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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하
단통법, 혜택은 이통사에게 부담은 소비자에게
제 902 호    발행일 : 201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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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된지 1년이 넘었다. 시행 직후 아이폰 대란 등의 진통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제각각이었던 휴대폰 가격을 평준화하며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됐던 단통법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소비자가 아닌 이동통신사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단통법으로 1조 원에 이르는 마케팅비를 절감하며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소비자들은 이번에도 정부가 대기업 배불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날선 비난을 내보임과 동시에 단통법을 피해 편법으로 휴대폰을 구매하는 등 소위 ‘호갱’ 탈출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들이 단통법의 긍정적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면 불법보조금, 대란 등 진통은 여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밀거래 뺨치는 핸드폰 거래, 은어 모르면 호갱

  휴대폰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은 다름아닌 현아와 표인봉이다. 현아는 ‘현금완납’의 준말이고, 표인봉은 ‘페이백’의 앞글자를 따서 부르는 말이다. 아이폰 대란 이후 정부의 단속을 피하고자 일부 판매업자와 소비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 등을 통해 만든 은어다.
  현금완납은 단말기 가격을 한 번에 내는 것으로 할부로 나눠 내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과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다. 페이백은 해석 그대로 돈을 돌려주는 것으로 정상 가격으로 휴대폰을 개통한 뒤 지불한 금액의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100만 원으로 구매하면 50만 원의 금액을 돌려주는 것이다. 조건부 페이백이 많기 때문에 자칫 사기당할 위험도 높지만 저렴한 가격에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어서 다수의 소비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오프라인 유통업자들은 방통위 단속 혹은 폰파라치(유통업자의 불법 영업을 고발해 보상금을 타내는 이들) 때문에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면서도 손해를 보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사창사거리에 있는 한 휴대폰 대리점 직원은 “단통법이 시행되고 나서는 신규가입자나 기기 변경자, 번호 이동자 모두에게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며 “아이폰 대란 이후 매장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신 휴대폰인 삼성 갤럭시노트5나 아이폰6S 등의 출고가는 100만 원을 웃돌아 30만 원대의 보조금을 모두 받아도 70만 원에 이른다. 페이백이나 현금완납 등의 편법을 통한 불법 보조금의 유혹이 여전한 이유다.

프리미엄 단말기 저물고, 중저가 단말기 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지난 2014년 상반기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70%를 차지했던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상반기 30~40%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년 1,200만 대가 판매됐던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량이 600만 대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처럼 프리미업 제품의 판매량이 급감한 이유는 지난해 단통법에서 규정한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로 인해 높은 가격대로 책정된 휴대폰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저가 보급형 단말기의 판매 비중은 늘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의하면 40만 원 미만의 단말기 판매 비중은 단통법 시행 전 18%에서 시행 후 28.1%로 급성장했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는 단말기 판매가 감소했기 때문에 프리미엄 단말기도 축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해 9월 14일 국정감사에서 “전 세계적으로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되고 단말 경쟁이 심화되면서 통신시장 판매 대수 규모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단통법 때문에 이동통신시장이 위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는 중저가 단말기 판매 비중이 늘어난 것을 긍정적 효과로 해석했다. 단통법이 단말기 차별 행태를 없애 비싼 프리미엄 단말기를 구입하는 현상을 줄이고 소비패턴을 합리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단통법에 반대하는 소비자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해석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단말기를 구입해 사용하고 싶지만 단통법 이후 더욱 비싸진 가격에 못 산 것이지 안 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형욱(청주시 흥덕구.25) 씨는 “최신 스마트폰은 공시지원금이 적어 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철 지난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도 불만인데 이마저도 재고가 넉넉지 않아 구하기도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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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란’ 없는 예측 가능한 시장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하루 평균 가입자의 26.2%가 기기변경을 통해 가입했다. 기기변경이란 기존 이동통신사를 계속 사용하되, 단말기만 새로 구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비해 기존 이동통신사의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이동통신사로 갈아타는 번호이동 가입 비중은 38.9%에 달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기기변경 비중은 54.9% 번호이동은 24.7% 신규가입은 20.4%라고 미래창조과학부는 밝혔다. 단통법 시행 이전보다 기기변경 비중이 늘고 번호이동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단통법 덕분에 이동통신 시장에서 지원금 경쟁이 줄어들고, 단말기 출고가 인하 및 서비스 경쟁이 생겨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번호이동 비중이 높았던 것은 각 이동통신사에서 보조금을 대량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이동통신사의 가입자를 빼앗기 위해 기기변경 가입자보다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차별’이 있었던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보조금 지급 규모를 알아볼 수 있게 공시하니 소위 ‘대란’이라 말하는 가격 장난이 생기지 않고 시장이 안정적으로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미래창조과학부와는 달리 소비자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단말기 보조금을 경쟁하게 되면 소비자가 직접 찾아다니며 좋은 단말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었지만 단통법으로 인해 발품을 팔 기회조차 뺏긴 채 호갱이 됐다는 불만이 많다. 따라서 단통법 시행 이후 낮은 가격에 불법으로 유통되는 휴대폰 정보는 폐쇄형 SNS 등에서 이전보다 더욱 은밀하게 은어를 통해 거래되는 상황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김호윤(경기도 고양시.31) 씨는 “단통법 이후 휴대폰 가격이 모두 상향평준화된 것 같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단통법은 기존에 호갱이 아니었던 소비자까지 호갱으로 만드는 평등한 법”이라고 비난했다.

단통법에 소비자는 울상, 아이폰은 웃었다

  단통법으로 지난해 1조원에 달하는 마케팅비 절감을 달성한 이동통신 3사를 제외한 모든 휴대폰 관련 업체와 소비자가 울상인데 반해 아이폰 제조사 애플은 단통법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애플은 단통법 시행 전에도 제조사 보조금을 거의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국내 스마트폰보다 비쌌다. 단통법 이후에도 아이폰은 여전히 시행 전과 같은 가격을 유지했고 국내 스마트폰만 단통법 이전보다 비싸졌다. 같은 비싼 가격이면 아이폰을 쓰자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인지 단통법 시행 이후 애플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기존 13% 수준에서 27%까지 2배가 넘게 상승했다. 반면 삼성과 LG의 시장 점유율은 평균 10% 이상 하락했다.
  이에 대해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애플의 시장점유율 증가는 세계적 추세이며 아이폰 자체의 제품경쟁력으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애플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졌고 이동통신 3사 전체를 통해 개통이 가능해짐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져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영민(청주시 흥덕구.22) 씨는 “단통법 시행 이전에 아이폰은 국산 단말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며 “단통법으로 인해 국산 제품 단말기도 싸게 살 수 없어져 어차피 비싸다면 아이폰을 사겠다는 심리가 주요 원인인 것이지 단순히 애플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져 아이폰을 선택했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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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10월 1일 단통법 시행 1주년을 맞아 SNS를 통해 소비자의 의견을 듣는 이벤트를 열었다. 당시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단통법에 대한 부정적 의견과 불만을 토로하면서 이벤트라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 소비자들은 공통적으로 “단말기 가격도 이전보다 높아진데다 통신요금도 폭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지나치게 높아 부담이 많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김지하 객원기자
kjha0921@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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