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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호
기후변화, 청주시 생태지도를 바꾸다
제 896 호    발행일 : 201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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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빈, 인디언시금치, 여주, 오크라. 이들은 동남아시아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채소다. 이름만 들어도 생소하지만, 이 모두가 충청북도 청주에서도 재배되고 있다면 믿겠는가? 현재 충청북도에는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급증하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10여 곳에 불과했던 아열대 작물 재배 농가는 지금은 70여 곳까지 늘어난 상태다. 충북에서 아열대 작물 재배가 가능해진 것은 충북의 기후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문제는 우리나라 토종작물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멸종위기에 놓인 작물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기온상승을 부추기는 산업단지

  지난 30년간 한반도의 최고기온과 평균기온은 약 0.7℃ 상승했다. 이는 전 지구적인 온난화의 영향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지역별 온실가스 배출특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던 경북대학교 진상현 행정학과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한 원인을 국가적인 차원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의 온실가스 배출은 지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역별로 온실가스 배출특성을 파악한 후에 국가적인 기후변화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충청북도는 어떨까? 현재 청주시는 민.관 개발방식으로 ‘청주테크노폴리스’라는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세우고 있다. 계획면적은 약 2.7㎢로 우리 학교 개신캠퍼스의 약 3배에 맞먹는 규모다. 기존 청주공단지역까지 합치면 면적은 약 7.8㎢에 육박한다.
이외에도 청주시는 오송, 오창 지역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조성과정에서 기존의 농지와 산림파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기온상승의 폭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진상현 교수는 “온실가스는 생산시설 조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산업단지가 많아질수록 공단 내 온실효과로 인해 주변 작물생육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청주테크노폴리스에 따른 기온상승의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기자는 지난 7일 오후 5시경, 40분의 차이를 두고 주택가와 산업단지의 기온을 스마트폰 온도계를 이용해 측정해 보았다. 측정결과, 산업단지 기온이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청주시 주택가에서는 27℃에 불과했지만, 산업단지는 생산시설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무려 33℃까지 올라갔다. 이는 산업단지가 온실효과의 주범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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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25일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신규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기존 녹지용지를 산업단지로 바꾼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청주시에서는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라고 환영하고 있지만, 청주 시민단체들은 온실가스로 인한 기온상승을 경고하고 있다.
  청주환경운동연합 이성우 정책국장은 “산업단지를 추가로 조성하면 기온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며 “경제효과라는 이유로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녹지와 결합된 도시계획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열대 작물이 상륙한 충청북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남아시아산 아열대 작물이 충청북도에도 상륙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25일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의 한 주택가 나무에 바나나가 열렸다. 바나나의 노란색 꽃봉오리와 녹색의 바나나 다발은 평소 우리가 보던 영락없는 바나나의 모습이다. 6년 전에 바나나 나무를 심었다는 주인은 바나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충청북도의 생태지도가 바뀌고 있다. 인디언시금치, 여주, 롱빈과 같은 아열대 작물의 재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충북농업기술원 아열대성 시험연구팀 박의광 연구사는 “현재 동남아시아에 있는 아열대 작물을 충청북도로 수입하고 있다”며 “경제성과 작물생육을 실험한 후에는 비닐하우스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충청북도뿐만 아니라 각 농업기술원에서도 지역에 맞는 아열대 작물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우리나라 토종 식물들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2015년 농림축산수산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축산을 제외한 과수, 식량작물, 화훼의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약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에서 과수품종원을 운영하는 임상철(흥덕구 남촌동.60) 씨는 “기존의 토종과일이던 사과, 배, 포도의 원산지가 점차 한반도 북부로 올라가고 있다”며 “충청북도 토종과일 수확량이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평균기온이 상승할수록 충주사과는 옛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작물은 멸종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립생태원 심만섭 기후변화연구실 연구사는 “현재 국립생태원 에코리움에서는 충청북도 내에 멸종위기 작물을 관리하고 있다”며 “기온이 상승할수록 국립생태원이 관리해야 할 작물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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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기온상승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2014년 환경부와 기상청은 국.내외 논문 약 2,500점을 종합하여 ‘2014 한국 기후평가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충청북도가 다른 지역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이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1970년부터 2014년까지의 충청북도 평균기온을 연구한 결과, 기온이 세계평균보다 약 2배 정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2071년 경부터 청주를 포함한 충청지방이 아열대기후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할 경제적.사회적인 손실은 훨씬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 충청북도의 폭염 사망자는 지금보다 약 2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종합적인 기후변화 피해액은 약 7조 2,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4 한국 기후평가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부경대학교 오재호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공장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최고로 알고 있다”며 “2020년경에는 과거보다 기온상승 폭이 더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충청북도가 아열대기후로 편입되는 기간은 예측 보고서보다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후평가보고서에서 환경부 정은해 기후변화협력과장은 “인위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남아 있는 온실가스때문에 기온상승은 불가피하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실천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와 달리 이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자연환경경제를 연구하는 우리 학교 이도일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차원에서 ‘골든 시드 플랜트’라는 품종개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충북농업기술원에서도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의 작물을 결합한 새로운 작물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2010년에 채택된 나고야 의정서에는 국가 간의 작물 로열티에 관한 부문이 들어가 있다”며 “로열티만 해결된다면 기후변화는 충청북도에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립생태원 심만섭 기후변화연구실 연구사도 “기온상승이 우리에게 무조건 악영향을 끼친다고는 볼 수 없다”며 “기후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역 조건에 맞는 아열대 종자를 체계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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