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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대피소, 위험 놓인 84만 청주시민
제 897 호    발행일 : 20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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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길을 걷다보면 ‘대피소’라는 빨간색으로 된 문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하차도나 대형건물 지하주차장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안내판인데, 국민안전처가 유사시 사용할 민방위 대피소로 지정한 구역이다. 전국에는 이러한 민방위 대피소가 약 2만 3,000개가 있다. 하지만 민방위 대피소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부실 대피소’라는 타이틀로 민방위 대피소의 부실관리를 꼬집고 있다. 우리 청주시의 민방위 대피소 상태는 어떨까? 기자는 우리 학교 근처의 민방위 대피소 25곳을 직접 점검해 보았다.

무늬만 시민보호인 ‘안전 보금자리’

  민방위 대피소는 ‘비상시 위험으로부터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을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전쟁을 대비한 민방위 대피소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국민안전처가 지정한 민방위 대피소는 전시 포격과 같은 외부충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지하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청주시의 민방위 대피소는 총 364곳이 지정돼 있다. 그중 우리 학교 반경 1km에 위치한 민방위 대피소는 총 25곳이다. 우리 학교 주변의 민방위 대피소는 청주시내에서도 고층건물과 아파트 단지가 많이 밀집된 사창동과 개신동에 주로 위치하고 있었다.
  기자는 우리 학교와 가까운 민방위 대피소 25곳을 직접 점검해보기로 했다. 먼저 문이 열리는 ‘비상시 출입가능 민방위 대피소’와 대피안내판 여부를 점검하고, 문이 열리는 출입가능 민방위 대피소를 대상으로 방송시설과 급수.지원시설 유무를 점검했다.
  점검결과, 비상시 출입가능한 민방위 대피소는  72%(18곳)에 그쳤고, 대피안내판이 붙여진 대피소는 68%(17곳)밖에 되지 않았다. 비상시 출입가능한 민방위 대피소 18곳 중 외부상황을 청취할 수 있는 민방위 대피소는 33.3%(6곳)에 불과했고, 급수.지원시설이 있는 대피소는 한 곳도 없었다.
  최종적으로 5개의 점검 항목 중 세가지 이상을 충족하는 민방위 대피소는 한 곳도 없었고, 두 가지 항목을 충족하는 곳 40%(10곳)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야간일수록 민방위 대피소의 이용은 더욱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조명시설이 없는 곳도 많을뿐더러 아예 출입구를 닫아놓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사창동의 미래여성산부인과와 삼보맨션 민방위 대피소는 마땅한 조명시설이 없다보니 안내표지판과 비상시국민행동요령 책자가 보이지 않았고, 어두컴컴한 내부로 인해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손전등과 랜턴을 이용해 방송시설과 급수.지원시설을 어렵게 확인해야만 했다. 이처럼 학교 주변 어느 곳도 제 역할을 하는 민방위 대피소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 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에 참여위원으로 있는 도시공학과 반영운 교수는 “대도시는 다른 농촌지역보다 재난에 대한 피해강도가 클 수 있다”며 “민방위 대피소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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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도 모르는 민방위 대피소

  “성광아파트 지하요? 거기가 대피소였나요?” 민방위 대피소의 위치를 묻는 기자에게 한 주민이 대답한 말이다. 국민안전처 ‘안전디딤돌 어플리케이션(이하 안전디딤돌)’으로 이곳저곳 다니면서 성광아파트를 겨우 찾았지만, 민방위 대피소의 세부적인 위치가 나와있지 않다보니 출입구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결국 기자는 출입구를 찾기 위해 아파트 주변을 빙빙 돌았다. 20여 분을 허비한 끝에 조그마한 지하출입구 옆에 ‘민방위 대피소’라는 안내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나마 지하출입구도 자전거와 폐지박스로 들어갈 수 없었다. 성광아파트의 어느 곳도 대피안내판을 한눈에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성광아파트 주변에 거주하는 박용순(흥덕구 복대2동.72) 씨는 “근처에 민방위 대피소가 있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며 “대피안내판이 구석에 자리하고 있어 거주민들도 위치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곳은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대규모 주민대피소로 지정된 복대동 천주교회는 대피안내판조차 없었다. 성당 사무실에 들어가 물어보니 “민방위 대피소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우리 학교 인근 원룸에서 거주하는 전혜원(흥덕구 복대2동.23) 씨는 “과거 학교 기숙사에 거주했을 때 화재대피요령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민방위 대피소 안내를 따로 교육받은 적은 없었다”며 “위험상황이 닥쳤을 때는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민혜(서원구 가경동.25) 씨도 “민방위 대피소를 안내하는 문자 메시지나 책자를 받은 적이 없다보니 위험한 상황에는 어디로 피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평소에는 학교건물과 같은 공공시설로 대피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기자는 우리 학교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우리 마을 대피소 알고 계십니까?’라는 주제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79.7%(239명)가 민방위 대피소의 위치를 모른다고 밝혔고, 20.3%(61명)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민방위 대피소를 관리.홍보하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청주시청은 주민안전과의 민방위팀과 재난관리팀에서 민방위 대피소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 팀에 배정된 인력은 총 8명에 불과하다. 기본적인 민방위교육훈련 담당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서너 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청주시 민방위 대피소가 364곳인 것을 고려하면  1명이 약 121개의 민방위 대피소를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청주시 산하기관인 각 구청의 민방위과 인력을 고려한다 해도 민방위 대피소를 관리하는 인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도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충청북도 안전관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충청북도 안전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회의나 행사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계획 수립은 물론 안전업무, 안전홍보, 재난기관협력과 같은 역할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이 위원회는 충청북도를 비롯해 청주시의 안전관리계획을 세우는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지만,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청주시의 재난 안전관리주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을 지적한 강기윤(새누리당) 의원은 “도민과 국민의 안전은 다른 안건보다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난안전법이 정한 위치에서 충청북도 안전관리위원회가 취지에 맞게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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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디딤돌 역할 못하는 재난시스템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국민안전처(행정자치부 전신)는 대형건물을 중심으로 민방위 대피소를 추가로 지정했다. 2015년 기준으로 전국의 민방위 대피소 수는 약 2만 3,000개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국민안전처가 민방위 대피소 점검.유지를 지자체에게만 떠넘긴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박남권 전문위원은 “민방위 대피소를 지자체에게만 관리하도록 규정되다 보니 각종 문제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국민안전처에서도 민방위 대피소 관리업무를 일부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안전처에서도 민방위 대피소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5년부터 국민안전처는 15개 기관을 통합한 안전디딤돌을 국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안전디딤돌은 민방위 대피소 위치뿐만 아니라 민방위 대피소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하지만 홍보부족으로 안전디딤돌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자가 만나 본 시민들 중에도 안전디딤돌을 아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조문희(서원구 사창동.26) 씨는 “안전디딤돌이라는 재난안전 어플리케이션은 처음 들어봤다”며 “홍보가 없다보니 주위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방위 대피소를 알려주는 좋은 어플리케이션인 만큼, 홍보도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남권 전문위원은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인해 정부가 무분별하게 민방위 대피소를 지정했다”며 “시민들을 모두 수용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방위 대피소는 미래를 위한 예방적인 조치로써 국민안전처와 지자체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선호 기자
preference@cbn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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