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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규빈
맥주 값마저 인상, 서민 주류 사라지나
제 906 호    발행일 :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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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국인들이 흔히 ‘소맥’이라 불리는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술을 맛보고 극찬하는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소맥을 맛본 영국인들은 ‘맥주의 맛을 더 강조시킨다’, ‘소주만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등 소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세계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소맥은 우리나라 술자리라면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주류 중 하나인데 저렴한 가격의 두 주류가 섞여 맛을 더하면서 인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 해 소주 가격 인상에 이어 맥주 가격도 인상될 것으로 보여 애주가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 ‘서민 주류’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진 것이다.

소주와 맥주의 전성기


  지난 2014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세계 주류시장 동향 및 소비현황 분석’에 따르면, 주요 47개국 조사대상 중에 우리나라는 전체 16위로 집계됐다. 최근 우리나라 주류 시장은 소비가 급증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연간 2%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이끈 견인차가 서민 주류로 꾸준히 이어온 소주와 맥주다. 실제로 우리나라 주류시장 비율에서도 맥주가 57.1%, 소주와 같은 증류수는 40.5%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과일 소주와 맥주가 출시되면서 향후 매출 증가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나는 소비량에 ‘소주와 맥주의 전성기’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소주 가격 줄줄이 인상, 또 기업 배불리기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1월 30일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의 47%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참이슬 후레시와 참이슬 클래식의 출고가를 병당 971.7원에서 1,015.7원으로 54원 올리며 소주 가격 인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하이트진로에 이어 대구의 금복주, 경남 창원의 무학, 대전·충남의 맥키스컴퍼니, 제주의 한라산 소주 등이 소주 출고가를 인상했으며 그 뒤를 이어 업계 2위인 롯데주류가 처음처럼의 출고가를 기존 946원에서 1,065원으로 인상했다.
  소주 업체들은 출고가 인상 배경으로 지난 3년간 누적된 원가 상승 요인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04년의 소주 출고가가 800원대였고, 11년이 지난 2015년에 1천 원대가 된 것이니만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큰 인상폭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소비자 단체들은 ‘최근 3년간 희석식 소주에 들어가는 에탄올 원액인 ‘주정’에 들어가는 원재료인 쌀보리, 겉보리, 현미 등의 가격이 모두 내렸는데, 도대체 가격 인상 요인이 무엇이냐’며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는 “주정이 소주 원가에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으며 주정 이외에 기타 첨가물, 인건비, 포장비용 등이 상승한 것이 이번 출고가 인상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주 가격 인상으로 인해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매출 상승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확인돼 결국 기업 배불리기에 나선 것이냐는 날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매출액은 총 1조 9,07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소주 가격 인상 이후 하이트진로의 소주시장 점유율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대표상품인 참이슬의 출고가를 높인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2월 아시아 경제에서 인터뷰한 익명의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원가절감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 끝에 손익구조 개선을 이룰 수 있었다”며 “참이슬의 출고가를 높인 것도 어느 정도 매출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이트진로의 매출액을 폭등시킨 일등 공신은 다름아닌 인상된 소주 가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 보면 소주 가격은 대략 50원에서 100원 정도의 증가폭을 보였지만 실제로 소주가 소비되는 시장에서는 음식점마다 500원에서 1,000원 정도 인상된 가격에 소주를 판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3,000원에서 3,500원에 소주를 판매하던 업소는 대부분 4,000원으로 가격을 인상했으며 서울 홍대와 강남 등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상권에서는 기존에 판매하던 4,000원에서 5,000원으로 가격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소주 한 병의 가격이 밥 한 끼 가격과 비슷해지는 시대가 보편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양수진(경기도 고양시.31)씨는 “경기가 불황일수록 소주 소비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마치 경기불황을 악용하기로 한 듯 일제히 소주 가격을 올리는 행태가 아주 불만스럽다”며 “무작정 가격 인상만이 답이 아니고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서 원가절감을 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무척이나 아쉽고 성급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소비자 뿐만 아니라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도 소주 가격 인상은 반가운 소식만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심영수(청주시 흥덕구.51) 씨는 “소주가격을 100원, 200원 올리자니 금액대가 3,600원 3,700원이 돼버려 계산이 복잡해지는 것 같아 그냥 3,500원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서민들에게 소주 한 잔은 힘든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마취제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가격을 올려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늘 가는 데 실 가나, 맥주도 가격인상 조짐

  소주에 이어 이번에는 맥주 가격이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롯데주류,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3사는 맥주 가격 인상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을 의식해, 당장은 맥주가격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알리고 있지만 맥주업계에서는 이미 기정사실화 된 것으로 단정짓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지난 2014년 7월부터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에 대한 할당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맥주업계에 원가부담이 늘어난 것이 이번 맥주가격 인상에 주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할당관세란 수입물품 가격안정과 더불어 국내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낮은 관세를 매기는 정책을 뜻한다. 이와 더불어 소주 가격을 인상했다는 선례가 있기 때문에 소주 가격 인상 당시보다는 비난 여론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맥주 가격 인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맥주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소문이 포털 사이트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자 맥주업계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조기진화에 나섰지만, 지난 2월 초 주류도매상과 주점 업주들 사이에 맥주 재고량을 미리 확보해 놓으라는 문자가 돌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맥주 가격이 오르기 전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해 놓으면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영업자들만을 위해 개설된 카페에 게시된 글을 살펴보면 도매상으로부터 맥주 가격 인상 전에 물건을 많이 받아놓으라는 문자를 받은 업주가 상당히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청주에서 소규모 주점을 운영하는 황대연(청주시 상당구.39) 씨는 “올해 2월부터 맥주를 대주는 도매상으로부터 맥주를 조금씩 확보해 놓으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맥주 가격이 오른다고 콕 집어서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맥주를 가지고 올 때마다 미리 물량 확보를 해놓으라는 뉘앙스로 봐서는 조만간 맥주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달이나 다음 달 내로 맥주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은 쉽게 가격인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었다. 최호연(청주시 흥덕구.23) 씨는 “소주 가격을 인상한 지 반 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맥주 가격마저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갑자기 서민 주류 가격을 동시에 올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맥주 가격에 제동을 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이후에도 정부는 아직까지 맥주 가격 인상과 관련해 이렇다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맥주 가격 인상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는 이상 업계 종사자들의 예측처럼 맥주 가격 인상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볍게 소주 한 잔, 맥주 한 잔 하자는 말이 사라지는 날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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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객원기자
wilsher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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