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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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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희
노인빈곤율 1위 국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들
제 897 호    발행일 : 20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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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기반을 다져준 것은 바로 현 노년층 세대이다. 그런데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로부터 우리나라의 노년층들이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에 각종 언론매체에서 이를 보도했고, 정부에선 이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 그 관심의 정도는 미약한 실정이다. 더욱이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노인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빈곤한 노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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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인빈곤 문제 심각해

  토요일 아침 6시가 되면 박영희(67) 할머니는 허름한 단칸방에서 나선다. 박영희 할머니가 버스를 몇 차례 갈아타고 금강을 건너 간 곳은 바로 대전시 동구의 역전시장 앞. 빨간색 간판의 ‘천사무료급식소’ 앞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박영희 할머니도 식권을 받아들고 그 줄에 합류한다.
  시간이 흐르고 10시가 되자 ‘천사무료급식소’ 문이 열린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차례로 안으로 들어가고 박영희 할머니도 한자리 차지하고 앉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말간 설렁탕 한 그릇이 담긴 식판이 박영희 할머니 앞에 놓인다. 할머니는 우선 식판에 놓인 삶은 달걀을 집어 들고 휴지에 잘 싸서 주머니에 넣는다. 주머니 속 삶은 달걀은 박영희 할머니의 저녁밥이다. 그리고 밥을 뜨거운 국물에 말아 먹는다. ‘할머니, 밥 맛있으세요?’하는 기자의 질문에 박영희 할머니는 “맛은 무신, 그냥 따순 밥이니까 묵는 거지”라고 말한다.
  어느새 식판을 깨끗이 비운 박영희 할머니는 아쉬운 눈길로 옆 할머니의 식판을 본다. 월 16만 원의 기초연금으로 생계를 꾸리는 박영희 할머니는 식사는커녕 난방비조차 내기 빠듯한 처지라 무료급식이 없는 일요일에는 늘 배를 곯는다. 때문에 박영희 할머니에게 이 무료급식 한 끼는 그 무엇보다 값진 식사다. 천사무료급식소 옆에서 플라스틱 박스를 엎어놓고 마늘이며 쪽파 따위를 파는 박순자(72) 할머니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박영희 할머니와 박순자 할머니는 모두 가난한 노인들이다.
  OECD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48.6%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OECD 평균인 12.6%의 4배에 달한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가구 빈곤율이 74%에 이른다. 게다가 이 수치는 과거에 비해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다. 2014년 통계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인들이 겪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38.6%)으로 건강문제(35.5%)를 제치고 1순위를 차지했다. 박영희 할머니와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박영희 할머니가 자주 찾는 천사무료급식소의 채정숙 과장은 “천사무료급식소를 찾는 분들 대부분이 박영희 할머니와 주머니 사정이 비슷한 분들”이라며 “식사를 챙길 형편이 못 돼 이곳에 와서도 영양부족으로 쓰러지는 분들도 종종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부터 줄을 길게 서서 무료급식을 기다리시곤 하는데, 재료가 부족해 기다리고 있는 분들 모두에게 식사를 드릴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노인빈곤, 또 다른 사회적 문제 불러일으켜

  이처럼 우리나라 노인빈곤은 심각한 수준이며, 이로인해 다른 사회적 문제가 유발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노인 범죄의 급증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노인 강력범죄가 약 40% 증가했으며, 범죄 동기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많이 꼽혔다. 범죄를 직접 접하는 경찰들 역시 이를 피부로 몸소 느끼고 있었다. 인천 삼산경찰서 부흥지구대 순찰3팀 정보람 순경은 “근무를 하다보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이 음주 후 난동부터 시작해 크고 작은 범죄를 일으키는 것을 자주 본다”며 “일반 가정에서도 경제적으로 빈곤하면 가정 내 문제가 일어나기 십상인데, 소외되고 건강도 좋지 않은 노인들이 경제적 뒷받침까지 없을 경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나날이 높아지는 노인 자살율 역시 심각한 문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사망원인 중 자살률은 10만 명당 55.5명이고, 80세 이상은 78.6명, 90세 이상은 83.7명으로 나타나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살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0세 이상 노인이 자살충동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34.2%)이 꼽혔다. 즉 노인빈곤이 노인 자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차원의 해결책 필요해

  그렇다면 유독 우리나라에서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첫 번째 항목으로 허술한 연금제도를 꼽았다. 우리나라는 노인빈곤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장치로 연금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실효성면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노인빈곤을 해소할 수 있는 연금제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기초연금’제도이다. 이 기초연금은 2008년에 처음 도입돼 65세 이상 인구 중 66.8%에게 지급되고 있다. 그러나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월 10만 원에서 20만 원밖에 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노인빈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노인빈곤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60세 이상 인구 중 노령연금 수급자 비중은 35.3%에 불과하고, 평균 연금액도 월 33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노령연금 수급자가 점점 늘고 있고, 국민연금공단 역시 앞으로도 노령연금 수급자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연금액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도입을 여타 다른 나라보다 매우 늦게 했다”며 “이 때문에 65세 이상 노인들이 가입기회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으려면 최소 10년 정도 연금을 들어야 하는데, 그러한 분들이 많이 없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실혜택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으나 부양의무자가 있을 경우 혜택을 제한하고 있어 65세 이상 인구의 약 6%만이 실질적인 혜택을 보고 있다. 실제 길거리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박순자 할머니도 직업을 가진 딸이 있어 이 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외동딸 이미정(47) 씨 역시 남편과 이혼하고 파출부로 일하면서 자녀 학비도 겨우 버는 처지라 박순자 할머니를 경제적으로 부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이미정 씨는 “내 생활비 대기에도 빠듯한 처지인데, 그 와중에 엄마가 내가 돈을 번단 이유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우리나라 연금제도에 대해 윤석명 연구위원은 “일찍이 연금제도를 도입한 유럽 및 OECD가입국가의 경우 과거 경제 호황기에 연금을 가입한 사람들이 지금 연금혜택을 받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외국의 연금제도는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수치로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전반적인 빈곤보다는 상층과 하층의 빈부격차가 매우 커 이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심각한 빈부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빈곤, 취약한 노인을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강화하되 연금액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국민연금 참여도가 낮아질 수 있으니 현금지원을 적절히 조절하고, 병원비, 주거비 지원 등 생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또 노인빈곤 완화를 위한 사회적 기구의 부재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노인빈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가기구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빈곤율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정부는 지난 5월 29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 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그 구성시한이 올해 10월 31일로 촉박한 가운데 아직까지 그 구성에 관한 구체적인 결정사항 없이 논의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 일자리 역시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 일자리 수는 통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그 종류가 대부분 일용직이나 계약직으로, 실질적으로 노인빈곤 해결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행동하는 복지연합 양준석 사무국장은 “노인 일자리는 빈곤 노인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소외’에서 벗어나고 자존감을 심어주는 심리적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것”이라며 “하지만 현 노인 일자리는 대부분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노인들의 풍부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 그리고 노인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과 인식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양준석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노인빈곤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며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면 정부의 행동도 자연스럽게 바뀌고, 노인빈곤 해결의 가장 큰 열쇠인 공적인 복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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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기자
namhee6741@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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