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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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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호
오늘도 잠들지 못하는 대한민국
제 894 호    발행일 :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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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오락’이라는 말이 있다. 4시간을 자면 합격하고 5시간을 자면 불합격한다는 뜻으로 과거 대입수험생들에게 사용하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이 말은 잠을 줄이길 권할 때 자주 쓰인다. 설문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35분’으로 집계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평균 수면시간이 8시간 22분인 것과 비교하면, 현재 우리나라는 심각한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잦은 술자리와 교대근무, 그리고 일상화된 경쟁으로 인해 수면시간을 줄여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잠들지 못하는 불면의 나라 대한민국의 실상을 들여다보자.

  #1. 올해 새내기인 권재윤(사학과.15) 학생은 수험생 시절보다 지금이 더 잠을 못 잔다. 개강총회와 대면식 같은 술자리가 많다 보니 집에 늦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선배들이 부를 때도 그는 늘 술자리에 불려간다.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못 자다보니 몸이 피곤하다. 하지만 대학교에 처음 입학한 새내기들이 겪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감기는 눈꺼풀을 비비며, 오늘도 강의실 문을 들어선다.


  #2. 김안진(인천시 연수구.25) 씨는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삼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다. 그는 새벽에 환자들을 돌보는 나이트 근무(밤샘근무)를 한다. 밤샘근무의 특성상 다른 근무시간대보다 더 힘들지만 자신의 일이니 이를 두고 함부로 불평을 부릴 수도 없다. 결국 낮밤이 뒤바뀐 채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다.


잠 줄이는 것을 권하는 사회

  올해 미국 수면재단(NSF)에서 발표한 성인권장 수면시간은 7시간에서 9시간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인권장 수면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대신 수면시간을 줄여가며 노동, 학업,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012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별 노동시간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연간 2,163시간으로 OECD 국가 중에서 멕시코(2,237시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34개 OECD 국가 중 24위로 최하위 수준이고, 산업재해비율 및 자살률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은 수면부족과 관련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면학을 전공하는 포항공과대학 인문사회학부 김정기 교수는 “우리나라는 연간 노동시간이 많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면시간부터 줄이는 경향이 많다”며 “수면부족은 근로의욕저하와 주의력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차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4시간을 안 자는 것은 혈중 알코올농도 0.1%와 같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체로노빌 원전사고 같은 대형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수면부족을 지목하는 연구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교통사고도 수면부족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고속도로를 자주 운행하는 시외버스 기사들은 무리한 운행으로 항상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가경터미널에서 만난 한 익명의 시외버스 운전기사는 “청주 같은 대도시는 배차간격이 짧다 보니 얼마 쉬지 못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많다”며 “신경이 둔해지다 보니 고속도로에서 주행할 때 갑작스런 사고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 측에서 배려하면 좋겠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사를 더 뽑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밤낮이 뒤바뀐 삶, 교대근무

  누구보다 가장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교대근무자들이다. 이들은 주로 공공사회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소방관, 간호사, 경찰관 등이다. 대부분이 2교대 혹은 3교대를 하면서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평균수명이 다른 직업보다 짧다는 점이다. 강원대 산업재해대학원 박성근 씨가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의 평균수명은 약 58.8세로 집계됐다. 수치상으로는 대다수의 소방관이 정년퇴직 이전에 사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이 79.3세인 것을 비교해도 매우 짧은 수명이다.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송종근 교수는 “소방관들은 화재와 재해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신경이 예민하다”며 “소방관과 같이 간호사나 경찰관들도 다른 직업군보다 더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수면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 건강에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윤보라(경기도 수원시.26) 씨는 “간호사들은 24시간 동안 환자를 보살피다 보면 생체리듬이 깨지기 쉽다”며 “한낮에도 잠을 청해야 할 때가 많아 대다수 간호사들이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1월 서울대 의과대학 연구팀은 1993년부터 17년간 일반인 1만 3,146명을 대상으로 수면시간과 평균수명 간의 역학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5시간 이하의 수면자가 7시간 이상의 수면자보다 약 21% 정도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정기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연구한 것은 수면시간에 대한 역학조사지만, 대부분의 교대근무자가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양한 요인으로 사망률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중 수면부족이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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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잠이 일상이 된 대학생

  그렇다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수면상태는 어떨까? 기자는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과 인문사회관에서 학생 500여 명을 대상으로 ▲수면부족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평소 수면시간이 얼마나 되십니까? ▲수면시간의 방해요소는 무엇입니까? 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4.9%가 자신이 수면부족이라고 밝혔고, 아니라고 답한 사람은 45.1%였다. 우리 학교 학생 절반이상이 스스로를 수면부족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수면시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6.2%가 6시간 30분밖에 안된다고 답했다. 이와 반대로 OECD 평균 수면시간인 8시간 30분 이상을 잔다고 응답한 학생은 6.9%에 불과했다.
  수면시간의 방해요소로는 전자기기 사용(48.1%)을 제일 많이 꼽았다. 이어 공부.과제(32.7%), 술.야식(14.3%), 자기계발(4.9%)순으로 각각 나타났다. 그중 전자기기 사용을 꼽은 학생들은 수면부족의 주원인으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이그림(국제경영학과.11) 학생은 “잠자리에 들면 제일 먼저 꺼내는 것이 스마트폰”이라며 “대부분이 SNS나 인터넷 뉴스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부.과제를 꼽은 학생들은 대부분 취업준비나 학점관리를 원인이라고 말했다. 성기려(토목공학부.13) 학생은 “아직까지는 저학년이다 보니 자격증 준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지만 전공수업 때문에 늦게 자는 경우가 많다”며 “고학년 선배들이 취업준비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자는 것을 종종 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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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들의 수면부족에 대해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 류소연 교수는 “대학생들은 고등학생들보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에 쉽게 중독된다”며 “이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대학생들이 수면부족으로 이어지면 스트레스 및 우울성향이 높아진다”며 “흔히 공부를 하기 위해 잠을 줄이지만, 이는 학업성취도에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수면부족으로 인해 받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심리적으로 언제라도 가족을 보호해야 하는 본능 때문에 수면부족에 영향을 덜 받지만, 여성은 감정적으로 예민하다 보니 남성보다 수면부족에 더 취약하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밝히고자 ‘수면부족으로 인한 남녀 대학생의 차이’를 연구한 삼육대 상담학과 서경현 교수는 “일반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수면부족으로 인한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더 크다”며 “실제로 아침 활동형보다 저녁 활동형으로 지내는 여성들이 음주와 흡연율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 저녁활동형이 대인관계척도에서도 어려움을 더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으로도 수면부족과 인간의 정신적 변화 간의 추가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호 기자
preferenc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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