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가 다가올수록 우리 학교 신학생회관(이하 신학)은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인파로 붐빈다. 2011년 신학에 편의점이 생긴 이후 학생들은 좀 더 빨리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2014년 우리 학교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의 매장별 매출현황을 보면 편의점 매출은 약 8억 1천만 원으로 생협 전체 매출인 약 15억 8천만 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학교에서 500m 이내에 위치한 편의점만 16곳이 넘으며, 전국적으로 볼 때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전국 편의점 가맹점은 28,994곳으로 3만 곳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장기 불황 속에서도 편의점은 가히 독보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편의, ‘형편이나 조건 따위가 편하고 좋음’이라는 뜻이다. 빠른 성장에 걸맞게 편의점이 여전히 ‘편의’점으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져본다.
현대 사회와 편의점의 데칼코마니
맛있고 푸짐하다는 의미인 신조어 ‘혜자스럽다’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도시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도시락을 포함한 편의점의 다양한 PB(Private Brand)상품은 일반 브랜드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그들만의 차별성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은 산다. 대표적인 예로 지역특산물을 첨가한 컵라면, 우유로 접해보기 힘든 수박 우유나 코코넛 우유, 돈까스가 들어간 샌드위치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편의점 충성도를 높이는 데 탁월하다. 한혜리(미생물학과.15) 학생은 “주로 도시락과 같이 편의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은 그 곳이 아니면 살 수 없기 때문에 편의점을 자주 가게 된다”며 “게다가 매장 내에 테이블과 의자가 구비돼 있어 식사를 간편히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사회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절묘하게 맞물린다. 우리 학교 소비자학과 황혜선 교수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대단위로 사는 것보다 편의점에서 소단위의 제품구매를 선호하게 됐다”며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은 쇼핑에 시간을 투자할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27.1%로, 전체 가구의 3분의 1에 육박하며 2035년에는 34.3%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편의점 자체에서 진행되는 각종 프로모션들 또한 소비자들의 발길을 끄는 이유중 하나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이덕우 부장은 “다양한 할인수단과 증정행사를 통해 편의점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에서 벗어났다”며 “택배, ATM 이용과 같은 생활서비스 제공도 사람들이 편의점을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실제로 편의점에서는 매달 새로운 1+1증정행사나 2+1증정행사를 진행하며 통신사, 체크카드 등으로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편의점 때문에 불편한 그들
편의점은 소비자들에게 최적화된 전략으로 성장과 동시에 진화하고 있다. 흔히 우리가 알고있는 CU, GS25와 같은 편의점은 편의점 가맹본부와 가맹계약을 맺어 출점한다. 중문에 있는 한 편의점 점장은 “가맹 본사에 의해 매장관리부터 서비스까지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잡혀있다”며 “이런 점에서 볼 때 편의점을 찾는 고객들이 밝고 깨끗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관리해주기 때문일까. 실제로 편의점은 가맹본부에 의해 시설투자부터 인테리어까지 진행돼 가맹사업자는 매출의 65%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학교 중문에 위치한 편의점 세븐일레븐 점장은 “편의점이 너무 많이 생기다 보니 서로 나눠먹는 식이 되버렸다”며 “지금은 학교에 학생들이 있어 덜하지만 방학 때는 알바비조차 마련하기 힘든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택가와 같이 유동인구가 적은 곳에 위치한 편의점은 더욱 막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편의점 5개 브랜드 가맹점의 평균 연매출은 ▲ 2009년 5억 3,278만원 ▲ 2010년 5억 661만원 ▲ 2011년 4억 8,276만원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즉, 편의점의 매장 수는 점점 증가하는 데 매출액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계열사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충분한 시장조사 없이 점포수를 늘리는 데에만 급급했던 것이 아닌가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편의점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 가게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막상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실정이다. 가맹본부와의 계약기간인 5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폐업할 경우 편의점 규모에 따라 4천만 원~8천만 원 사이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장사가 안 되어 폐업을 하게 됐는데 초기비용에 대한 손해뿐만 아니라 위약금까지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2015년도까지 집계한 바로는 3만 9,737곳의 신규 가맹 편의점 중 5년 이상 운영한 비율은 58%로 절반 수준에 그친다. 가맹사업자들의 입에서 근본적으로 편의점 계약이 다소 불공정한 부분이 있다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명암이 공존하는 편의점의 미래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 간의 마찰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에서 시작됐다. 특히 가맹사업법의 ‘부당한 영업지역 침해 금지’에 대한 내용이 담긴 제12조 4항을 바탕으로 가맹본부에서는 기존 가맹점사업자로부터 250m내에 신규 가맹점 및 직영점을 개설하지 못하도록 지정했다. 이는 가맹점사업자들의 일정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임에도 거리기준이 모호한 탓에 혼란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법학연구소 김보훈 전임연구원은 “장악력을 고려하자면 거리의 제한을 두는 것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한편에서는 형평성에서 어긋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생각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편의점 가맹 본부의 불공정 행위를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도록 불공정가맹분야 익명제보센터를 개설해 갈등 해소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법원에서 소송을 걸고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성상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일정 부분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서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이준인 회장은 “편의점 거리 제한 동일 브랜드에 한해 제한이 되는 것이지 모든 편의점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담배권만 확보되면 무조건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라 현재 거리 제한으로는 영업 지역을 보장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이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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