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성소수자 모임은 1995년 3월 연세대 ‘컴투게더’를 시작으로 서울대와 고려대로 확산돼 갔다. 또 2000년 서울대를 시작으로 이화여대(2002년), 고려대(2003년), 연세대(2007년), 서강대(2013년) 등 서울 지역 7개 학교 성소수자 모임이 학교 측으로부터 예산과 공간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정식 동아리로 인정받기도 했다. 중앙대 성소수자 모임 ‘레인보우피쉬’ 또한 작년 10월 8일 학교로부터 정식 동아리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보이는 모임도 있다. 최근 몇몇 대학 내에선 성소수자 모임에 반대하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서강대 모 교수가 서강대 성소수자 모임 ‘춤추는 Q’가 게시한 현수막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고 기독교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별 성소수자 모임에 반대하는 의견을 온라인 모임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성소수자 명칭 알아보기
대학 내 성소수자 모임이나 온라인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이름을 살펴보면 대부분 ‘퀴어(Queer)’, ‘LGBT’, ‘이반’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다. 먼저 ‘LGBT’란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성소수자’를 의미한다.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이하 친구사이)’ 청소년사업팀이 발간한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을 위한 교사지침서>에 따르면, 게이(Gay)란 동성애자들에게 덧씌워진 어두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기쁨’이라는 의미를 사용하면서부터 동성애자들을 지칭하기 시작했다. 주로 남성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며 서구에서는 남녀 동성애자를 포괄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레즈비언(Lesbian)은 여성 동성애자를 지칭하며 고대 그리스의 여류시인 ‘사포’가 여 제자들과 함께 살았던 섬의 이름인 ‘레스보스’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바이섹슈얼(Bisexual)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성적 지향을 지닌 양성애자를 의미한다. 트랜스젠더(Transgender)는 자기가 타고난 생물학적 성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이 다른 사람을 말하며 성전환수술 여부와 상관없다. 또 ‘이반’과 ‘퀴어’ 모두 성적 소수자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용어이다. 다만 ‘이반’은 한국의 동성애자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다. ‘친구사이’ 박강석 대표는 발간사를 통해 “본 지침서가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동성애와 이성애 간 평등교육 실현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럼으로써 서로 ‘다름’으로 더욱 풍부한 삶을 함께 만드는 세상을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바라본 동성애
우리 학교 학생들은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우리 학교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동성애를 인정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인정한다’라고 답한 학생은 225명으로 약 74.3%,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학생은 48명으로 약 15.8%, ‘잘 모르겠다’라고 답한 학생은 30명으로 약 9.9%였다. ‘인정한다’라는 답변을 한 학생들은 대부분 ‘그들의 사랑을 존중한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인정한다’고 답한 김태완(식품공학과.12) 학생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택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며 “개인과 개인이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사랑이라면 인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같은 답을 한 유현성(산림학과.12) 학생은 “주변에 동성애자인 지인들이 있어 인정을 하는 편”이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해가 됐고 그들도 좋아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한 익명의 한 학생은 “동성애가 연애로 끝난다면 인정할 수 있지만 결혼으로 이어진다면 인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같은 답을 한 이동범(전기공학과.14) 학생은 “여자와 남자로 각각 태어났으면 그에 맞는 삶을 살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인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이상 동성애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가에 번진 ‘호모포비아’
지난해 11월 20일 서울대학교에서 국내 최초 성소수자 총학생회장이 당선되면서 여론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당선된 김보미 총학생회장은 투표인원 8,837명 중 7,674명의 찬성을 얻었다. 또 그 며칠 뒤에는 고려대 동아리연합회 선거에서 ‘레즈비언’임을 밝힌 이예원 학생이 부후보로 참여한 선거본부 ‘모람’이 당선됐다. 이런 결과를 볼 때 학생들이 동성애를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대학 내에서 성소수자 관련 홍보물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 대학 내에서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일종의 ‘호모포비아(Homophobia)’이다. ‘호모포비아’는 동성애 혹은 동성애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그로 인한 차별을 일컫는 말로 ‘동성애혐오증’이라고도 한다. 호모포비아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동성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실체를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익숙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심리라고 할 수 있다. 서울예술대에서는 작년 12월 9일 ‘외국 신규 에이즈 감염자 중 동성애자 비율’ 등을 제시하며 동성애가 에이즈(AIDS)를 유발하는 원인인 것처럼 서술하는 등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가 게시됐다. 숙명여대에도 작년 12월 4일 기숙사 명재관 내부에 서울예술대에서 발견된 성소수자 혐오 포스터와 동일한 내용의 포스터가 부착돼 논란이 일었다. 포스터에는 학교 당국의 부착물 허가 도장도 찍혀 있어 이에 대해 숙명여대 퀴어 모임은 9일 ‘숙명여대 중앙 여성학 동아리 S.F.A’ 등과 공동 명의로 “성소수자 혐오 포스터 부착을 허용한 학교 당국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내걸었다. 서강대의 퀴어 모임과 퀴어자치연대 ‘춤추는 Q’는 지난달 29일 서강대 정문과 남문 등 총 4군데에 현수막을 게시했지만 다음날 저녁 서강대 떼이야르관 앞에 걸어 놓은 현수막이 군데군데 찢긴 채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게 발견됐다. 또 단국대에서도 성소수자모임 ‘아웅多웅’이 지난달 29일 학교 정문 버스정류장 등에 붙여 놓은 포스터 두 점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홍보물 훼손뿐 아니라 대학 내 성소수자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그대로 내비친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는 고신대, 한세대 등 기독교 대학 중심으로 반동성애 성향을 가진 SNS 계정이 급격히 생성되고 있다. ‘○○대 반동성애 모임’이라는 계정으로 계속해서 동성애에 반대하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성소수자 연대, 공유를 통한 공존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Queer University의 약자, 이하 QUV)’에 따르면 현재 국내 35개 대학 내 38개 성소수자 모임이 연대하고 있으며 공개적인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교 수는 전문대 포함 총 339곳으로 ‘QUV’와 연대하고 있는 대학은 전체 대학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다. ‘QUV’ 행정팀 소속 ‘MECO’ 씨는 “2014년 이후 신규로 창설된 모임들도 많고, 지금도 SNS에서 새로운 모임들이 생기고 있으며 그 모임들이 창설 단계에서부터 ‘QUV’와 연락을 하면서 노하우도 공유하고 모임에 관심이 있는 다른 학내 구성원 및 인근 학교 모임과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연대에 참여하면 다른 학교의 모임들과 친교를 형성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모임 운영 및 학내에서 일어난 문제 대응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연대를 망설이고 있는 모임에게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회의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주로 진행되고 있어 서울에 있지 않은 대학이 연대에 참여하는 게 어려울 수 있고, 신생 모임의 경우 내부적으로 기반을 다지는 것을 우선순위로 보기 때문에 연대의 실효성이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고충 때문에 ‘QUV’에서는 지속적으로 여러 모임과 공유하는 세미나를 열고 있으며, 학내에서 발생한 성소수자 관련 이슈를 대응할 수 있도록 연대 대응 대자보나 의제설정 등의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최송희 기자
shinyp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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