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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호
역사의 소용돌이에 놓인 ‘한국사 교과서’
제 899 호    발행일 : 2015.11.02 

지난달부터 우리 학교와 가까운 사창사거리에는 두 개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하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입장, 또 다른 하나는 국정화를 반대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모두 국정교과서에 대해 견해가 다른 두 정당이 붙인 구호문이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쪽에서는 ‘다양성을 훼손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하라’고 말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키우기 위한 국정화를 지지한다’고 맞선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생각은 과연 어떨까? 이에 충북대 신문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진행 상황, 찬반 입장, 여론을 다각도로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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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가 걸어온 70년의 길

  우리나라에서 처음 한국사 교과서를 발행한 것은 1946년이다. 광복 이후 1년 만에 발간한 한국사 교과서였다. 당시에는 교육 기반이 부족했기 때문에 미군정의 주도로 교과서를 발행하는 체제였다. 이때 역사단체인 진단학회에서 발간한 ‘우리말 국사 교과서’는 미군정 중앙청의 승인을 받아 1947년까지 9백만 부를 발행했다.
  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시기에는 문교부의 검인정제를 통과한 한국사 교과서만이 중고등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됐으며 1973년까지 한국사 교과서 검인정제가 이어졌다.
  하지만 1960년 4.19 혁명 이후부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부 지식인들은 “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사 교과서 발행은 특권층을 위한 교과서로 변질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문교부에서는 “검인정제를 유지할수록 교과서 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당시 초중고 교과서가 정부의 무상 배분이 아닌 학부모가 직접 구입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1963년부터 문교부는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하나의 내용으로 통합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당시 문교부 한국사 교과서 심의위원회는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동일한 내용을 제각기로 해석했고 이로 인해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며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각 한국사 교과서를 하나의 내용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당시 1963년 6월 17일자 경향신문에는 ‘문교부의 국사내용에 대한 통일방침을 붙인다’라는 사설로 각 한국사 교과서를 동일한 내용으로 포함하는 것에 반대했다. 사설내용에는 “문교부는 모든 한국사 교과서에 공통적으로 단군조선의 신화를 집어넣고 있다”며 “견해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음에도 이를 한꺼번에 묶는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73년부터다. 문교부는 당시 ‘학생들에게 객관적이고 일관성 있는 교과서를 발행한다’는 이름으로 국사편찬위원회와 문교부 편수국 관장을 중심으로 국정 교과서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검인정제로 발행된 한국사 교과서는 총 11종이었다.
  이때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여겨졌다. 학자들 사이에도 국정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논쟁이 오갔다. 1973년 6월 25일자 동아일보의 ‘국정 역사교과서 의견개진’에 칼럼을 쓴 서강대학교 이기백 교수는 “국정 교과서라고 좋을 수는 없다”고 말했고, 한국교육개발원 신세호 지도국장은 “검인정제는 학자들 간의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학문의 융통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1970년대 국사 교과서에 나타난 애국심 교육’이라는 학술지를 발표한 단국대학교 교육학과 구경남 교수는 “제3공화국의 최대 교육목표에는 ‘민족’이라는 타이틀이 크게 강조된다”며 “당시 정부는 개개인의 민족적인 의식을 키우기 위해 국정 교과서를 추진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973년부터 이어진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2003년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에도 기존의 한국사 교과서를 고수하려는 정부의 입장과 다양성 표현을 주장하는 학자들 간의 입장이 충돌했다.
  결국 2003년에는 국정 한국사 교과서에서 한국 근현대사와 국사가 분리됐고, 국사를 제외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만 검인정제가 실시됐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한국사 교과서가 하나로 통합된 한국사 교과서가 검인정제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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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

