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은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명절을 앞두고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에는 택배 상.하차, 상품 판매원, 상품 포장 등의 아르바이트가 넘쳐났다. 지난 6일 취업포털사이트 ‘커리어’가 대학생 228명을 대상으로 추석 단기 아르바이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추석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봤다’는 응답자가 69.74%로 나타났으며, 63.49%는 1주일 이내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봤다고 답했다. 이어 아르바이트를 한 이유에 대해 ‘명절 아르바이트 급여가 높아서’라는 답변이 61.19%였으며, 비교적 높은 급여 때문인지 응답자의 67.65%가 다음 명절에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식사비 및 교통비 제공과 같은 복리후생에 관한 질문에서는 ‘둘 다 제공되지 않았다’는 답이 46.15%였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기자는 이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단기 아르바이트의 기준이 따로 마련돼 있는지 의문이 생겨 취재를 시작했다.
근로계약서로 시작한 아르바이트
기자는 지난 10일과 11일 한 백화점에서 명절 단기 아르바이트를 체험해봤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 아르바이트의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추석 명절을 1주일 앞둔 지난 7일부터 아르바이트 구직을 시작했다. 예상대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구인 광고가 주를 이뤘다. 대부분 상품 포장과 상품 판매를 하는 아르바이트였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에 시간이 촉박하다고 생각했지만, 추석대목으로 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에서 백화점이 내놓은 구인 광고를 보고 담당자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했더니 흔쾌히 “내일 당장 와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아르바이트 하루 전 간단한 면접을 거친 후 다음날부터 출근하기로 했다.
아르바이트 첫날, 근로계약서를 쓰고 몇 장의 자료로 간단히 안전교육과 성교육을 받았다. 근로계약서의 내용은 고용노동부가 정한 표준 근로계약서 양식과 비슷했다. 10시 30분부터 20시까지 근무하고 시급은 6,500원을 받기로 했다. 식사는 직원식당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직원 식당에서 먹지 않을 경우 식사비는 개인 부담이고, 교통비는 지급되지 않는다고 했다. 급여는 백화점 월급 지급 날짜와 비슷하게 맞춰 이번 26일에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풍성한 명절을 위해 뛰는 청춘들
이미 일하고 있던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약 700여 장의 주문 영수증을 들고 분류 작업에 나섰다. 기자가 소속한 곳은 식품 팀이었고,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있던 터라 식품류의 택배 물량이 넘쳐났다. 700여 장의 주문 영수중 중 500개가 와인이었다. 아침에 받은 주문 영수증을 3시간에 걸쳐 분류하고 나서 또 다시 새롭게 접수된 백여 장을 추가 분류한 후 본격적인 ‘상품 픽업’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상품 픽업’은 말 그대로 주문 영수증을 들고 해당 식품 코너로 가서 건네주고 물건을 받아오면 되는 일이었다. 주문 영수증를 받고도 상품 위치를 몰라 몇 번을 헤매고 돌아다녔다. 백화점 식품코너 담당자들에게 물어보고 다녔지만 이들도 자세히 알지 못했고 알려준 정보도 잘못되긴 마찬가지였다. 해당 식품 코너를 찾느라 온 매장을 헤집고 돌아다녀야 했는데, 추석 연휴 전이라 선물을 사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래서 그 틈을 비집고 돌아다니느라 연신 “비켜주세요! 지나갈게요!”라는 말을 수십 번도 더 반복했다.
하루에 택배 차가 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그 시간을 지키려면 단시간 내에 픽업을 마쳐야 했다. 식품 매장 전체를 뛰어 다니느라 온몸에 땀이 주르륵 흘렀다. 기자 몸집보다 큰 카트를 끌고 우여곡절 끝에 지하 1층에서 물건을 받아오고 나면, 지하 2층 물류 창고에 실어다 준다. 큰 카트를 끌고 지하 1층과 2층을 오르락내리락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물류 창고까지 코너 담당자를 따라 가서 물건을 받아와야 했는데, 창고가 사람 하나 지나가기도 벅찼다.
매캐한 먼지 속에서 까매진 손
백화점이나 마트의 지하는 대부분 주차장으로 쓰인다. 기자가 일하던 백화점도 마찬가지였다. 그곳 지하에는 대형 물류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주차장 한 쪽에 박스가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었다. 픽업한 상품을 가져와서 택배로 보내는 작업을 하는 공간이다. 주차장이다 보니 차들이 내뿜는 매연과 먼지로 뒤덮여 들어서자마자 가슴이 답답했다. 거기다가 박스에서 나오는 먼지까지 더해져 코를 간지럽혔다. 박스를 포장할 때면 거친 숨을 틈타 먼지들의 공격이 더욱 세차졌다.
