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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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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윤정
한국사 교과서, 기자가 직접 해부하다
제 914 호    발행일 : 2016.12.05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라는 문장을 본다면 어떻게 읽겠는가? 아마 같은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2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역사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해석을 하나로 통일하려 한다. 교육부는 지난 10월 25일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공개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국정교과서 검토본을 공개했다. 검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의 개념을 잠깐 되짚어 보자면, 검정 역사교과서는 민간기업이 집필진을 구성해 출판한 것을 교육부가 심의를 거쳐 통과시킨 것이다. 이와 달리 국정교과서는 국가에서 집필진을 구성해 심의를 거쳐 발행된 것이다.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교과서 검토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논란의 대상이 된 내용을 중심으로 검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 검토본을 직접 비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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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수립은 언제

  한국사 국정교과서 논란이 시작됐을 때 가장 쟁점이 됐던 것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수립 시점’이다. 즉, 대한민국이 언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검정교과서에서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국정교과서 검토본에서는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기됐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은 미묘한 단어차이 같지만 엄연히 다른 뜻이다.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수립됐다고 봐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국정교과서 검토본에 적고 있다.
  이와 달리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대한민국이 1919년 4월 13일에 수립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날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 발표된 날이다. 3.1운동을 전후해서 우리나라 임시정부는 국내·외에 7개가 존재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흩어져 있던 각 임시정부들이 상해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통합됐다.
  그런데 왜 ‘임시’라는 단어가 붙게 됐을까? 1919년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였기 때문에 정식정부를 형성하는 것이 불가능 했다. 그래서 ‘임시’라는 말을 붙였고, 광복 후에 공식적인 정부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비록 임시정부였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됨으로써 대한민국이 1919년에 수립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948년 7월 17일, 제헌국회는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헌법을 제정.공포했다. 헌법전문에는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명시됐다.

박정희 대통령, 공과 실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 군사정변을 통해 권력을 탈취해 제5대부터 제9대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한 인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이룬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쿠데타를 통한 집권, 유신체제로 우리나라 민주주의 훼손, 인권 탄압 등의 과오도 분명한 인물이다. 그러나 국정교과서 검토본에는 이러한 사실이 미화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박근혜 현 대통령의 아버지로 국정교과서에 어떻게 기재될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었다. 현장검토본이 발표되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국정교과서 검토본에는 ‘Ⅶ2.2-1.박정희 정부의 출범과 경제 개발 계획의 추진’이라는 제목의 소단원이 편성됐다. 기존의 검정교과서에서는 특정 정부를 소단원으로 편성하지 않았다. 박정희 정부를 포함 해 역대 정부는 모두 ‘자유민주주의의 발전’과 ‘경제발전과 사회변화’라는 제목의 중단원에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탱크와 군인들의 모습이 담긴 5.16 군사정변 관련 사진이 국정교과서 검토본에서는 사라졌다. 박정희 정부의 부정적인 모습 대신 경제발전을 통해 변화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 실렸다.
  우리 학교 최성희(정치외교학과·14) 학생은 “사람은 누구나 공과 과가 있기에 양 측면을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며 “공과 과에 따른 판단은 국민 스스로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우리의 적인가?

  비록 ‘북한’이라고 칭하지만 한반도에 속한 이들은 우리 ‘남한’과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래서 그들은 증오와 격멸의 대상이 아니라 언젠가는 같은 민족으로서 함께 살아가야할 사람들이다. 그런데 검토본은 북한의 인권 상황, 군사 도발, 핵 개발 등 북한 정권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집중 부각돼 있어 학생들에게 증오심을 주입할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정교과서 검토본 286쪽에 보면 북한의 군사도발을 소주제로 구성해 서술하는 등 기존에 1~4줄로 설명됐던 부분이 확대됐다. 북한의 사상에 관해서도 ‘북한은 이러한 분야별 자주 노선 주장을 1960년대 후반부터 주체사상으로 집대성 하면서 김일성 독재를 이념적으로 정당화 하였다’고 독재를 위한 수단임을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서술은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 학교 권진협(사회학과·13) 학생은 “북한에 대한 강요된 가치를 심어주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우리 스스로가 정해야 하는데 특정 가치가 개입된 역사 교육은 이를 방해하는 행위로, 미래세대가 자유로운 사고를 하지 못하게 하고,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윤정 기자
joo@cbnu.ac.kr



역사 서술, 그 의의는?


