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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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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규빈
인턴, 기회인가 함정인가
제 905 호    발행일 : 2016.04.04 

대졸 신입 공채가 한창이다. 분명 ‘신입’ 사원을 모집한다는 공고인데, 지원을 위해 필요한 항목들을 채워 나가다보면 해당 직무 경험 여부를 묻는 항목을 마주하게 된다. 동일한 조건의 지원자라면 해당 직무 경험이 있는 지원자가 합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경력 없이 갓 졸업한 취업준비생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인턴사원이 되기 위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서 경력사원을 뽑는다는 인사담당자를 향해 유병재가 외친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험을 쌓나”라고 외친 유병재의 일갈은 더 이상 웃어넘길 수 없을 만큼 진지한 자신의 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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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인턴, 경력대신 상처만

  노력 끝에 모 회사 인턴사원 모집에 합격한 양성현(경기도 고양시.28) 씨는 힘들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 중이다. 하루 9시간씩 주 6일을 꼬박 근무해도 월급은 100만 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친구들 중에는 점심 값만 받고 일하는 무급인턴도 있다”며 “일을 하는 중에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건지 생각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양씨처럼 지난해 인턴과정중이던 우리나라 대학생 15만 명 중 11만명이 이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적합한 급여를 지불하지 않았던 열정페이 논란이 일부에서 불거진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노동시장 격차가 심해지면서 열정페이 근절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인턴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등장했다. 올해 상반기 인턴사원 모집을 준비 중인 김하늘(경기도 고양시.24)씨는 “열정페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며 “일한 만큼 대가를 지불받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어째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문제 자체가 논란이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이준상(청주시 흥덕구.27)씨는 “열정페이는 경력 하나라도 더 쌓아보려고 눈높이를 계속해서 낮추는 취준생들을 이용하는 기업이 만들어낸 기형적 결과물”이라며 “인턴사원은 회사 내에서도 마치 소모품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인턴 보호하기 나선 정부, 현실은 막막

  악화된 고용형태를 악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자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 2월 1일부터 ‘열정페이 근절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턴은 ‘일 경험 수련생’으로서 교육 또는 훈련을 목적으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를 경험하는 자를 의미한다. 즉, 인턴은 일반 사원과 다르게 근로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일을 배우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턴기간은 업무 난이도에 따라 2개월에서 6개월 사이여야 하며, 인턴사원에게는 주 40시간을 초과한 업무를 부과할 수 없다. 또한 인턴의 형태로 기업현장실습에 참여한 인원에게는 식비와 교통비 등을 포함한 월급의 전부를 물품이 아닌 금전으로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턴 형태가 단순한 학습이 아닌 근로에 준한다면 최저시급 이상에 상응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인턴과 대학생의 현장실습 운영에 대한 규정을 대학과 기업에 적용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장조사가 끝나면 올해 6월 즈음 약 500개 기업 및 인턴 실습장을 대상으로 불법적 노동착취 형태가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열정페이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지원 근로기준정책관은 정책브리핑을 통해 “청년들에게 일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고, 청년이 취업하는 일자리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제도의 올바른 운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가이드라인 시행에 맞춰 현장실습 등 수련제도가 청년들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탐색하는 직무 경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 업종별 협회, 유관기관 등과 긴밀히 협조해 나갈 예정”이라며 “교육을 빌미로 인턴사원을 근로자로 대체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열정페이가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근로감독 실시 등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열정페이 근절 가이드라인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매일경제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열정페이 근절 가이드라인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낮은 인지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선 근무 현장에 몸담고 있는 인턴들조차 가이드라인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울산의 모 대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황규명(울산시 남구.30)씨는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본다”며 “인턴 보호라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우선 인턴을 앞둔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이드라인에 대해 알리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제도에 앞서 지금까지 소모품처럼 여겨왔던 인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진정한 열정페이 근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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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보호에 인턴시장 위축될 가능성 있어

  근로수준의 업무를 담당하는 인턴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된 가이드라인에 대부분의 기업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결과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부담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기업은 과반수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인턴사원에게 최저임금에 준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에 준하는 금액을 지불한다’라고 답한 기업이 32.5%로 가장 많았고 ‘교육목적이므로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기업이 23.5%로 뒤를 이었다.
  무엇보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명시한 ‘단순한 학습이 아닌 근로에 준한다면 최저시급 이상에 상응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항목이 혼란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정페이를 막고자 마련된 가이드라인인데, 대학에서 교육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학점인증 인턴제 수강생에게도 해당 항목이 적용돼 최저임금에 준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 ‘학습목적의 인턴과 근로목적의 인턴을 따로 구분해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 없이 가능한 단순근로보다는 교육이 전제되는 근로가 많기 때문에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업의 입장에 가장 난처한 것은 매 학기마다 인턴제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의 호평을 받아왔던 대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대학교 관계자는 “주로 졸업을 앞둔 학생들로부터 학점이수와 직무수행을 함께 할 수 있는 인턴제 과목 지원과 개설요구가 많다”며 “최저임금을 지불하면서까지 대학생 인턴을 받으려고 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 고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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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객원기자
wilsher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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