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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규빈
김영란법, 청렴한 대한민국 열 수 있을까
제 907 호    발행일 :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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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던 ‘김영란법’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부패 및 일명 관피아(관료와 마피아) 논란이 불거지고, 공공부문에 대한 청렴성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김영란법이 전격 시행되면 공직자에 대한 금품수수 및 청탁 등의 행위는 법률에 의거 처벌받게 된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추진하면서 ‘근본적인 부패문화를 바꾸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라고 말한 김영란 석좌교수(전 대법관)의 이상이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영란법’이란

  ‘김영란법’이란 지난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추진한 법안으로 정식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무관한 사람으로부터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의 물품이나 향응을 제공 받으면 대가성이 없다 해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법이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4년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언급하면서 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시 대국민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전현직 관료들의 유착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 정부가 제출한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돼있다. 조속한 통과를 부탁드린다”고 말하면서 김영란법의 필요성을 역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야는 공직자의 직무관련성에 대해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에서는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경우 형사처벌 대신 징계나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것으로 완화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애초의 김영란법 취지를 훼손하는 주장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014년 5월 27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김영란법을 심의했다.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김영란법 적용 범위를 기존 사립학교와 유치원에서 언론인까지 확대하기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해충돌 방지제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공직자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자신을 포함한 가족과 친척 등의 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한 업무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국민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김영란법 처리가 무산됐다.
  당시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은 “친척이라도 사는 곳이 멀고 하면 서로가 뭐 하는지 알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김영란법의 직무 관련성에 대한 모호성을 지적했다. 이 물음에 대해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포괄적 직무를 하는 경우 그 가족이 직업 자체를 가질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지적됐다”며 “수정의견에 고위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수행 금지 대상을 공직자 자신의 특정직무로 축소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또 해당 공직자를 대체하기 어려운 경우 등 직무를 계속할 수 있는 여지도 뒀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야가 의견일치를 보지 못해 김영란법의 법안 통과가 계속 미뤄지자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여론을 생각해 김영란법에 대한 적용 범위를 축소해 조기처리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민 3분의 1이나 포함될 정도로 대상을 광범위하게 잡는다면 현실성이 떨어지고 관련 대상자들의 반발로 오히려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선 정치권과 고위층을 대상으로 해 모범을 보이는 것이 자발적 참여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은 원안에 비해 대폭 축소된 법안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공직자와 그 가족의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해당 공직자와 관련된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만 금지하도록 축소했다. 처벌 또한 약해졌다. 원안에서는 처음 청탁을 한 사람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수정안에서는 이를 대상에서 제외했다. 해당 공무원이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부정청탁을 반복하는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첫 관문 통과한 김영란법, 진통은 계속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5년 1월 8일, 김영란법이 국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2012년 8월 입법예고한 지 29개월 만이다. 적용대상은 ▲국회 ▲법원 ▲정부 ▲정부출자기관 ▲공공유관단체 ▲국공립학교 ▲사립학교, 유치원 ▲언론사 종사자로 정해졌다. 공직자 본인의 경우 동일한 사람에게 1회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경우 대가성, 직무 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며, 100만 원 이하는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직자 가족은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같은 사람에게 한 번에 100만 원이 넘거나 1년에 300만 원이 넘는 물품 등을 받을 경우 형사처벌 대상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형사처벌 적용 대상이 공직자로 분류하기 어려운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까지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5년 1월 14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김영란법의 과잉 입법 논란에 대해 “김영란법에 적용되는 대상은 국회의원 혹은 고위 공직자에 해당돼야 법 시행의 실효성이 있다”고 말하며 적용대상을 다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김기식 정무위 야당 간사는 다음날인 15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적용대상 축소는 불가하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로써 다시 한 번 수술대에 오른 김영란법은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쟁점에 대한 협상안을 타결하면서 마무리됐다.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을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까지 확대하는 안을 존중하고, 법안에서 인정하는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로 축소하기로 결론지었다.

구체적 내용 담긴 법안 입법 예고, 오는 9월부터 시행

  지난 9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의 구체적 내용이 담긴 시행령 제정안을 발표하고 입법 예고했다. 이는 지난해 3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14개월 만에 공개된 구체적 내용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앞으로 관련 기관과의 세부 내용 협의를 거쳐 오는 8월 시행령의 국무회의 의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의결 이후 9월 28일이 되면 김영란법이 첫 시행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안에 따르면 공무원과 사립대 교수,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허용된 음식 접대 금액은 3만 원, 선물 비용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이다. 금액의 기준은 지난해 7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참고한 것이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은 식사 금액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었다.
  이처럼 시행령이 제정됨에 따라 명절이나 경조사 등에 오가는 고가의 선물은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직자에게 ‘원활한 직무수행과 통상적 사교.의례.부조 목적의 음식물 및 선물’은 허용하되 한도액을 정했다. 한도액은 화훼류 5만원, 음식물 및 선물 5만 원, 과일 및 한우세트 10만 원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에 농축수산물이 포함되면 소비가 대폭 줄어 농가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권익위원회는 앞으로 허용가액을 현실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축수산업계의 법 적용 대상 제외 요구는 아직 수렴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앞으로 큰 변화가 없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농축수산업계의 요구가 반영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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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객원기자
wilsher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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