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지역의 인구가 점차 증가하면서, 기존에 설립된 제1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은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청주시는 증가하는 인구만큼 넘쳐나는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오창읍 후기리에 제2쓰레기 매립장을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쓰레기를 떠올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듯이 쓰레기 매립장 또한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여겨져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현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청주 제2쓰레기 매립장 유치는 청주에서 처음으로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현상이 일어났다. 과연 어떤 이유로 혐오시설에 대한 핌피현상이 일어났는지, 제2쓰레기 매립장 선정 과정을 알아봤다.
불어나는 쓰레기의 출구 ‘매립장’
매립지 부지는 산 속의 계곡 지형 또는 오목한 지형으로 형성된 땅 등 규모가 큰 웅덩이 같은 토지에 설립된다. 수십 m씩 생활 쓰레기를 매립하는 매립장이 설치되고 나면 메탄가스, 침출수, 악취문제 등이 발생될 우려가 있다. 청주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 현재까지 쓰레기매립장을 운영해 왔다.
현재 청주시의 제1쓰레기 매립장은 흥덕구 학천리에 설립돼 있다. 2001년 설립된 제1쓰레기 매립장의 매립 용량은 145만 4,500㎥로 하루 120톤의 쓰레기를 현재까지 매립해오고 있다. 그러나 점차 증가하는 인구로 인해 쓰레기가 증가하고, 제1쓰레기 매립장의 용량에 한계가 있어 새로운 매립장 설립이 요구됐다. 이에 청주시는 약 670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제2쓰레기 매립장을 오창읍 후기리에 2019년까지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매립 면적은 110만㎡이고, 매립 용량은 220만㎥의 규모로 2020년부터 하루 153톤의 쓰레기를 40년간 매립할 예정이다. 제2쓰레기 매립장은 친환경 지붕형으로 조감도가 설계돼 있으나 모든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전문기관에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의뢰해 오는 11월까지 4개월 동안 매립장 조성지 현황 조사와 기초자료 수집 등을 통해 쓰레기 매립 방법과 매립장 조성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청주시는 기본.실시 설계를 세우고 관련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설계 자문과 경제성 등을 검토한다.
‘님비’가 아닌 ‘핌피’로 마주한 주민들
제2쓰레기 매립지 설립을 계획한 후 청주시는 2013년 9월부터 제2쓰레기 매립장 유치를 희망하는 마을을 모집하기 위해 공모를 냈다. 그러나 1차, 2차 공모에서 지원한 마을이 한 곳도 없었고, 3차 공모를 내던 당시는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되고 응모지역이 확대되어 나름 기대를 했으나 역시 지원한 마을이 없어 공모는 무산됐다.
이에 청주시는 기존에 매립지 2km 이내 70%였던 주민(토지주) 동의 기준을 2014년 4월 4차 공모를 낼 때는 50%로 바꿔 공모했다. 그 결과 청주시 흥덕구 신전동과 청원구 오창읍 후기리 지역이 유치를 희망했다. 신전동과 후기리가 자기 지역에 제2쓰레기 매립장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전형적인 핌피현상이 일어났다. 혐오시설인 매립장 유치와 관련해 대부분 님비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와 달리 핌피현상이 발생된 것이다. 이렇듯 핌피현상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제2쓰레기 매립장 설립 시 주어지는 혜택이 한몫을 했다.
제2쓰레기 매립장이 입지되는 곳에는 40년 동안 매년 최대 10억 원의 주민지원기금이 지원된다. 또한 주민 편의 시설 건립비 50억 원, 주민 숙원 사업비 50억 원을 5년간 지원하는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이 같은 지원 혜택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신전동과 후기리는 제2쓰레기 매립장을 유치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펼쳤다.