Q.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대한민국 수립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 11일(4월 13일은 공포일)인데,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의 수립으로 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죠.
  그 이유로는 첫 번째, 분단시대의 정통성문제에요. 앞으로 통일이 된다면 분단시대의 정통성을 따지게 될 거예요. 그런데 만약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에 수립됐다고 한다면 같은 해 9월 9일 정권을 수립한 북한은 우리가 먼저 분단정부를 수립했다고 주장해요. 즉, 분단의 책임이 우리나라에게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따라서 1919년 4월 11일에 대한민국이 수립됐다는 것이 분단시대에서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에요.
  두 번째, 1910년부터 1948년까지의 우리나라 역사가 없어지는 거죠. 1948년부터 대한민국 수립이라 본다면 1910년부터 1945년까지는 일본 역사로, 1945년부터 1948년까지는 미국 역사라고 보는 거죠. 비록 우리나라가  식민 지배를 받고, 미군정 하에 있었지만 그 역사의 주인공은 우리에요. 때문에 치열하게 일제와 항쟁도 했고, 통일국가 수립을 위해 애를 쓴 거죠.
  세 번째, 역사에 과오를 저지른 세력들이 모두 역사의 면제를 받게 되요. 이들은 1948년 8월 15일 이후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그전에 저질렀던 일들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해요.
  이처럼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것은 엄청난 역사 인식의 차이죠.

Q. ‘북한’이라는 단어가 맞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정확한 명칭이 아닌 건가요?

  ‘북쪽에 있는 한국’이란 단어기 때문에 틀린 단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을 부수적인 존재로 여기고, 마치 지구상에 존재하면 안 되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잘못된 거죠. 이는 우리나라 헌법가치를 부정하는 것이에요.
  현재 우리나라와 북한이 대치하고 있고, 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교육에 있어 그들을 증오하고 저주하는 것을 가르쳐서는 안돼요. 이것은 통일에 도움 되지 않을뿐더러 올바른 역사인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2000년도에 평양에 갔다 온 후, 느낀 것은 북한과 남한의 역사 공감대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부터 빨리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그 예로 단재 신채호 선생을 들 수 있어요. 그는 남.북이 공통으로 존경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북한이 단재 신채호 선생과 관련된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어요. 이런 인물을 남.북 학자들이 같이 조명함으로써 학문의 벽을 허물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국정교과서 검토본이 동해와 독도 문제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는 긍정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개인적으로 순수하거나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아요. 그러한 내용은 한국사 국정교과서에 대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고, 민족주의 애국심을 자극해 미화시킨 부분 등을 무마하려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현재 국정교과서 검토본이 그대로 사용 될 경우 동북공정 문제와 관련된 중국, 독도에 예민한 일본 등이 분명 정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거에요. 정부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책을 갖고 있는지 걱정이에요.
  기존보다 우리 영토임을 더욱 강조한다고 해서 우리의 것으로 오는 것도 아니고, 국외관계를 자극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독도와 같은 경우 우리나라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가만히 있어도 뺏기지는 않아요.
  검정체제와 국정체제에서 각각 우리의 것임을 주장하는 것은 달라요. 왜냐하면 검정체제에서의 서술은 출판사 차원으로 주장한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국정체제에서의 서술은 곧 국가의 입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현재 정부는 굉장히 미숙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봐요, 좀 더 현명하고 전략적인 대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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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정 기자
joo@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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