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목 왜가리과에 속하는 새를 통틀어 백로라고 부른다. 옛날부터 백로는 희고 깨끗해 청렴한 선비를 상징했으며, 시나 그림의 소재로 많이 등장했다. 또한 풍년과 길조(吉兆)를 가져다준다는 길조(吉鳥)로도 알려져 있다. 백로는 여름 철새로 우리나라에서 둥지를 틀고 번식해 새끼를 키우고, 겨울이 오기 전에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런 백로가 도심 속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어째서일까? 집단 서식하는 백로 떼의 소음과 악취로 인해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도 백로 떼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지난해 청주남중에 이어 올해 서원대까지 여름 내내 백로 떼의 소음과 악취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없어 결국 간벌을 택했다. 청주남중은 이미 간벌이 된 상태고, 백로 떼가 새롭게 둥지를 튼 서원대는 올해 안에 간벌을 할 예정이다. 현재 백로는 겨울을 나기 위해 동남아시아로 떠났다. 예정대로 간벌이 이뤄지면 내년에 돌아올 백로는 새로운 번식지를 찾아 떠나야 한다.
서원대로 이사 온 백로들
청주시는 지난해 9월 2일 청주남중 인근 잠두봉에서 백로가 둥지를 튼 소나무 123그루를 베어내는 간벌을 했다. 간벌은 벌목처럼 나무를 모두 베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나무만 솎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잠두봉에 있던 백로 떼가 서원대 여학생 기숙사 인근 야산에 자리 잡으면서 또 다시 골머리를 앓았다.
청주남중 인근의 잠두봉에는 2012년부터 백로가 둥지를 틀었다. 암수 한 쌍이 처음 둥지를 틀었는데 개체 수가 3년 만에 1,000여 마리까지 급격히 늘어났다.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기 전에는 사진작가들에게 명소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급격한 개체 수 증가로 인해 깃털과 먼지가 급식소에 날아들거나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의 사체로 인한 악취,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 문제가 극심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간벌을 선택한 것이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에서 백로 새끼의 안전을 우려했지만, 다행히 백로가 모두 떠난 후 간벌을 해 걱정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원대 또한 같은 방법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3월 초에는 서원대에 약 10마리 정도의 백로가 서식했지만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 약 1,000여 마리가 둥지를 틀고 집단 서식했다. 이 과정에서 서원대 또한 청주남중의 경우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여학생 기숙사 주변에 있는 야산에 백로 떼가 둥지를 틀면서,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올해 여름 내내 극심한 악취와 소음에 시달렸다.
기자는 지난 31일 서원대 여학생 기숙사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원대 이지연(국어교육과·16) 학생은 “백로 울음소리와 배설물로 인한 악취로 여름 내내 힘들었다”며 “백로 번식지가 없어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더 이상 이 상태로 버틸 수 없기 때문에 번식지 간벌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간벌에 동의한다고 답한 서원대 오슬기(금융보험학과·14) 학생은 “비가 오면 악취가 더 심해져 헛구역질이 날 정도”라며 “백로 털로 인한 호흡기 건강문제로 기숙사를 나간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새끼 사채가 길거리에서 발견되기도 했으며 배설물이 주변 나무를 뒤덮어 미관상은 물론 악취로 인해 불쾌감을 주기도 했다.
기자가 여학생 기숙사와 예술관 건물에 있는 나무를 살펴본 결과, 배설물 때문에 광합성을 하지 못해 색이 변한 나무가 여럿 보였다. 이에 서원대에서는 지속적으로 청주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임시방편으로 야산과 인접한 기숙사 건물 뒤편에 망을 설치하고 악취를 해결하기 위한 약을 뿌리기도 했다. 기숙사 내부를 살펴본 결과, 설치된 초록색 망으로 인해 창문 밖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창문이 망에 막혀 바깥으로 손조차 뻗을 수 없었다. 기숙사 식당에서 근무하는 양정란 영양사는 “방충망에 백로 털이 껴서 혹여라도 불결한 위생 때문에 학생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됐다”고 말했다. 결국 서원대도 백로문제 해결방법으로 간벌을 택했다. 서원대 측에서 간벌을 신청하고 허가가 나면 올해 안에 간벌을 할 예정이다.