매립지를 둘러싼 두 후보지
청주시에서는 후보지인 신전동과 후기리 중 제2쓰레기 매립장 입지를 선정하기 위해 환경 분야 전문가, 주민,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입지선정위원회는 신전동과 후기리의 제2쓰레기 매립장 입지 타당성을 평가 한 후 점수가 높은 곳을 선정해 매립장으로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신전동의 경우에는 쓰레기를 운반하고, 침출수를 하수 처리장으로 보내기에 유리한 점이 있다. 그러나 신전동의 경우에는 주민 동의율이 50%에 그치면서 간접 영향권 지역 주민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채 유치가 신청됐을 뿐 아니라 마을 내부에서도 주민 호응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후기리의 경우에는 인근지역의 반대와 마을 내부의 반대가 그리 심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용두리 권 모 씨(청주시 오창읍·60)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용두리가 후기리로 들어가는 입구이니 쓰레기차가 지나가는 도로만 외곽으로 따로 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익명을 요청한 가좌리 김 모 씨(청주시 오창읍·60)는 “산 정상부 쪽에 위치하는 후기리에 쓰레기 매립장이 설립돼 침출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반대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주민 동의율이 50%로 줄어든 것과 소각장이 같이 설치될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이에 청주시 자원정책과 이지영 주무관은 “용두리에서 요구하는 도로 개설은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어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가 계획하는 것은 소각장이 아닌 제2쓰레기 매립장으로 별개 기관인 ‘이에스청주’라는 곳에서 소각장 설립을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후기리는 땅이 척박해서 농사를 짓기 어려워 땅이 잘 팔리지 않는 상황이기에 제2쓰레기 매립장 유치와 관련해 주민 호응도가 높았고, 넓은 부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땅값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환경들을 고려해 입지선정위원회는 지난 3월 ▲일반 조건 ▲사회적 영향 ▲경제성 등 41개 항목에 걸쳐 마을을 평가했다. 그 결과 100점 만점 중 89.1점을 받은 후기리가 신전동보다 1점을 앞서 제1후보지로 결정됐다. 제2쓰레기 매립장은 2017년 공사를 시작해 2019년 마무리 지어 2020년부터 운영될 계획이다.
반경 2km, 적신호 켜진 부지선정
순조롭게 해결될 것 같았던 제2쓰레기 매립장 설립은 후기리 일대에서 2km 반경 안에 포함되는 천안시 동면 주민들의 반대 운동으로 적신호가 켜졌다. 천안시 동면 주민들은 폐기물처리시설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폐기물 처리시설을 설치할 때 영향권(반경 2㎞)에 있는 다른 자치단체와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협의를 요구했다. 영향권에 속한 마을로는 동남구 동면 송연1.2리, 수남1리, 구도2리가 있다. 하지만 동면 주민들은 주민지원협의체 동수 참여, 주민감시위원 포함, 후기리 주민들과 동등한 혜택 부여 등이 주어진다면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비췄다.
따라서 청주시는 천안시와의 협의 끝에 지난 4월 합의를 도출했다. 먼저 매립장 운영과 인근 지역에 지원되는 기금 배분 등을 결정할 주민협의체 인원을 확정했다. 주민협의체는 청주 주민대표 7명과 천안 주민대표 4명, 청주 시의원 1명, 천안 시의원 1명, 양측 시에서 추천하는 환경전문가 각 1명으로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처음 천안시에서 요구했던 동일한 인원 수의 협의체 구성은 아니지만 협상과정에서 양보하며 청주시의 의견을 받아들여 합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매립장 안에 만들어질 목욕탕이나 체육시설 등 편익시설 이용 혜택을 후기리와 천안 동면 주민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합의 끝에 주민들의 100% 완벽한 동의는 아니지만 다시 제2쓰레기 매립장의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새롭게 탈바꿈하는 매립지
매립장은 불연성 즉, 불에 타지 않는 쓰레기를 처리하고, 소각장은 가연성 즉, 불에 타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다. 그 중 매립을 하게 되면 쓰레기 위에 흙을 덮기 때문에 공기가 통하지 않아 쓰레기가 썩는 과정에서 가스와 침출수가 발생하게 된다. 과거에는 이를 처리하는 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쓰레기 매립장을 혐오시설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쓰레기 매립 시 발생하는 가스를 에너지로 이용하고, 침출수는 처리시설을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보내 정화하고 있다.
우리 학교 환경공학과 김광렬 교수는 “과거와 달리 지금의 매립장들은 매립 시 발생하는 가스를 에너지로 이용하고, 관련 업체들에 판매해 이익을 얻기 때문에 가스 유출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며 “매립장에서는 분리 배출로 최소화 된 불순물, 소각재 등을 매립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쓰레기 매립량이 적다”고 말했다.
매립 후 발생하는 가스는 대부분 메탄성분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메탄가스를 이용해 버스의 천연가스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매립장은 쓰레기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발전소로서의 역할을 하며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렇듯 더 이상 매립장은 쓰레기를 단순히 매립하는 장소가 아닌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소로 변해가고 있다. 공모에서부터 입지선정까지 비록 몇 차례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제2쓰레기 매립장이 친환경적으로 운영되고 약속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길 기대해 본다.
주윤정 기자
joo@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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