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 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합의문에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언급, 소녀상 이전과의 연계성,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 미반영 등의 문제가 제기 됐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출범하는 재단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평균 나이 90세 이상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생각해서라도 하루 빨리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명목 하에 이를 진행하고 있다. 수치스럽고 평생에 기억에 남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혼란 속의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출범식
지난해 12월 2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외교장담 회담을 갖고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주요 내용은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지출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재단 설립 자금을 일괄 거출해 한·일 양국 정부가 협력하는 사업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진행을 목표로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이 설립됐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10억 엔(약 111억 1,330만 원)을 거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28일 서울 중구 순화동 사무실에서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의 공식 출범식이 진행됐다.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은 여성가족부에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됐으며 이사장으로는 성신여대 김태현 명예교수가 선임됐다. 김태현 이사장은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더 생존해 있는 동안 한을 풀고 마음의 평안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업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돈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학생 10여 명이 ‘한.일합의 폐기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기습시위를 벌였다. 더불어 김태현 이사장에게 캡사이신을 뿌리는 등의 시위가 벌어지면서 일명 ‘캡사이신 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25일, 합의문 발표 당시 논란이 됐던 10억 엔 출연시점과 사용방안은 수요를 토대로 현금으로 분할 제공하기로 결정됐다. 10억 엔의 20%는 모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상징적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며, 나머지 80%는 총 245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중 생존자에게는 1인당 1억 원, 사망자에게는 1인당 2,000만 원 규모의 현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줄다리기에 놓인 소녀상
한·일 합의문 발표 이후 재단설립과 관련해 국내.외적으로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10억 엔 거출과 소녀상 이전의 관련 여부였다. 왜냐하면 합의문에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함’이라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들 사이에서 10억 엔 거출이 소녀상 이전과 연계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6일 일본의 한 방송(프라임뉴스)에 출연한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부 장관은 “소녀상이 어떻게 되느냐, 뭐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은 한·일간 합의문에 쓰여있지는 않다”며 “하지만 양국간 관계에서 말하자면 패키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으로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거출금과 소녀상 이전 문제는 별개의 사안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김태현 이사장은 “거출금과 소녀상 연계는 이사장직을 걸고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로 절대 연관이 없다”며 “일본 사회에 있는 극단적 우익 사람들이 소녀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해서 일본 정부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우리도 그 몇 마디 때문에 거출금과 소녀상 이전을 연계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정부는 화해.치유 재단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등 적절한 시점이 되면 소녀상 철거.이전 문제를 관련 단체와 협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또한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의 10억 엔 출연은 보상금, 배상금의 성격이 아니라 거출금”이라고 밝혔다. 일본 예산 항목에서 거출금은 배상금과 구분되며, 주로 인도주의적 성격의 사업에 사용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그동안 일본의 진실 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싸워왔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관련 단체는 물론, 국민들에게 분노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12·28 합의를 찬성하는 의견은
이번 합의와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 설립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고령임을 고려해 사안을 최대한 빨리 결론내야 한다는 것이다. 총 245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중 지금 생존해 계신 분은 40명(2016년 7월 29일 기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12·28합의 이후 6분이 별세하셨다. 이렇듯 건강상의 문제와 더불어 고령의 나이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으신 것을 감안해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가 하루 빨리 협력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 결과는 현재 생존해 계신 분들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라고 주장한다.
두 번째는 오랜 기간 동안 양국의 현안이었던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해결을 위해 한 발 전진했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위안부 문제가 전후보상의 문제로서 대두된 시기는 1991년 위안부 피해자였던 김학순 할머니가 본명을 밝히고, 자신의 위안부 경험을 직접 증언하기 시작한 후 부터였다. 이후 한·일 양국의 시민단체들은 일본을 상대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보상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기 시작했고, 중요한 외교 현안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26년이 흐르는 동안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합의문을 발표하고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을 설립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전진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의 도약이 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치유의 노력을 양국이 함께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15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김태현 이사장은 “진정한 사과는 이제 시작이지 이번 합의가 마지막은 아니라고 본다”며 “좀 더 일본 정부가 우리 할머니들이 원하는 방향으로서 어떤 감성적인 조치를 앞으로도 해나갈 수 있도록 우리도 노력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목소리 없는 합의
이와 달리 부정적으로 보는 첫 번째 이유는 돈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 하려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 설립과 10억 엔의 거출에 앞서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진실 된 사과를 할 것을 요구한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오랫동안 싸워온 이유도 돈이 아니라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원했기 때문이다.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피해자들이 위임이나 대리권을 정부에 부여하지 않았는데, 돈을 정부가 받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복동(90) 할머니는 “정부에선 지방으로 몸도 성치 않은 할머니들 만나고 다니면서 그 가족들에게 ‘돌아가실 날 얼마 안 남았는데 얼마라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협조해 달라고 하고 다닌다”며 “김태현 이사장은 뭐하는 사람인지 내겐 연락도 안 왔고, 자기 자식이 당해도 그렇게 행동할거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우리 학교 박지규(사학과·16)학생은 “빠른 해결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방법이 잘못 됐다”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요구는 10억 엔이 아니라 진정한 사죄인데 한국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잘못된 처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가 정작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르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제3자 격인 정부가 대신 합의를 했으니 피해자 할머니들은 받아들이라는 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저 합의가 잘 이뤄지도록 돕는 제3자에 불과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무시한 합의라는 비판을 받자 정부는 그제서야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 등을 방문해 합의문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했다. 이미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설득을 하는 정부의 행동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진정성 없이 그저 이 문제를 외교적 사안으로만 바라보는 것으로 비춰졌다. 또한 공식 출범식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분들의 참석을 유도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12·28합의의 원천 무효화와 재단 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28합의 무효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충청평화나비 충북대지부 이기웅(경영학부卒·07) 대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25년 간 외쳐왔던 요구는 단 한가지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당사자가 없는 협상은 또다른 폭력이라 생각하며 평화나비는 전면 무효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의 요구와 인권 원칙마저 저버린 굴욕적인 12·28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발표한 이후, 정부는 피해자와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며 끝내 재단 설립을 비롯한 합의 강행을 밀어붙여왔다”며 “즉각 한·일 합의를 무효화하고 재단 설립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 학교 윤하금(행정학과·16) 학생은 “정확한 상황에 대해 알지는 못하지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 직접 사과는 없이 그저 돈 받고 모든 것이 끝났다는 식으로 정부가 밀어 붙이는 것 같다”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지난 과거에 겪으신 고통에 충분히 공감하며 희망을 버리시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주윤정 기자
joo@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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