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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희
임금피크제. 노동시장 구원할 동앗줄 될까, 거미줄 될까
제 895 호    발행일 : 2015.09.01 

최근 크게 급증한 청년실업률과 중장년층 인구 증가로 인해 불안하게 요동치는 노동시장에서 ‘임금피크제’가 이를 안정시킬 수 있는 주요 방안으로 떠올랐다. 임금피크제는 해외 기업들은 예전부터 선택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제도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이를 도입한 기업이 흔치 않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정부가 노동시장 안정 및 개혁을 위해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크게 장려해 사회적 쟁점으로 대두됐다. 이에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대립하며 여러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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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왜 노동시장의 쟁점으로 떠올랐나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03년 7월 1일 신용보증기금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고용도 유지하는 대신 근무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워크세어링’을 응용한 방향으로 처음 도입됐다.
  최근 임금피크제가 주목받는 것은 증가하고 있는 청년실업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올해 2분기에 9.9%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대비 0.5% 상승한 수치이다. 특히 지난 2월에는 11.1%라는 IMF 이후 최대 청년실업률을 기록했다. 청년고용률 역시 전년 대비 0.2% 상승한 42.4%에 그치며, 그간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 및 기업 등의 노력이 아직까지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 중장년층의 노동구조 역시 임금피크제가 대두된 원인 중 하나이다. 평균수명이 점점 늘어가는 가운데 평균 정년연령에 비해 실제 평균 퇴직연령이 빨라, 가족을 부양하면서 안정적인 노년을 준비하기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게다가 퇴직 이후 재취업을 하더라도 임시.일용직으로 하는 비중이 45.6%에 다다를 정도로 고용이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60세 정년연장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의 고용부담 및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지급 부담이 증가해서 노동시장의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후 청년고용절벽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기업의 부담을 줄이면서 중장년층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고, 임금절약 재원을 늘려 능력 있는 청년의 고용을 늘려 현 노동구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볼 때 임금피크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 임금체계인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시키는 다리가 돼, 노동개혁을 보다 원활히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확대 장려하는 정부

  정부는 노동시장의 발전을 위해 노동피크제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며 하반기 최우선 국정 과제로 '노동개혁'을 선정하고, 그 핵심 과제로 임금피크제를 제시했다.
  또한 지난 7월 27일 2017년까지 20만 개 이상의 청년 일자리 기회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그 주요 방안으로 임금피크제를 선정했다. 이 정책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임금절약 재원을 신규채용에 활용해 2년간 8,000명 규모의 일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민간기업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정규직을 신규 채용한 기업에 2년 동안 신규채용 1인당 연간 1,080만 원을(대기업.공공기관은 연 540만 원) 지급할 예정이다.
  이어 정부가 지난달 6일 내년까지 316개 공공기관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혀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24일까지 24개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는 등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공공기관인 한국전력공사 역시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했고, 그 세부사항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홍보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민간 부분에서도 임금피크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를 조사한 결과 378개 기업 중 47%(177개)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두산그룹과 삼성그룹의 경우 노사 간 협의를 통해 모든 계열사에서 임금피크제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정년이 연장되는 근로자들의 임금을 줄일 수 있어 기업의 부담을 그나마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뿐만 아니라 이후 새 일자리도 늘어나 고용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 배부르고 노동자는 피 마르는 임금피크제 

  그러나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면 반대하고 나섰다. 공무원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지난 13일 담화문을 발표해 그 뜻을 밝히며 9.19 투쟁선포대회를 열 것을 예고했다. 이에 공무원노조 교육홍보실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60세 정년 의무화에 따라 늘어나게 된 인건비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또한 임금피크제의 실효성도 의심이 가며, 이는 그저 기업의 법적정년 준수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만 쓰이고 결국 고령인구의 조기실업과 비정규직화를 부추기면서 고령자의 빈곤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해양수산노조연합 역시 21일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에 대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하는 해양수산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기업 측이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현대자동차그룹노동조합(이하 현대차노조)이 거세게 반대했다. 현대차노조 홍보실 관계자는 “아버지의 임금을 줄여 아들의 일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제대로 된 일자리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내유보금을 통해 마련해야 하는 것이지 기존 노동자의 임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뜻을 밝혔다.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의 노사는 임금피크제를 쟁점으로 별다른 진전 없이 첨예하게 대립 중으로, 앞으로 어떠한 합의가 오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역시 임금피크제로 인한 노사 간 갈등을 크게 빚고 있다.
 
취업.미취업자 임금피크제 효과 달리 바라봐

  이렇듯 임금피크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충북대신문은 임금피크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24일 충청북도 청주시의 시민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임금피크제 도입 찬성 의견은 49%(98명), 반대 의견은 30%(60명), 임금피크제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의견은 21%(42명)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를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 의견을 내비친 김수진(청주시 상당구·24) 씨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청년실업률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청년고용을 위해 임금피크제를 더욱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 의견을 낸 신윤섭(청주시 흥덕구·37) 씨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근로자들의 임금을 줄이기 위한 기업의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근로자의 임금을 줄이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고 뜻을 밝혔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의 뜻을 보인 시민들 중 70.4%(69명)이 미취업자였고,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의 뜻을 보인 시민들 중 63.3%(38명)이 근로자였다는 것이다. 이는 미취업자는 임금피크제의 일자리 창출 측면을 긍정적으로 보고 이를 찬성하는 반면 근로자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정년보장 이후 임금 감소에 대한 불만으로 이를 반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6월까지 우리나라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9.9%(총 22,231개소)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정부의 적극적인 임금피크제 도입 확대 노력을 통해 이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가 정부의 말대로 청년 취업율을 높일지, 아니면 그저 노동자들의 임금만 줄이는 것으로만 끝날지는 각계각층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이견 조정을 통해 얼마나 현실성 있게 실행되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남희 기자
namhee6741@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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