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광화문에는 국민 100만여 명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쳤다. 집회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연령층이 참가했다. 참가한 이들은 학생, 직장인, 유명 연예인 등 다양했다.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고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몇몇 참가자들이 전경의 방패를 뺏거나 경찰 버스를 발로 차는 등의 폭력적인 행위를 하기는 했지만, 절대 다수의 참가자들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해 집회는 무사히 끝났다. 이번 집회는 도심에서 열린 단일 집회 가운데 역대 최대 인원이 모였다고 알려져 있다. 오는 26일 또 한번의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가운데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들까지 합류할 것으로 예상돼 집회 참여인원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된다.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와 절망이 소용돌이치는 시국에 우리 학교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생각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지금 우리 학교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설문조사를 해보았다. 설문조사는 우리 학교 학생 173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번 달 14일에서 17일까지 4일간 이뤄졌다. 질문은 총 6가지로 구성했다.
먼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알고 있다’라는 항목에 ‘예’라고 답한 학생은 164명(94.3%), ‘알고는 있지만 관심은 없다’라고 답한 학생은 9명(5.1%)이다. 마지막으로 ‘아니오’라고 답한 학생은 1명(0.6%)이다. ‘아니오’라고 답하면 나머지 질문에 대해 답하지 않아도 된다.
그 다음은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으로 4가지 항목으로 구성했다. 먼저 ‘이화여대 정유라 특혜 의혹 보도’라고 답한 학생이 73명(42.2%),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비리 보도’라고 답한 학생은 26명(15.0%), ‘JTBC 뉴스룸 보도’가 54명(31.2%),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라고 답한 학생은 20명(11.6%)이다.
세 번째는 ‘응답자가 이번 사건을 접하고 있는 주된 매체’를 묻는 질문으로 ‘TV 혹은 라디오 보도’라고 답한 학생이 75명(43.4%)으로 가장 많았다. ‘신문, 잡지 등의 기사를 통해’라고 답한 학생은 42명(24.3%), ‘SNS,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라고 답한 학생은 38명(21.9%)이다. 그 밖에 ‘팟캐스트 시사 프로그램, 뉴스타파 등 인터넷 독립언론을 통해’라고 답한 학생은 12명(6.9%), ‘주변 지인들을 통해’라고 답한 학생은 6명(3.5%)이다.
네 번째는 ‘이번 사태의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이 져야하는가’를 묻는 질문으로 ‘예’라고 답한 학생은 156명(90.2%)으로 가장 많았고, ‘아니오’라고 답한 학생은 7명(4.0%)이다. 마지막으로 ‘잘 모르겠다’라고 답한 학생은 10명(5.8%)이다.
다섯 번째는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해야하는가’를 묻는 질문으로 ‘예’라고 답한 학생은 145명(83.8%)으로 가장 많았고, ‘아니오’라고 답한 학생은 10명(5.8%), ‘잘 모르겠다’라고 답한 학생은 18명(10.4%)이다. 이 질문에 대해 ‘예’라고 답한 토목공학부의 한 학생은 “대통령으로 인해 나라가 망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다음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아니오’라고 답한 이민섭(정치외교학과·14) 학생은 “대통령을 지금 하야시키면 정치 상황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임기가 끝나고 나서 강도 높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최윤상(국어국문학과·13) 학생은 “오히려 대통령의 자질 부족이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총 7가지 항목으로 이뤄졌다. 그 중 ‘대통령의 전반적인 자질 부족’이라고 답한 학생이 62명(35.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상적인 정치.행정 시스템이 한 민간인에 의해 무력화된 점’이라고 답한 학생은 47명(27.2%)으로 그 뒤를 이었고, ‘특정인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모른척한 정치인과 언론들’이라고 답한 학생은 26명(15.1%)이다. 그 밖에 ‘대통령 측근에 있는 사람들의 개인 비리’, ‘권력과 돈에 의해 붕괴된 경쟁의 공정성’에 답한 학생이 각각 12명(6.9%)으로 같은 응답률을 보였다. 또한 ‘정경유착을 통해 유지되는 재벌’에 답한 학생은 2명으로 가장 적었고, ‘기타’에 답변한 학생은 12명(6.9%)이다. 기타 의견으로는 ‘정치인이나 언론인이 오랫동안 부정부패를 묵인한 점’, ‘박근혜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기성세대들이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점’, ‘막대한 대통령의 권력’ , ‘전체적인 사회 구조 시스템의 노후화’등이 있었다.
문제의식에 비해 적극적 행동 아쉬워
우리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통해 여느 국민들과 같이 분노를 느끼고 있었고,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정유라 사건 때부터 관심을 가졌다는 의견이 가장 많은 것으로 볼 때,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점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그러나 걱정되는 점은, 우리 학교 학생들이 이번 사건을 접하는 매체가 주로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 기존의 언론매체라는 것이다. 최근 기존 언론들은 사실상 권력과 유착 관계를 가지고 있어 공정한 보도와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언론은 입법, 사법, 행정을 견제하는 역할로 공정한 보도를 통해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문제이므로 학생들은 기존 언론을 대할 때 객관적인 시각으로 정보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번 사건을 심도 있게 바라보는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한 익명의 전문가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시각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단순히 주변의 이야기나 매체를 통해 이번 사건을 판단하기보다 정치, 경제, 국제적인 식견을 쌓아 우리나라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이 일어나게 된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무엇인가?’하는 고민부터 ‘대통령이 하야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까?’하는 진지한 고민까지 해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기자가 설문조사를 하면서 학생들과 인터뷰를 시도해본 결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고자 하는 학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문제는 느끼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가 해결하겠지’ 하는 마음이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 씁쓸했다.
청년이 움직이는 힘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청년이 사회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 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연호 교수는 “꽤 오랜 기간 독재 정권의 지배를 겪고, 그러한 체제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아직도 상당한 기득권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사건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개인에 대한 이익보다 공공성을 생각한 지식인과 대학생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학교 사학과 윤진 교수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화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분노라는 것이 안 좋은 감정이기도 하지만 필요하기도 하다”며 “화내고 분노하고 할 줄 아는 대학생이 시대를 통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표현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무례한 방법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라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또한 “특히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걱정되는 것은 자신들의 학생으로서의 권리를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그 권리에 무관심한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최송희 기자
shinypin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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