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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호
여전히 ‘빨간불’인 장애인 이동권
제 892 호    발행일 : 2015.05.04 

버스와 지하철은 시민의 발이다. 그만큼 우리 삶에서 가장 밀접한 대중교통수단이다. 지난 2004년 정부는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을 마련했다. 법률 내용에는 교통약자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을 안전하고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기됐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나라의 장애인 이동권은 갈 길이 멀다. 저상버스 비율은 16.4%에 불과하고, 시외.고속버스 부문에서는 아예 도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깨진 점자블록과 움푹 파인 인도로 인해 장애인들의 이동이 위협받고 있다.

 

 

아직도 ‘더딘걸음’인 이동권 보장

  지난 2001년 오이도역에서 명절 귀성에 나선 장애인 부부가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휠체어 리프트를 지탱하는 와이어가 끊기면서 계단 위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당시 리프트에 탑승하고 있던 박소엽 할머니가 병원이송 도중에 숨졌다. 이후로도 수많은 장애인이 리프트에서 추락했다.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추락사건을 시작으로 2002년 송내역, 2003년 발산역과 종로3가역에서도 장애인 관련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장애인이동권연대가 수도권전철 역사의 휠체어 리프트를 안전 검사한 결과, 전체 1,485대 중 861대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일부 리프트는 당장 수리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열악한 장애인 이동시설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장애인 이동권’이 점차 주목받기 시작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상용 조직팀장은 “2001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부부가 리프트에 추락한 이후에도 여러 번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며 “이때부터 시민단체들이 정부와 지자체에 이동권 개선을 위한 요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역사에 있는 모든 장애인 리프트를 교체하고, 저상버스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회에서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2003년), ‘장애인차별금지법’(2007년)이 각각 발의됐다. 하지만 제도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관련 사고는 계속됐다. 2010년 대전시 서대전네거리역, 2012년 양주시 덕정역, 2014년에는 용산역에서 같은 사고로 장애인이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이상용 조직팀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 14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지하철 이외 버스나 기차도 장애인들이 탑승하는 데 위험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버스를 타지 못하는 장애인들

  현재 우리나라 전체버스 중 저상버스 비율은 16.4%(2013년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자료)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서울시 33.3%, 청주시 22%순으로 대부분의 저상버스는 대도시에 집중되고 있다. 사실상 농어촌버스에는 저상버스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장애우 권익문제연구소 김강원 팀장은 “최근 들어 교통약자에 대한 여러 논의가 이뤄졌고, 그중 장애인 이동권이 많은 이슈가 되고 있다”며 “2000년대 초반부터 장애인 시민운동도 활발해지면서 실제로도 많은 성과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OECD 평균에 비해서는 장애인 예산이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저상버스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2017년까지 저상버스 비율을 55%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목표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3년간 1620여 대의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한다. 매년 324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2015년 서울시 저상버스 도입예산은 130억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청주시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저상버스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 전체 버스 388대 중 88대가 저상버스로 운영되고 있다. 청주시에 운행하는 버스의 22%에 불과한 것이다. 버스를 이용하는 한 익명의 장애인은 “저상버스가 많지 않다보니 대기시간이 40여 분에 이른다”며 “도로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곳이 많아 리프트가 내려오지 못한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부족한 저상버스 대수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청주시는 시내 주요노선인 1번부터 85번 노선에 저상버스를 투입하고 있다.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윤문수(청주시 상당구.62) 씨는 “저상버스가 투입된 노선이 충북도청과 사창사거리를 통과하는 시내 주요노선”이라며 “각 운수업체마다 매년 2대씩 저상버스가 도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콜택시가 생긴 이후로도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대수를 늘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청주시는 2016년 내 저상버스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부터 29대를 확보해야 하지만, 올해 저상버스 도입예산이 12억 9천만 원(저상버스 대당 구입비용 1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불러도 오지 않는 ‘콜택시’

  2009년 7월 1일부터 청주시는 ‘청주 해피콜’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 콜택시(특수 승합차량)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의 편의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 청주시의 입장이지만, 정작 콜택시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박종욱(청주시 상당구.45) 씨는 “해피콜의 운행 차량대수가 부족하다 보니 며칠 전부터 예약해야 한다”며 “급한 일이 생길 때는 사실상 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어 불편함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9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는 장애인들이 며칠 전부터 콜택시를 예약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즉시콜’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안종태 (청주시 상당구.81) 씨는 “평균 하루에 10여 통 정도를 전화해야지만 겨우 콜택시 담당자가 전화를 받는다”며 “콜택시 예약이 선착순이다 보니 매일 자정만 되면 전화기 앞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시설관리공단 박상선 관계자는 “관내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다보니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며 “앞으로 서비스개선에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는 우리 학교 신학생회관부터 사창사거리인 1.1km의 거리를 각각 ▲일반걸음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휠체어)으로 가봤다. 그 결과, 일반걸음으로는 12분 10초가 걸렸지만 휠체어를 타고 갈 때는 무려 34분 22초가 소요됐다. 이동하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당장 쪽문에는 경사로가 마련되지 않아 중문 쪽으로 멀리 돌아가야만 했다. 곳곳에는 움푹 파인 곳이 많았고 턱이 높아 휠체어가 오르지 못한 적도 많았다. 결국 기자는 차도를 이용해야 했다.

 

 

끊어진 인도, 가로막힌 장애인

  이처럼 장애인들은 인도에 휠체어가 다니기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기자가 체험할 때도 인도에는 입간판과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어 휠체어가 다닐 공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차도에서도 문제가 드러난다. 휠체어의 경우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행자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휠체어가 차도로 다니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안종태(청주시 상당구.81) 씨는 “보도블록이 튀어나오거나 아예 움푹 파인 곳이 많아 휠체어를 사용하기 매우 불편하다”며 “멈추기 어려운 휠체어의 특성상 바로 뒤집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차도로 휠체어를 몰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불법이라 과태료를 물어야 된다”고 우려를 전했다.
  기자가 시각장애인용 막대기를 들고 이동한 결과, 일반걸음보다 세 배에 가까운 35분 27초가 걸렸다. 심지어 전체 1.1km 중 점자블록이 있는 인도는 단 74m에 불과했다. 점자블록이 있는 인도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인 것이다. 아예 사창사거리 횡단보도 쪽에는 점자블록이 뒤바뀐 채로 방치됐다. 시각장애인연합회 충북지회 박상명 국장은 “시각장애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이동권에 대한 부분”이라며 “한치 앞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점자블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점자블록 색깔에 따라 이동하는 장애인이 많기 때문에, 점자블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자칫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선호 기자
preferenc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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