 공약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무상급식은 ‘보편복지의 쟁점’
전문가들은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적 복지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복지의 적용범위를 놓고 전문가들도 의견을 달리하지만, 사회적 결정과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이상호 사무국장은 “국민적인 여가활동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국민의 복지 욕구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예산이 많이 든다고 보편적 복지를 외면하면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보편복지의 특성상 예산부담이 큰 만큼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복지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참여연대 민생복지위원회 심현덕 간사도 “보편복지의 경우 국가가 가용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냐가 중요하다”며 “낭비되는 예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인 복지예산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화여대 행정학과 박정수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복지제도의 형성속도가 빠르다”며 “이를 제어하는 제도적 장치는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보편복지를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 제도적인 손질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한다. 정태일 교수는 “비용부담을 두고 갈등이 야기되는 것은 ‘지방교육자치법, 학교급식법, 자치단체의 조례’ 등과 같은 제도가 제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지자체의 특성상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무상급식에 대한 국가예산의 50% 확보를 내용으로 하는 ‘학교급식법전면개정안’이 2012년 국회에서 발의되었는 데 이 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전했다. 박정수 교수도 “현재 교육감의 경우 직접적인 과세권이 없기 때문에 재정상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다”며 “각 지자체로 분할된 복지.교육예산을 묶어 행정적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우선적으로 보편복지를 시행할 때는 국민적 동의를 반드시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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