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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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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희
말 많고 탈 많은 음란물 퇴출기
제 893 호    발행일 : 2015.05.18 

지난달 1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시행했다. 그 내용은 웹하드 및 P2P 사이트 등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이하 특수VACC) 업체의 음란물 유통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뭇 남성들과 관련 업체들이 들썩였다. 뿐만 아니라 개정안을 둘러싼 허무맹랑한 루머가 사람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이에 시행 전부터 난항을 겪던 개정안은 시행 이후 법률 내부의 문제점이 점점 수면위로 떠올라 또 다시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이에 개정안을 둘러싼 루머의 진실과 거짓, 개정안의 내부를 살펴봤다.

 

시작부터 험난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제출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이하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 개정안은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수단 제공방법 및 절차 등의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과 그 시행에 대해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리하기 위해 시행됐다.
  주요 내용은 ▲특수VACC의 음란물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화 ▲이용자보호업무 평가 대상, 기준 등 규정 ▲이동통신사가 청소년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청소년 유해정보에 대한 차단수단 제공 의무화, 이 세 가지로 추릴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의 주목할 만 한 부분은 ‘특수VACC의 음란물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화 방안’이다. 이때 특수VACC란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시에 따르며 웹하드와 P2P 사업자를 포함한다. 이전에는 특수VACC 내의 음란물 유통관련 법 조항이 없었고, 다만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아동 및 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판매.배포.제공해 돈을 버는 행위만 금지돼 있었다. 그런데 이 개정안 시행으로 인해 특수VACC의 음란물 유통관련 법률이 제정된 것이다. 이에 이 개정안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남성들뿐만 아니라 특수VACC 업체, 음란물 유통업체 사이에서 큰 화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남성 가입자가 대다수인 인터넷 카페 등에선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인 게시글이 연일 넘쳤고, 네티즌들은 이 법에 반대하며 정책을 조롱하는 각종 패러디물을 만들며 이 개정안에 ‘딸통법’이라는 별칭을 만들어 부르는 등의 조롱을 일삼았다.
  김성욱(남양주시 호평동.20) 씨는 “이 법이 시행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웹하드까지 음란물 단속을 하는 것은 남성의 성적 개인권을 너무 침해하는 것 아니냐”며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재호(경기도 일산동구.22) 씨는 “얼마 전에 간통죄에 대해 위헌판결 내놓고, 이렇게 음란물에 대한 재제를 가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어차피 성인인증이 있어 성인만 사용하는 콘텐츠인데 이걸 성인에게까지 유통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네티즌 사이에선 이 개정안이 시행되는 4월 16일 이후에는 인터넷에서 음란물을 더 이상 다운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 전에 미리 다량의 음란물을 다운받는 일명 ‘음란물 노아의 방주’가 유행했다. 또한 네티즌들은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를 인용해 마치 슬로건처럼 사용하며 이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4월 16일 괴담’ 그 진실과 거짓
 
  사람들의 이러한 부정적 반응이 더욱 확산된 것은 인터넷에 이 개정안에 대한 온갖 루머가 떠돌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명 ‘4월 16일 괴담’이라 불리는 이 루머는 일파만파로 퍼져나가 사람들에게 빠르게 확산됐고, 사람들은 루머를 통해 이 개정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가장 널리 퍼진 루머 중 첫 번째는 특수VACC를 통해 음란물을 다운받는 것이 금지되고, 만약 이것이 적발되면 최대 2,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비윤리적이고 변태적인 성행위가 등장하는 음란물은 그 규제가 더욱 심하다고 한다. 특히 일본 AV(Adult Video) 다운로드는 무조건 처벌대상이며 이는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사람들 사이에 가장 넓게 퍼져 있는 루머 중 하나로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주범이다. 실제 김범정(고양시 덕양구.25) 씨도 “인터넷에 음란물을 다운받기만 하면 처벌받는 줄 알고 있었다”며 “그 때문에 관련 사이트에서 모두 탈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 개정안은 음란물을 유통하는 업체들을 규제하는 것이 그 목적으로, 특수VACC을 대상으로 한 법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란물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음란물을 불법적으로 유통시킨 특수VACC 업체 측이 법률 적용대상이며, 개인인 일반 다운로더는 해당사항이 없다. 다만 업로더를 전문으로 하는 헤비 업로더의 경우는 개인이라도 처벌 대상이다. 또한 일본 AV의 경우 이에 대한 특수한 처벌은 개정안에 명시된 바가 없을 뿐더러 이 역시 다운로더는 처벌대상이 아니다. 다만 개정안 시행 이전부터 우리나라는 음란물과 음란한 요소를 포함한 제품의 수입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제작된 음란물을 수입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이 루머에 대해 몇 웹하드 및 P2P 업체가 포함된 사단법인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 김호범 사무국장은 “이용자들 사이에 다운로더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유언비어가 돌아 걱정된다”며 “업체 측은 사람들이 이 루머에 휩쓸려 특수VACC 사이트 이용을 꺼려하는 것을 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개인들 간 파일 공유 프로그램의 일종인 토렌트(Torrent)로 음란물을 유통할 경우에도 처벌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네티즌뿐만 아니라 언론 기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령의 대상인 특수VACC란 미래창조과학부장관에게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을 등록한 자 중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역무를 제공하는 자이다. 이때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역무란 ▲개인 또는 법인(단체 포함)의 컴퓨터 등에 저장된 저작물 등을 공중에게 업로드 한 자에게 상업적 이익 또는 이용편의를 제공하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 ▲개인 또는 법인(단체 포함)의 컴퓨터 등에 저장된 저작물 등을 공중이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하고, 다운로드 받는 자가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로 사업을 하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 ▲P2P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 또는 법인(단체 포함)의 컴퓨터 등에 저장된 저작물 등을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여 상업적 이익을 얻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부가통신역무를 말한다. 이에 청주흥덕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 오완균 팀장은 “토렌트는 국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국내법의 대상이 되지 않아 개정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다만 청소년 유해매체 차단 및 아동청소년 음란물에 대한 단속은 토렌트 역시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국가차원에서 합법적 음란물을 만들어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 후 최종 선정된 사람에 한에 음란물을 판매한다는 것도 있다. 이때 음란물은 혼인한 부부간의 건전한 성관계를 줄거리로 하고, 모자이크 처리를 하며 여성을 배려하는 남편 상을 부각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는 방통위와 여성가족부의 심의 절차를 거쳐 유통해야 하는 것이다. 또 개정안 시행 이후 모든 음란물을 여성가족부가 심사한다는 루머도 있다. 이는 모두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허위 사실이다. 방통위는 이러한 사안을 공표 한 적이 없으며 개정안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잘못된 루머에 의해 사람들이 이번 개정안에 대한 오해를 갖고,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특수VACC업체는 루머로 인해 사이트 사용자가 줄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때문에 인터넷에 있는 개정안에 관한 루머를 하루빨리 없애고 사람들에게 정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필요성이 더욱 대두대고 있다.