아르바이트 면접을 볼 때 마스크를 가져와서 써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기자는 그 말을 듣고 일회용 마스크 몇 개를 가져가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말을 건넸다. 기자보다 앞서 일한 한 아르바이트생은 “마스크를 쓰면 숨쉬기가 더 어려워진다”며 사양했다. 왜인지 알 것 같았다.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공기도 잘 통하지 않는데다가 차에서 내뿜는 열기 때문에 너무 더웠다. 조금만 움직여도 구슬같은 땀방울이 맺혔다. 더욱이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면 마스크가 계속 이리저리 움직여서 작업에 방해만 될 뿐이었다. 하지만 매캐한 먼지가 코와 입에서 맴돌아 괴로운 순간을 계속 맞이해야 했다. 재채기를 여러 번 하면서 진이 빠질 정도였다.
일을 마치고 밥을 먹으러 가기 전 화장실에 들렀다. 거울에 비친 기자의 모습은 땀에 절여진 오이지 같았다. 게다가 손을 씻는데 검은색 때 구정물이 흐르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현장은 ‘숨쉬기조차 힘든 퍽퍽함’ 그 자체였다.
햇빛 한 줄기조차 없는 근무환경
식사 후 포장 작업은 계속됐다. 쇼핑백에 담는 물건은 쏟아지지 않게 테이프를 일일이 붙였다. 박스는 물량이 많다 보니 계속해서 접어도 부족했다. 박스를 접으면서 허리를 펼 틈조차도 없었다. 우리를 관리하던 주임이 와서 보내야할 물류가 많이 밀렸다며 짜증난 표정으로 “지금 물류가 엄청 밀려서 빨리 빨리 해줘야 될 것 같아요”라며 기자를 재촉했다. 박스를 접다가 쇼핑백에 물건을 담다가 물건을 옮기고 이런 과정을 7명이 돌아가면서 반복했다. 7명 중 남자가 3명이었는데, 남자들은 택배를 트럭에 싣는 작업까지 해야 했다. 식품 팀에 소속된 한 남성은 “택배회사에 아르바이트를 온 건지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온 건지 헷갈린다”고 말할 정도로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 이 정도면 여자와 시급에 차이가 있을 것 같아 물어봤더니 똑같이 6,500원을 받는다고 했다.
백화점 사무실과 직원 식당, 작업 공간, 식품 매장 모두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햇빛 한 줄기조차 보지 못했다. 쉬는 시간에도 위에서 어떤 일을 시킬지 몰라서 항상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했기 때문에 백화점 밖을 나가지 못했다. 쉬는 시간에는 그저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약간의 대화를 나눈 뒤 휴대폰을 하면서 잠깐 허리를 펼 수 있었다. 그 시간도 10여분 남짓에 불과했다.
단기 아르바이트생도 ‘근로자’
기자가 직접 단기 아르바이트를 경험해본 결과, 가장 큰 문제점은 ‘장기 아르바이트에 비해, 근무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은 “어차피 며칠 일하고 말건데”라는 생각 때문에 고용주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무심코 넘겨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단기 아르바이트의 법적 기준이 따로 마련됐는지 고용노동부를 통해 알아보기로 했다.
현재 근로기준법 노동관계법령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라는 용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기간제 혹은 단시간 근로자와 같이 근로의 형태를 나눌 수 있다. ‘기간제 근로자’는 ‘근로계약기간을 설정하고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며, ‘단시간 근로자’는 ‘사업장 내의 동종의 유사한 근로를 하는 자에 비해 근로시간이 짧은 자’를 말한다. 단기아르바이트는 기간제 근로자에 가깝다.
‘단기아르바이트’라는 용어를 규정하지 않음에 따라 그 법적 기준도 따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임금의 지급기준은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따라, 기간제.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별도의 지급 기준은 없는 것이다. 근로자가 1개월 이상을 계속 근로하면 1개월에 1회 이상의 임금 지급일을 정해야 하며, 퇴직했을 경우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따라 14일 이내에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도 주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최장순 감독관은 “근로기준법 제55조는 1주 동안 정해진 근무 시간을 개근한 자에게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1주간의 소정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에게 적용되고 이를 통상 ‘주휴 수당’이라고 부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기 아르바이트와 같이 단기간 근로를 제공한 자라 하더라도 1주 15시간 이상의 근로시간을 약정하고, 1주일 이상 근로를 제공하면서 결근하지 않았다면 1주일 중 주휴를 부여받아야 하고, 이 경우 또한 유급 휴일로 보아 1일분의 급여를 추가 지급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단기 아르바이트라는 말이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송희 기자
shinypine@cbnu.ac.kr








최송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