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현에서는 냉각수를 공급받지 못한 후쿠시마 원전 1, 2호기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반경 30km 이내에 12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이처럼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는 작은 사고라도 자칫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원전은 어떨까?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의하면, 1978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모든 원자로에는 총 691건 고장이 집계됐다. 특히 설계수명을 넘긴 고리원전의 경우, 무려 130여 건이 집계됐다. 문제는 이들 원전이 가동 중인 고리, 월성, 영광 지역에는 수백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사고가 발생하면 후쿠시마보다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후죽순 들어선 ‘원전’
원전의 가동 원리는 핵분열시 발생되는 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때 물이 끓으면서 수증기가 발생하는데 수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것이다. 원전의 원료로 쓰이는 우라늄 1kg은 석탄 3,000톤의 에너지와 맞먹고,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단가도 매우 싸다. 그래서 과거에는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에너지로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원전이 처음 논의된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73년과 1978년도에 각각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석유값이 폭등했고, 자원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정부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에서 개발한 경수로* 원전 수입을 약속 받고 원전이 지어질 후보지를 찾기 시작했다. 한국전력은 부산시(2곳), 고양시(1곳)를 포함한 3개의 후보지를 정했고, 지질구조검사와 세부적인 조사를 토대로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에 원전부지를 확정했다. 1978년 4월 29일 마침내 고리 원전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대한민국 원전의 첫 시작을 알렸다.
핵물리학 및 원자로를 전공하는 우리 학교 김용은 물리학과 교수는 “오일쇼크로 석유값이 폭등하면서 정부가 값이 싼 우라늄을 사용하는 원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화석에너지보다 효율성이 높은 원전이 우리나라에 지어진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에서 수입한 원전을 사용했지만, 기술 확보를 통해 독자적인 원전 개발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꾸준한 기술 확보가 이뤄지면서 1994년에는 한국형 표준 원자로인 ‘OPR1000’이 개발됐다. 이 원자로는 곧바로 고리, 월성, 영광에 지어지는 추가 신규원전에 들어갔다.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은 원전은 냉각수를 확보하기 위해 바닷가에 지어졌다. 이처럼 원전이 많아지는 만큼 관리도 중요해지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김익중 자문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폐기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설계수명을 넘긴 고리 원전이 아직도 가동되고 있다”며 “이는 에너지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원전사고의 확률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후쿠시마에서는 30년이 지난 노후 원전만 골라서 터졌다”며 “같은 시기에 지어진 고리.월성 원전도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원전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세운 ‘제6차 국가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공사 중인 원전 23기와 건설 중인 원전 11기를 포함한 총 34기의 원전을 2022년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전체 전력비율에 약 30%를 차지한다.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활동가는 “정부에서는 경제적인 에너지원이라는 이유로 원전을 무차별적으로 짓고 있다”며 “만일 원전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생기는 피해비용을 계산해보면 결코 경제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과 원전의 불편한 동거
지난 2월 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바로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가동 심사가 열린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안정성 측면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이미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이 40여 년이 지났고, 같은 방식의 원전을 가동했던 캐나다 정부는 올해부터 영구정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새벽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결국 월성 1호기 재가동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시민.환경단체에서는 평가기준을 제대로 매기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환경단체 ‘에너지정의행동’ 이연경 팀장은 “이미 설계수명이 한참 지난 원전임에도 이를 가동한다는 것은 전혀 이해가 안된다”며 “점검평가기준도 최근에 사용하는 기준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규제기관으로 활동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원전 30km 이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465만여 명이다. 특히 월성.고리 원전의 반경 30km 이내에는 부산시, 울산시, 경주시, 양산시 등 경상남도 도시권역이 포함된다. 