 

부담스런 개정안에 업체들 한숨만 늘어
 
  개정안이 사람들 사이에서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비단 루머 때문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이 많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로 법률 내 대상 및 범위의 규정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뽑았다.
  이 때문에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특수VACC 업체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음란물 유통방지를 위한 조치는 전적으로 특수VACC 업체의 손에 달려있는데, 음란물에 대한 규정이나 범위가 정확하지 않아 업체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관리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는 것이다. 실제 법안에 따르면 개정안에 명시돼 있는 ‘불법정보’ 즉 음란물이란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인데, 이 ‘음란한’이란 말의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이를 어길시 면책조항 없이 사업자 등록 취소나 9개월간의 사업정지를 당할 수 있어 혼란은 더욱 가중된 상태다.
  한 웹하드 업체의 관계자는 “이 개정안은 마치 처벌만을 위한 정책 같다”며 “사이트에 나와 있는 음란물의 양이 방대한 것에 비해 불법 음란물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업체 자체적으로 필터링 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방통위는 “방통위가 심의한 음란물 20만 건이 최소 기준이 될 예정”이라고 보도매체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특수VACC 업체의 불만은 이 뿐만이 아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관련 업체는 음란물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때 기술적 조치란 ▲불법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조치 ▲불법정보 검색 제한 및 송수신 제한 조치 ▲불법정보 전송자에 대한 경고문구 발송을 위한 기술적 조치 이 세 가지를 말한다. 또한 이 기술적 조치는 24시간 상시 적용돼야 하고, 사업자의 모든 복제.전송 관련 장비 및 서비스에 적용돼야 한다.
  즉 특수VACC 업체는 자체적으로 음란물을 필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통해 사이트 내 모든 음란물을 검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후 사이트 내에서 음란물 전송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모니터링 역시 해야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비용을 자체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개정안은 업체 내의 게시판에서 불법 정보가 유통되는 경우 그 유통을 방지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 이상 법에서 의무화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명시해 업체에게 ‘한 치의 틈도 없는 완벽한’ 필터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업체들은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호범 사무국장은 “현재 대부분의 업체가 기존 기술을 좀 더 강화해서 음란물 필터링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필터링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게 느끼고 있다”며 “시스템이 음란물을 완전히 필터링하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 발생할 텐데, 그 경우 면책조항 없이 바로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협회에 속한 업체들은 대부분 이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개정안에 따르면 특수VACC는 업체가 취한 기술적 조치의 운영.관리 실태를 2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특수VACC나 경찰 등이 침해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처럼 이번 개정안은 시행과정이 순탄치 않고, 정책 내에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정책 진행에 있어서 끊임없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개정안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난 현재 경찰은 지난달부터 약 7개월간의 음란물 단속기간을 두고 개정안을 지키지 않은 사업자들을 적발하고 있다.  에에 대해 오완균 팀장은 “단속기간 동안 검색 등을 이용해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있다”며 “우리 경찰서엔 아직 적발건수가 없는데, 앞으로도 특수VACC가 법령을 잘 지켜 단속기간이 지나도 적발건수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이 발 빠르게 개정안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방통위가 ‘2015년 비정상의 정상화’의 과제 중 하나로 이 개정안의 내용을 개시하며 “이행사항을 철저히 점검하고 관련 부처의 도움을 받아 음란물 차단을 더욱 확대 및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만큼 당국은 이 개정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개정안의 시행 및 그 이후에 있어 방통위와 각 관련 업계의 신중한 관리가 이뤄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남희 기자
namhee6741@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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