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91년, 대구에 거주하는 5명의 초등학생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부모는 아이들을 찾는 데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경찰들은 아이들을 찾는 데 총력을 다했지만 결국 아이들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찾지 못했다. 그로부터 11년 6개월이 지났고 아이들은 얼굴을 알아볼 수조차 없는 유골로 발견됐다. 가족들은 그 어떤 것보다 크고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을 평생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일명 ‘개구리 소년 사건’이라 불리며 세간에 화제가 됐던 실종아동 사건이다. 그리고 지금도 751명의 아이들이 이 개구리 소년들처럼 실종상태에 있다. 미아로 신고된 아이들의 대부분은 곧 바로 부모 품으로 돌아오지만 실종된지 일년, 십년, 이십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에 지난달 25일 제9회 실종아동의 날을 맞이해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봤다.

부모의 품을 잃어버린 아이들
지난달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실종아동 등(실종 당시 18세 미만인 아동, 장애인 중 정신지체인, 자폐성장애인 또는 정신장애인, 치매환자)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실종아동법)’ 제정 10주년을 맞이해 제9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가 열렸다. 이날 열린 행사는 보건복지부 위탁 실종아동전문기관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하 초록우산)을 비롯한 각계 관계자와 실종아동 가족, 일반 시민 등이 참여했다. 이후 광화문광장에 전시된 실종된 아이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슬픔을 토해내는 가족들의 모습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네티즌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리고 지금껏 수많은 사회문제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실종아동’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우리나라가 실종아동의 날을 제정한 것은 2007년으로 세계 실종아동의 날이 미국에서 최초로 제정된 1983년에 비해 매우 늦은 시기이다. 또한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정된 것도 10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실종아동을 국가적 차원의 사회문제로 인식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종아동 문제의 규모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경찰청에 신고.접수된 우리나라 실종아동 건수는 3만 7,522명이다. 또한 현재까지 파악된 실종 신고 후 48시간이 지나도 발견되지 않은 장기 실종아동의 수는 751명이다. 이들 중 실종기간이 1년 미만인 아동은 불과 246명에 그치고, 1년 이상 10년 미만은 71명,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91명, 20년 이상 30년 미만은 97명, 30년 이상 40년 미만은 156명에 이른다. 심지어 실종된 지 40년 이상 된 아동도 90명에 달한다. 게다가 장기 실종아동의 경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실종아동법을 토대로 실종아동에 대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법률이 제시하는 바는 크게 실종아동을 찾는 것과, 실종아동 가족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아동의 실종신고가 접수되면 각 지역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과 내 실종아동부처가 맡아 이를 처리한다. 아이를 찾는 과정에서 지문채취나 유전자 검사 등이 사용될 수 있다. 또한 3000평 이상의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에서 아이가 실종되면 입구를 봉쇄하고 시설 관계자와 현장에 있는 일반 시민들이 함께 실종된 아동을 신속하게 찾는 실종아동조기발견지침(Code Adam), 아동등의 실종예방과 실종 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 지문 및 신상정보 등을 등록하고 실종 시 등록된 자료를 활용해 보다 신속히 찾는 지문사전등록제 등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세상 그 무엇보다 깊은 가족들의 상처
실종아동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실종아동의 가족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아이를 잃어버린 이후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격고 있다. 특히 장기 실종아동의 경우 아이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전무한 실정으로 가족들이 느끼는 심적 고통이 더욱 크다. 실종아동 가족들이 느끼는 아픔은 가정 간 불화로 이어지기 일쑤이고, 가족이 해체되고 알코올 중독이 되거나 심각하면 자살하는 등의 극단적인 일들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21년 전 딸을 잃어버린 아픔을 가진 ‘실종아동찾기협회’ 서기원 대표는 이에 대해 “이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고통으로, 친척들조차 잃어버린 아이에 대해 조심스럽게 대했고 딸아이 또래의 조카는 행여 내가 슬퍼할까 봐 곁에 오는 것을 망설일 정도였다”며 “아이를 잃어버리는 슬픔은 그 어떤 것에도 견줄 수 없고, 그 슬픔으로 인해 망가지는 가정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장기 실종아동의 가족들이 느끼는 심적 고통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이를 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현 실정에서 국가적인 시스템으로 장기 실종아동을 찾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데, 특히 아이가 실종된 지 10년이 넘어가면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아동을 잃어버렸던 당시에 실종아동 시스템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기원 대표는 “예전에는 실종아동을 사건이나 사고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실종 당시 범죄에 관련된 증거를 발견하지 않는 이상 범죄와 실종아동을 묶어 생각하지도 않았고, 관련 법률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실종아동법이 제정되기 이전의 우리나라 실종아동은 ‘미아보호법’에 의거해 관리됐는데, 이에 따르면 길이나 집을 잃고 헤매는 아이, 즉 ‘미아’는 근처 파출소에 맡겨졌다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임시 아동보호시설로 가게 됐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부모를 찾지 못하면 영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고아원과 같은 아동보호시설로 옮겨져 국내외로 입양되거나 가족 없이 홀로 세상을 살아야 했다. 