경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양예진(경주시.21) 씨는 “원전을 짓는다는 이야기에 경주시에서는 자주 반대시위가 일어났다”며 “원전이 지어진 이후에도 주민들이 특별하게 보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여전히 원전사고가 발생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만일의 원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반경 10㎞에 비상계획구역**을 설정하고 연례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설정한 비상계획구역이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김익중 전문위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할 때 일본정부는 반경 50㎞까지 피난권고를 내렸다”며 “원전사고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반경 30㎞ 이내를 비상계획구역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계획구역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라북도는 국제원자력기구의 비상계획구역(EPZ)의 권고안에 따라 기존의 반경 10㎞를 30㎞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고, 울산시도 시민.환경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반경 30㎞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불안을 느끼는 것은 원전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바로 방사선 노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 2013년 한수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원전 출입 종사자 1만 4,715명 가운데 일반 원전종사자인 5,250명의 1인당 피폭선량은 0.14mSV***였다. 이와 반대로 월성 1호기에서 근무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1인당 피폭선량이 2.65mSV에 달했다. 일반 원전종사자보다 18.9배 정도 높은 수치다.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울진지회 최동식 조직팀장은 “부산이나 울산에는 한수원 하청업체에 근무하는 원전종사자들이 많다”며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제대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원자로에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면 일반 원전종사자보다 많은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턱밑까지 차오른 ‘방사능 공포’
지난 12일 청주시 봉명사거리에는 청주 YWCA가 주관하는 탈핵운동캠페인이 진행됐다. 이들은 한 시간 동안 원전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고리.월성 원자로의 수명연장 뉴스를 보고 작년 말부터 봉명사거리, 사창사거리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을 지켜본 김현지(청주시 상당구.17) 학생은 “평소에 학교에서 방사선의 위험성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며 “캠페인이 진행되는 것을 보니 방사선의 심각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일 원전사고가 나면 청주시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평소 공기 중에 있는 방사선량은 약 0.10μSV/h다.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권고에 따르면, 일반인의 연간 방사능 허용치는 1,000μSV에 이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생활에서 얼만큼 방사선에 노출돼있을까? 기자는 직접 일본산 식품을 구입해 방사선량을 측정하기로 했다. 식품 선정은 ▲우리 학교 주변의 마트, 수입과자전문점 5곳 ▲일본산 과자 및 견과류 ▲국내산 수산 가공품을 기준으로 표본 추출했다. 측정기기로는 방사선 입자의 투과도를 측정하는 스마트폰용 ‘가이거 계수기’를 사용했다. 이에 식품 7개를 측정한 결과, 모두 방사선량이 0.10μSV/h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2개 식품에서 각각 0.39μSV/h, 0.59μSV/h가 검출됐다.
그러나 이들 식품은 우리나라와 국제 기준치의 방사선을 초과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식품의약안전처에서 관리하는 일본산 식품방사능 검사현황(2015년 자료)을 확인한 결과, 전체 품목 중 기준치를 넘는 식품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량의 방사선도 오랜 시간동안 쌓이면 위험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0월 부산지방법원에서는 체내 방사선량에 관한 판결이 있었다. 부산시 기장군에 거주하는 박모 씨(48)는 “아내와 아들이 질병에 걸린 것은 가까운 곳에 있는 고리원전 때문”이라며 “정부와 한수원은 방사선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부산지방법원은 “박모 씨 가족은 원전의 10㎞안팎에 20년간 거주했기 때문에 그만큼 방사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질병과의 연관성이 없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와 한수원이 피해배상으로 1,5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 경수로(PWR): 원자로의 종류 중 하나다. 핵분열 반응을 통제하는 것을 감속재라고 부르는데, 이를 물로 쓰는 방식을 경수로라고 한다.
** 비상계획구역: 원자력 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민들을 피난 조치하는 구역이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비상계획구역(EPZ) 권고안에 따르면, 원전사고가 발생할시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5㎞에서 30㎞)을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비상계획구역을 8㎞에서 10㎞를 두고 있지만, 시민.환경단체는 30㎞로 둘 것을 주장하고 있다.
*** 시버트(SV): 인체에 피폭되는 방사선량을 의미한다. 작은 단위로는 밀리 시버트(mSV), 마이크로 시버트(μSV)가 있다.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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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