이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1일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오경석 사무처장은 “간벌이 답이 될 수 없다”며 “나무를 베지 않고 방음벽 설치, 소독 등의 방법으로 백로 번식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고통을 감수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백로와 최대한 상생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청주시 환경정책과 담당자는 “지속적인 조사가 이뤄졌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지만 간벌 외에는 답이 없었다”며 “주거 환경을 최대한 보호하고 백로와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현재로써는 간벌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왜 도심 속에 둥지 틀까?
우리나라에서 백로는 논이나 하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흔하다. 종마다 그 시기는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 백로는 주로 4월경에 번식지를 마련한다. 여름에 한창 알을 부화시키고 새끼를 키우고 9월 초부터 말까지 동남아시아로 떠난다. 이러한 백로가 왜 인간들이 밀집해 있는 도심에 번식지를 마련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까. 이에 대해 공주대 생명과학과 조삼래 교수는 “공원과 숲이 잘 조성된 도심은 백로에게 최적의 번식지”라고 말한다. 도심은 매나 독수리 등 맹금류와 뱀 같은 천적이 없고, 밀렵꾼도 걱정할게 없으니 안심하고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로류는 주로 습지나 물가에서 어류, 양서류, 파충류 등을 먹고 산다. 백로는 이러한 먹이를 사냥할 수 있는 곳 인근에 있는 소나무, 황칠나무 등 상록 교목이 발달한 고립된 동산 모양의 야산을 번식지로 택한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서식하는 백로류는 대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등인데 모두 선호하는 번식지가 같다. 도심 속에 이 같은 백로의 생태적 특성을 충족시킬 야산이 있으면 백로의 집단 번식지가 되는 것이다.
최근 도심 속 백로의 집단 번식지가 급증하면서 전국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국립환경과학원의 ‘한국의 백로의 왜가리’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백로 번식지의 수는 총 148개다. 번식지에 있는 둥지의 수를 합치면 3만 5,512개다. 이 중 18개 번식지와 5,080개 둥지가 충청권에 있다. 청주와 가까운 대전도 백로 집단 번식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4년 대전시는 서구에 위치한 남선공원에 있는 나무 500그루를 벌목해 백로들을 쫓아냈다. 지난해에도 서구 내동중 인근 야산을 벌목하는 방법으로 백로를 쫓아냈다. 올해 대전에 돌아온 백로들은 현재 중소 규모로 대전 지역 곳곳에 번식지를 마련했다.
벌목, 초가삼간 태워 빈대 잡기
백로 번식지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는 벌목을 해결방법으로 내세웠다. 조삼래 교수는 이에 대해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벌목은 해결방법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말이다. 청주시의 경우 간벌을 택했지만 이 또한 나무를 베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전은 벌목을 통해 서구 남선공원과 내동중학교에 있던 백로의 집단 번식지를 제거했고, 또 다시 찾아올 백로가 새로운 번식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월평공원을 잠재번식지로 선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월 월평공원에 백로와 둥지 모형을 설치하고 백로 울음소리를 재현하는 음향시설을 설치했다. 또한 환경과 공무원들은 수시로 지역에 출몰하는 백로의 현황을 점검하고 이동 경로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잠재번식지에는 백로가 찾아오지 않았다. 조삼래 교수는 이에 대해 “백로의 생태적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4월경 둥지를 튼 백로 떼는 크게 2개 무리로 파악됐으며,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 인근과 서구 기성동에 각각 15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월평공원에 마련된 잠재번식지에는 백로가 1마리도 둥지를 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잠재번식지 마련 방법은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인간과 백로가 모두 피해를 보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조삼래 교수는 이에 대해 “반려 동물이 배설물을 배출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적통계연보>의 2012년에서 2016년까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최근 10년간 사라진 임야와 논의 면적은 1,382㎢에 달한다. 이는 서울특별시 면적의 2.28배에 달한다. 조삼래 교수는 “어떻게 보면 인간이 백로의 서식지를 빼앗은 것”이라며 “인간이 어느 정도 감수해야할 문제”라고 전했다.
최송희 기자
shinypin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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