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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하
대형마트 규제, 전통시장 부활은 없었다
제 901 호    발행일 :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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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신문은 지난 874호(2014년 3월 17일자)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상생 가능할까?’ 기사를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에 따른 시민들의 의견과 전통시장과의 상생 방안에 대해 다룬 바 있다. 기사 이후 지난 2014년 12월 서울고등법원이 대형유통매장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시행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단기간 시행으로 막을 내리는 듯 싶었다. 하지만 지난 11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영업시간 제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서울시 성동구청과 동대문구청에 제기한 소송에서 대형마트 6개사의 손을 들어준 고등법원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법부는 다시 대형마트를 규제하며 전통시장 상인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형마트 규제가 과연 전통시장 부활의 열쇠가 될 지는 아직 의문이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부당한 처사”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는 지난 2012년 1월 처음 도입됐다. 당시 영업규제는 매달 격주로 의무휴업일을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대형마트 측은 이와 같은 영업규제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대형마트와 소상인 간의 법적 공방이 지속됐다. 결국 같은 해 12월 유통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해당 개정안에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한다는 내용과 더불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월요일과 공유일 포함 월 2회로 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2013년 1월 1일 대형마트 규제에 관한 최종안이 ‘유통산업발전법’이라는 법안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대형마트 영업 규제 시행안이 최종 확정됐다.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을 수용하면서 잠잠해질 것만 같았던 대형마트와 소상인 간의 법적 공방은 예상과 달리 지속됐다. 2013년 9월 대형마트는 1심 소송에서 패했다. 1심 재판부가 공익적 측면을 강조해 판결했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대형마트의 손해는 있지만 소상인과 전통상인의 매출을 증대시킨다는 공익적 효과가 크다’는 이유를 주된 근거로 내세웠다. 이후 2014년 12일 발표된 2심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에서 강조한 ‘공익적 측면’에 대해 의문을 던졌고 소비자 선택권 침해에 초점을 맞춰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규제를 통해 전통시장이 성장한다는 것은 증명되지 않은 데다가 규제가 소비자의 장보기에 지장을 주며, 규제가 끼칠 영향을 조사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문제’라고 판결했다. 당시 판결을 대형마트를 비롯한 납품업체들은 반겼지만 전통시장 상인을 포함한 소상인들은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입법 취지를 고려해 달라’며 반대의 뜻을 내비췄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규제로 인해 주말 쇼핑이 불편하다는 데에는 대부분 공감했지만, 의무휴업일 지정에 대해서는 찬반이 나뉘는 모습을 보이며 다시 한 번 대형마트 규제는 혼란 속으로 접어들었다.

판결 뒤집은 대법원, 대형마트 ‘의무휴업 족쇄’ 벗어나기 돌입
 
  약 3년 동안 끌어온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에 대한 분쟁이 결국 일단락될 전망이다. 2심에서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대법원이 뒤엎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19일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및 중소유통업과의 상생발전 등 규제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할 뿐만 아니라 이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도 크다”며 원심판결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규제 부작용을 최소화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무휴업일로 인한 영업 손실액이 발생하면서 일부지역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족쇄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평일보다는 주말 및 공휴일에 매출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의무휴업일 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대형마트 지역은 경기 용인시, 충북 청주시 등이다. 하지만 의무휴업일을 변경하려면 지자체와 지역상인 등이 동의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상인을 설득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청주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입장 못지않게 지역상인과 지자체의 입장도 중요하다”며 “의무휴업일 변경이 지역상인 매출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는 선에서 휴업일을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마트 규제 이후 전통시장 활성화 미미해

  이처럼 대형마트 규제로 말이 많지만 막상 대형마트 규제로 기대됐던 전통시장 활성화는 생각보다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무휴업일 시행 이후 대형마트 중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실적은 2012년 기준 10조 9,390억 원에서 2014년 기준 10조 9,339억 원으로 거의 동일했으며 대형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의 경우 거래액이 2008년 기준 4,000억 원에서 2014년 기준 5조 5,000억 원으로 10배가 넘게 대폭 상승했다. 이에 반해 전통시장 판매액은 2010년 기준 24조 원에서 2014년 기준 19.7조 원으로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한편 동종업계 전체 판매액을 보면 의무휴업일 시행년도인 2013년을 기준으로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판매액도 각각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의무휴업일 때문이 아니라 경기 불황에 의한 전체 소비시장의 위축때문으로 보여진다.
  결국 대형마트 규제는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청주시 가경터미널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심상민(청주시 복대동.57) 씨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는 사람들이 물건 자체를 구입하러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전통시장도 주말에 활기를 띄는 편인데 의무휴업일에는 사람이 없으니 매출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민기(청주시 복대동.31) 씨는 “소량의 반찬만 구매할 목적으로 주말마다 가까운 전통시장을 방문하곤 하는데 이전에 비해 더 한산한 느낌을 받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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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활성화, 인식개선부터 이뤄져야

  오랜 기간 법정 공방 끝에도 이렇다 할 수확이 없자 대형마트를 규제할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이 스스로 전통시장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생겨나고 있다. 대형마트와 같은 정확한 가격 명시와 철저한 위생관리, 친절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천호준(고양시 일산구.25) 씨는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나면 내가 정말 적합한 가격에 산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무작정 깎아서 사지 않으면 괜히 손해를 본 것 같고 상품 구매 후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에 대한 컴플레인도 걸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상민(청주시 복대동.44) 씨는 “무작정 대형마트 영업을 막는다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대안이 전통시장뿐이라는 생각은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다”며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우선 전통시장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지워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규제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주말이나 공휴일에만 쇼핑이 가능한데 의무휴업일로 지정된 날과 겹치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석민(청주시 가경동.33) 씨는 “정작 쇼핑하는 대상은 시민인데 대형마트와 전통상인 간에 이권 싸움에 시민들만 불편을 겪는 것 같다”며 “가장 많은 시민들이 쇼핑하는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자 했다면 이에 대한 분명한 대안이 우선돼야 했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지하 객원기자
kjha0921@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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