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4일, 충북도교육청은 ‘충북교육공동체권리헌장’(이하 권리헌장)의 초안을 발표했다. 권리헌장은 전문 11개 항목, 실천규약 32개 조항으로, 부록은 관계법령 및 참고자료, 그리고 학교현장 운영방법 제시로 구성됐다. 이에 대해 보수단체는 적극적으로 반대에 나섰다. 문제는 권리헌장 전문의 내용이 아니라 이를 설명하고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된 부록의 내용 때문이었다. 충북도교육청은 ‘교육의 목적으로 학생, 학부모, 교직원의 조화와 배려를 위해 헌장을 제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지난 9일 불필요한 논쟁을 없애고 헌장의 기본 취지만을 전달하도록 부록을 삭제했으며 헌장의 내용도 의견을 수렴해 수정했다. 하지만 보수단체는 여전히 헌장의 내용에 대해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도마 위에 오른 권리헌장 초안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지난해 1월부터 지속적으로 권리헌장 제정 의지를 밝혀 왔다. 이에 충북도교육청은 지난해 6월부터 추진계획을 세웠고 지속적인 수정을 거쳐 이번 달 31일에 최종적인 헌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권리헌장은 ‘함께 행복한 충북교육’이라는 비전 아래 교육공동체인 ‘학생.학부모.교직원의 권리와 책임을 밝혀 배려와 존중이 살아있는 민주적인 학교 문화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도교육청은 권리헌장 제정을 위해 제정위원회와 학생제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제정위원회는 교원대표 10명, 학부모대표 3명, 전문직대표 3명, 변호사 1명으로 구성됐으며 모두 추천을 통해 선발됐다. 학생제정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공개 모집으로 선발됐으며 총 15명으로 이뤄졌다. 원래 제정위원회에 학생 2명을 대표로 넣으려 했지만 지원한 학생이 많아 학생제정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한 것이다.
제정위원회는 지난해 10월 26일 공청회를 개최했고, 학생제정위원회는 5주 동안 5번의 세미나를 거쳐 지난해 11월 28일 공청회를 개최해 권리헌장 제정 내용에 대한 도민의 의견을 모으고 인터넷 중계도 했다. 또한 도교육청 내 의견 수렴을 위해 본청 간부와 교육장을 대상으로 지난 3월과 4월에 설명회를 거쳐 지난달 14일에 권리헌장 초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권리헌장과 함께 실천규약과 실천규약 조항 해설 및 적용방향을 제시했다.
초안 발표 이틀 뒤, 교육공동체에게 권리헌장의 내용을 설명하고 내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타운미팅이 이뤄졌다. 테이블별로 학생 2명, 교사 2명, 학부모 2명, 조력자 1명이 조를 이뤄 회의가 진행됐으며 조력자는 전문 강사의 연수를 받은 학교별 수석교사 중 지원자 40명 안에서 선발됐다. 조력자는 회의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충북교육사랑학부모협회, 청주미래연합, 차세대바른교육국민연대, 충북학교아버지회연합회 등 8개 단체로 이루어진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의 격렬한 시위로 회의 진행이 원활하지 못해, 오후 3시까지 진행되기로 한 회의를 2시에 마쳤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충북도교육청 기획관 소속 혁신기획담당 조선희 장학사는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권리헌장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히려면 대표성을 가지고 타운미팅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의되지 못한 내용은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온라인 정책토론방에서 다뤄졌다. 온라인 정책토론방은 도민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했다.
사실 권리헌장 초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보수단체는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었다. 반대하는 이유의 주된 골자는 ‘권리헌장은 충북학생인권조례의 아류’라는 것이다.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이하 충북교사협) 이재수 대표는 “2012년에 무산된 <충북학생인권조례>와 권리헌장의 내용을 비교해보면 같은 맥락임을 알 수 있으며 이는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행한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 구성을 위한 지침서>의 내용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보기에 학생의 인권 실현으로 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회질서를 해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선희 장학사는 “권리헌장은 교육 3주체인 학생.학부모.교직원 모두의 권리와 책임을 밝히고 있으며,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라며 “권리헌장은 학생의 권리만을 명시한 것이 아니라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조화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수정된 헌장, 끊이지 않는 논란
보수단체의 반발에 충북도교육청은 반대의견을 수렴해 수정안을 제시했다. 권리헌장의 실천규약 제1조의 적용방향 중 ‘미혼모 학생 학습권 보호’에 대해 임신과 출산을 조장한다는 반대 측의 의견이 있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교육부 공문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조선희 장학사는 “학교에서는 미혼모 학생이 발생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을 한다”며 “미혼모 학생이 발생해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고려해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천규약 제7조에서 ‘정치적 집회 및 시위’ 등에 대한 우려를 낳았던 ‘학생의 자유로운 의사표현 권리’를 ‘교육적으로 필요한 표현’으로 제한하고, 단체 활동 참여도 ‘교육적 목적’에 한정했다. 이에 대해 조선희 장학사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되 민주적이고 논리적 소양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휴대전화는 ‘교육적 목적 외의 용도로 수업시간에 사용 금지’를 ‘교사가 인정한 교육적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금지 범위를 확대하고 허용 주체가 교사임을 분명히 했다. 제정위원회는 지난 8일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의견을 분석하고 검토해 수정안을 심의.확정했다.
또한 지난 9일 충북도교육청은 제6차 제정위원회를 통해 ‘충북교육공동체권리헌장’에서 ‘권리’라는 단어를 빼고 ‘충북교육공동체헌장(이하 헌장)’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학교장 설명회에서 ‘헌장의 내용에 권리와 책임이 함께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 헌장 명칭에 권리만 표기돼 권리가 책임보다 지나치게 강조됐다’는 학교장들의 의견과 ‘권리와 책임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온라인 정책토론에서 제기된 의견을 함께 반영한 결과이다. 또한 불필요한 논쟁을 없애고 학교현장의 조화로운 교육공동체 형성을 위한 헌장의 기본 취지를 전달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헌장의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구성한 부록을 삭제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관한 내용을 삭제했다. 수정된 헌장은 전문 11개 항목, 실천규약 32개 조항, 실천규약 조항 해설 및 적용방향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초안의 수정에도 불구하고 보수단체의 반대는 여전하다. 이재수 대표는 헌장 제정을 반대하는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첫 번째 이유는 학교의 자율적 운영방식을 침해하고 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학생을 자기결정권이 완성된 존재로 보고 스스로 인권을 찾아가는 과정을 권리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모든 학생의 의사가 반영된 학교운영이란 소수 학생이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이는 학생.교사.학부모라는 교육공동체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으며 학생의 권리와 자유는 상호간의 갈등 유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은 아직 미성숙한 존재로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사회구성원의 도움과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선희 장학사는 “학생과 교사는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
충북도교육청은 수정안에 대한 홍보 및 설명회와 제정위원회를 거쳐 31일 최종적인 충북교육공동체헌장을 선포할 계획이다. 수정안에 대해 충청북도의회, 종교계, 각종 언론, 교육기관 및 학부모 등에게 설명회를 통해 홍보하고 의견을 수렴해 제7차 제정위원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분석하고 반영해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또한 ‘교직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교권보호 길라잡이’를 함께 배포할 예정이다. 헌장에 대한 우려의 시선에 충북도교육청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교육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선 ‘역량 중심의 교육’과 ‘질문이 있는 교실’이 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헌장을 통해 학생.학부모.교직원이 조화를 이뤄 협력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송희 기자
shinypin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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