이때 부모가 아이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발품을 파는 것밖엔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실종아동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또한 실종아동에는 7년의 공소시효가 있어 공소시효가 지나면 아이에 대한 정보가 폐기처분돼 잃어버린 아이를 찾을 수 있는 가느다란 실 한 가닥조차 끊기기 일쑤였다. 또한 서기원 대표는 그 당시의 사회적 정서도 실종아동을 찾는 것을 어렵게 하는 요소였다며 “그 당시에는 아이를 대를 잇기 위해서나 일을 시키기 위해 연고 없는 아이를 데려와 본래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열악한 상황은 부모에게 잃어버린 아이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생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아이를 찾는 것을 그만 둘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실종아동 가족들이 잃어버린 아이를 찾으려 할수록 현실적인 문제가 그들을 옥죄였다. 장기 실종아동을 찾는 데 드는 비용은 가족이나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한 실종아동 가족은 놀이터에서 사라져버린 손자(당시 4세)를 찾기 위해 전단 170만 장을 돌리고, 18년간 근무하던 회사도 그만두고 퇴직금과 집을 저당 잡힌 돈으로 전국을 4바퀴나 돌아다녔다. 이후 당장의 생활비가 없어 빈곤한 생활을 하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돈은 계속 나가고 아이는 찾지 못하는 생활이 이어져 차라리 손자가 처음부터 없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해본 적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실종아동가족이 심리.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자리를 잡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고자 실종아동법에 의거하여 실종가족에게 한 가구당 1년간의 전단지 인쇄비용, 수색비, 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예산은 연간 9억 8,300만 원가량으로 연간 실종아동 발생 건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서기원 대표는 “국가가 실종아동 가족에게 제공하는 지원은 형식적이며 실질적으로 가족을 돕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일침했다. 또한 “이처럼 적은 지원과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못한 국가의 모습에 수많은 실종아동의 가족들이 큰 배신감을 느끼고 나라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아동을 관리하는 기관 내외에 운영의 어려움 있어
실종아동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기관은 크게 실종아동을 찾는 경찰, 예방 및 복지 등을 지원하는 초록우산, 실종아동찾기협회와 같은 사단법인 기관 세 곳으로 나눌 수 있다. 경찰청 내 실종아동을 담당하는 부서는 여성청소년과 내 실종아동부처로 전국에 약 1,500명 정도의 전문 인력이 배치돼 있다. 현재 충청북도지방청의 경우 내근 경찰 1명과 신고 접수 시 수사업무를 진행하는 외근 경찰 약 100여 명의 인력이 실종아동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조차도 신고 건수를 모두 처리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충청북도지방청 여성청소년과의 경찰 관계자는 “사고 가능성이 있는 실종아동부터 단순 가출 아동까지 다양한 실종아동에 대한 접수가 밀려들고 있는데 이를 모두 처리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해 담당경찰의 업무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종아동 수색 작업은 주로 추적을 통해 아동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파악한 뒤 약 3km 정도의 인근 지역을 살피는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인력이 부족해 수사 진행에 고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실종아동부처의 특성상 담당 경찰의 사회적 책임감이 크고 업무가 고되 경찰들이 기피하는 성향이 있는 것도 인력 부족에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담당 기관의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사업을 위탁받아 사업을 운영하는 초록우산의 경우 실종아동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이지만 근무인력이 적고 지부가 전국에 단 하나밖에 없어 수많은 실종아동과 그 가족이 기관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초록우산의 예방홍보팀의 김용식 팀장은 “기관이 서울에 있어 부산과 같이 먼 곳에서 기관을 이용하기 위해선 가족들이 시간 및 금전적 비용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며 “실종가족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선 전국적으로 지부를 늘려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 예산만으로 기관의 운영을 하는 것이 어려워 재단으로 기부금 등을 받아 부족한 예산을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실종아동찾기협회의 경우 1995년 실종아동의 가족들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것이 협회 발족의 시발점이었다. 이후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실종아동 가족의 만남을 주도하고 실종아동법의 제정에 기여하는 등 실종아동에 대한 실질적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얼굴인식사업을 위한 단기적인 지원을 제외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해 협회 구성원의 회비로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
실종아동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고 이를 사회 문제로 인식해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실종아동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다. 여타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매우 늦은 일이다. 그러나 이제나마 실종아동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한 발 한 발 문제 해결에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에 김용식 팀장은 “최근에는 실종아동 신고가 들어오면 대부분 빠르게 찾고 있고 지원도 전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과거와는 달리 실종아동에 대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실종아동에 대한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발을 내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곳곳에 빈틈이 보이고 부실한 면모가 드러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앞으로 국가적 차원으로 지원을 늘려 시스템을 수정.보완하며 그 규모를 키워나갈 필요성이 있다.
김남희 기자
namhee6741@cbnu.ac.kr








김남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