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초등학교 3학년이 사용하는 교과서는 전부 한글로 그 내용이 적혀있다. 그런데 지난해 교육부에서 인문.사회학적 소양 함양과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한자 교육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국어 및 한자 교육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는 뜨거운 감자가 돼 사람들 사이에서 연신 화두에 올랐고, 이에 대한 각 관계자들 간의 의견은 찬반으로 극명하게 나눠져 서로 대립했다. 이에 초등 교과서의 한자 표기에 대한 시대별 변화와 더불어 각계 관계자 및 시민들의 찬반 입장을 살펴봤다.
교육부,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방안 발표해
지난해 9월 24일 교육부는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이하 교육과정 총론)’을 발표했다. 교육과정 총론은 학생들이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을 함양해,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취지로 추진됐고, 인문.사회학적 소양 함양과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개정 방향을 포함했다. 그리고 최근 개정 방향의 세부사안 중 ‘한자 교육 활성화를 위한 초·중·고 별 적정 한자 수(數) 명시 및 교과서 한자 병기(倂記) 확대 방안’이 관련 관계자들 간의 열띤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한자 교육 활성화를 위한 초·중·고 별 적정 한자 수(數) 명시 및 교과서 한자 병기 확대 방안’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내용은 바로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한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초등 교과서의 한자 병기는 2018년부터 본래 한글만 표기했던 초등학교 3.4학년 교과서에 400에서 500자가량의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도록 권장하는 교과서 집필기준 지침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같은 교육부의 발표 이후 이에 대해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자 병기에 대한 규정은 1894년 제1차 갑오개혁 이후부터 수차례 변화했다. 제1차 갑오개혁을 통해 우리나라는 국문서에 한글이나 국한문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1948년 헌법 제정과 동시에 ‘한글전용법’이 만들어져 한글전용법의 규정에 따라 공용문서는 한글로 표기했다. 다만 필요할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었다. 이에 교과서를 포함한 각종 공문서에는 한글이 쓰이게 됐고, 한자를 사용할 때에는 한글과 한자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그 범위가 제한됐다.
1963년부터 1972년까지 이어진 제3공화국 시절에는 정부가 한자 배척 정책을 추진해 학교 내 한자 교육이 사라지고, 교과서에 국한문 및 한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됐다. 언론 역시 한글 사용을 권장하는 압력을 심하게 받았다. 이에 한자 및 국어 관련 학회와 언론의 반발이 크게 일어나 중등교육과정에서 한자를 교육하는 것까지 허용됐다. 1972년 8월 16일에는 ‘한문과 교육과정 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된 중·고등학교 한문 교육용 제한 한자 1,800자가 공표됐다. 이후 1990년대부터는 한자의 존속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다시 도로표지 및 지명 표기 등에 한자를 병기하기 시작했고, 1998년에는 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가 결성되는 등 한자 사용의 폭이 점차적으로 넓어졌다.
그러나 2005년 1월 ‘국어기본법’이 공포되고 같은 해 7월 시행되면서 공문서에 한자를 쓸 때에는 괄호 안에 넣어야 하고 이때 한자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만 해당하게 하는 등 한자 사용의 폭은 다시 제한됐다.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문 관련 서적과 법학 서적 등을 제외한 서적에는 한자의 혼용을 자제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과정 총론은 현재 유지되고 있는 한자 사용과 한자 교육의 틀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한 만큼 관련 관계자로부터 현재까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립 양상 심해지는 찬반 논쟁
교육부의 교육과정 총론 발표 당시에도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고, 지난해 10월 7일 한글 학회를 포함한 56개 한글문화 및 학부모 단체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자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찬반 논란은 잠시 소강상태로 들어섰다가 지난 3월 19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임시총회를 열어 교육부에 ‘초등 교과서 한자 철회 및 반대 의견’을 건의하기로 해 다시 논란의 불씨가 던져졌다. 그 뒤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를 ‘한문과 교육과정 개정 연구안’에 포함시키고, 한자 전공 연구원이 이에 대한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나 본격적인 찬반 논쟁에 불이 붙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임시 총회 이후 이들뿐만 아니라 여러 관련 단체가 이에 대해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의 초등위원회 노미경 위원장은 “교육부가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인문.사회적 소양을 위해 한자 병기를 진행한다고 했는데, 이것이 한자 교육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만일 한자 병기가 시행되면 영어가 사교육의 주범인 것처럼 한자도 사교육의 주범이 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에 일조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다. 한편 전교조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를 철회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글문화연대 경인환 운영위원도 “한자 병기가 실행되면 초등학생들이 교과서를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학습 성취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은 더 나아가 초등학교 고학년들의 학습의욕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반면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소속의 월간 <한글포스한자문화> 전광대 편집장은 “한자는 학문을 배우는 도구로써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자는 매우 중요하다”며 “한자는 어릴 때부터 교육할수록 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교 1·2 학년의 학습 목표는 글을 읽는 것이고, 3학년 이상 학년의 학습목표는 글을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어의 의미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일상 언어의 70%가 한자로 돼 있어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 위해 그 시기에 한자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자 병기에 대한 찬성의 뜻을 밝혔다.
곳곳에서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여론조사 실시해
이처럼 찬반 논란이 확대되자 전교조를 비롯하여 몇 관련 기관은 이에 대한 여론조사에 나섰다. 전교조는 15일부터 19일 동안 전국 초등학교 교사 2,215명을 대상으로 초등 교과목 한자 병기 찬반투표를 포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초등 교과목 한자 병기에 대해 ‘찬성’ 10.3%, ‘반대’ 87.8%, ‘잘 모름’ 1.5%으로 현장의 한자병기에 대한 저항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에 참여한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과서 개정이 너무 자주 이뤄져 업무에 지장을 준다”며 “한자 병기를 포함한 여러 교과서 개혁안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뜻을 전했다. 지난 2월 한국초등국어교육학회에서 전국 초등학교 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341명(34.1%), ‘반대’ 659(65.9%)명으로 전교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와 마찬가지로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반면 교육부의 정책연구진인 경북대 강현석 교수가 초·중·고 교사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에 대해 ‘찬성’ 47%, ‘반대’ 22.5%, ‘보통’ 30.5%으로 상당수의 교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조사를 실시한 기관에 따라 결과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 나타났다. 때문에 현 상황에서 섣불리 교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이에 충북대신문도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찬반투표 결과 총 323명의 시민들 중 ‘찬성’ 192명(59.4%) ‘반대’ 131명(40.6%)로 찬성의견이 약간 우세했다.
시민들 중 찬성 측은 주로 한자 교육의 필요성이 크고, 한자 교육에 따른 학습효율이 증대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에 찬성한 이파엘라(흥덕구·43) 씨는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데 있어서 한자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초등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한자를 익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들 중 반대 측은 굳이 그 방안을 시행할 필요가 없는 것 같고, 초등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에 반대한 김지민(서원구·36) 씨는 “딸애가 초등학생인데, 이미 학업에 대한 부담감을 꽤 크게 가지고 있다”며 “기존 과목 공부도 벅찬데 한자까지 더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에 대해 아직 정확하게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한발 물러서서 정세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여러 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공청회를 거쳐 오는 9월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관련 정책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방안이 초등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한자 사용 및 교육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찬반 측 의견을 모두 고려하는 신중한 결정이 요구되고 있다.
김남희 기자
namhee6741@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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