  지난 1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하 황우여 장관)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발표했다. 교육부 브리핑에서 황우여 장관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정화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역사를 분쟁의 씨앗으로 만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우여 장관의 말이 있고 나서부터 교육부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올바른 역사교과서’(교육부 가칭)에 대한 집필진들을 구성하고 한 달 후에 바로 교과서 개발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2017년까지 중고등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교육부 교과서정책과 이시은 연구사는 “10월에 행정 예고된 올바른 역사교과서에 대한 계획안을 제대로 마련하고 이번 달부터는 집필진을 구성할 계획”이라며 “2017년까지 교과서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동국대학교 명예박사 수료식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민들이 긍정적이고 통일된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심지어 어린 세대들에게 패배주의 역사 교육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여당에 이어 보수성향의 시민단체들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지지 성명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학교 산업개발학과 나승일 교수를 포함한 102인 지식인들은 ‘새로운 한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결성하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지지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역사 교육은 하나의 이념 편향으로 고질적인 병폐를 겪고 있다”며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해 교육부가 책임지고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지지 명단에 있는 우리 학교 사회교육과 이춘수 교수는 “권력자의 입맛대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이뤄지는 것은 반대하지만, 균형 잡힌 역사라는 취지에서는 국정화를 찬성한다”며 “한쪽만이 옳다는 시각보다는 하나의 교과서에 다양한 의견을 넣는 것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찬성하는 입장 못지 않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지난 9월 26일 한국교원대학교 역사학 관련 교수들의 반대성명을 시작으로 우리 학교(10월 17일), 충남대학교(10월 20일), 서울대학교(10월 22일) 등 지금까지 60여 개 대학교, 400여 명의 역사학 교수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이외에도 해외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있는 171명의 외국교수들도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국제적 명성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역사에 단일한 잣대를 적용한 올바른 한국사 교과서는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우리 학교 역사학 교수들과 함께 ‘국정 한국사 교과서 반대선언’을 발표한 우리 학교 사학과 박걸순 교수도 “역사 집필의 특성상 여러 가지 학문적인 제약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다양성을 원칙으로 한국사 교과서를 발간하는 것은 보편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교육부의 행동은 벼룩이 집에 들어왔으니 집안 전체를 다 부수자는 식”이라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막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진보성향의 정당과 시민단체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막기 위한 범국민 대책위원회를 세웠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467개의 시민단체들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이하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국정 한국사 교과서를 저지하기 위한 집회, 성명, 문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정의당 정진후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이 중심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최근에 터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TF팀 존재를 제보받고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확인한 TF팀의 역할로는 BH(청와대) 일일보고, 언론동향, 여론관리 등이 드러났다”며 “한국사 교과서 제작 이외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정의당을 포함한 야당에서는 교육부가 만든 TF팀을 ‘국정화 추진 비밀팀’으로 규정하고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은 “TF팀 사무실로 국회의원들이 들어올 때 교육부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한 녹취록이 공개됐다”며 “신고 녹취록에는 정상적인 공무원이라고는 볼 수 없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우리 지역의 한국사 교과서 논쟁

  우리 지역인 충청북도에서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지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도내 행정기관, 시민단체, 대학교에서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각각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14일 충청북도 김병우 교육감이 충청권 교육청(충남, 대전, 세종)과 함께 국정 한국사 교과서에 대응하는 대안 한국사 교과서를 제작하겠다는 지역 언론기사가 올라왔다.
  충청북도 교육청 김상렬 정책 보좌관은 “도교육청이 대안 한국사 교과서를 만든다는 것은 지역 언론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아직 국정 한국사 교과서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고 교재로 발행해도 최소한 제작기간이 몇 년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도내 시민단체에서는 충청북도 교육청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공교육 살리기 충북 학부모 연합 이재수 대표는 “지난 달에 충청북도 교육청이 예고한 ‘역사교육활성화 조례안’에는 역사교재 보조금 지원 항목이 포함됐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굳이 조례안을 예고하는 것은 대안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꼼수”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상렬 정책 보좌관은 “보조금 지원 항목에는 역사과목 이외에도 국어, 수학, 영어 교재가 포함된 것”이라며 “도내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대안 한국사 교과서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정화, 우리 학교 학생들은?

  그렇다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충북대 신문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주제로 우리 학교 학생 300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찬성과 반대뿐만 아니라 각 4개의 문항으로 나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학생들에게 추가질문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자의 과반수를 훨씬 넘는 91.3% (274명)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반대하는 이유도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다(42%/ 115명), 우편향 우려(5.8%/16명), 권력의 뜻대로 역사가 재단될 수 있다(51.1%/140명), 국정화가 줄고 있는 국제사회 상황(1.1%/3명)으로 제각각이었다.
  반대 입장을 밝힌 우리 학교 장동욱(생물교육과.07) 학생은 “역사 교육의 기본은 다양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무리하면서까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찬성하는 학생들은 8.7%(26명)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응답자의 10%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찬성하는 이유에는 역사교육이 혼란스럽다(26.9%/7명), 교육비가 감소할 것(3.8%/1명), 좌편향 우려(11.6%/3명), 균형 있는 역사(57.7%/15명)가 있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한 공과대학의 익명의 한 학생은 “검인정제 교과서는 우리나라의 현실상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사회적 통념상 지금의 한국사 교과서는 분열만 일으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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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문조사 결과 우리 학교 대다수의 학생들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일부 리서치 기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리얼미터의 제3차 대국민 한국사 교과서 여론조사에서는 국정화에 대해 찬성이 41.7%가 나왔고 반대는 58.3%로 나왔다. 예전에 이뤄진 제1차와 제2차 여론조사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젊은 층인 20대 여론조사에서도 찬성이 21.6%, 반대가 78.4%로 집계됐다. 충북대 신문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찬성비율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김선호 기자
preferenc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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