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사용할 수밖에 없는 공중화장실이 범죄의 공간이 되고 있다는 것은 여러 매체의 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17일 새벽에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강남역 살인 사건이 벌어졌고, 지난 9월 22일 서울대 연구동 안에서는 성폭행 미수 사건이 있었다. 두 사건 모두 공중화장실에서 벌어진 사건이며, 특히 강남역 살인 사건은 남녀공용화장실에서 일어났다. 이 사건들이 언론에서 보도된 후 큰 파장이 있었으며, 공중화장실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됐다. 지금도 우리 주변의 공중화장실에서는 살인, 강도, 성폭행 및 추행, 몰래카메라와 같은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 주변 공중화장실은 안전한지 알아보기 위해 취재해봤다.
여성 대상 범죄 위험성, 공중화장실에서 더 높아
최근 경찰청이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전국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설치한 5만 여 개의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는 총 1,795건에 이른다. 이 중에서도 살인, 강도, 강제추행 등 강력범죄가 25.7%(462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는 일반 상가 등 민간 차원에서 설치.운영 중인 공중화장실을 제외한 수치다 보니 실제 범죄 발생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반 상가처럼 개인 소유 건물의 화장실은 대부분 남녀공용이고, 분리가 돼 있더라도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의 출입구가 같아 범죄 위험성이 더 높다.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장석헌 교수는 “이러한 화장실 구조는 여성 대상 범죄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품 갈취를 목적으로 하는 강도나 데이트 폭력이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성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 지난 5월 17일 강남역 살인 사건도 남녀공용인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했다. 범인은 화장실 안에서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남녀공용화장실이 범죄의 원인이 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사건 이후 많은 여성이 남녀공용화장실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김희진(소비자학과·13) 학생은 “남녀공용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불안했는데, 강남역 살인 사건 소식을 접하면서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또, 노민지(영어영문학과·13) 학생은 “식당이나 술집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을 먼저 신경 쓰게 된다”며 “남녀공용화장실이 아닌 분리된 화장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은 현재로써는 마땅치 않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7조(공중화장실 등의 설치기준)를 보면 ‘공중화장실 등은 남녀 화장실을 구분하여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이 법률은 2006년도에 제정됐기 때문에 그 이전 건물에 대해서는 강제력이 없다. 또한 현행법상 3,000㎡ 이상의 업무 시설이나 2,000㎡ 규모의 상가 건물에는 남녀 화장실을 구분해야 하지만, 개인 소유의 소규모 건물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남녀화장실 분리
그렇다면 우리 학교 주변 공중화장실은 범죄에서 안전할까? 기자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 학교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중문에 위치한 건물들의 공중화장실을 점검해봤다. 기자는 모두 10곳을 점검했는데, 그 중 9곳이 남녀공용화장실이었고, 남녀화장실이 따로 분리된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오채영(경영학부·14) 학생은 “중문에서 식당이나 술집을 갈 때 남녀공용화장실이면 꺼려지고, 화장실에 들어갈 때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기자가 점검해 본 남녀공용화장실은 대부분 칸막이 안에 설치된 변기 한두 개와 남자 소변기를 함께 설치해놓았다. 칸막이가 있긴 했지만 그 높이가 낮은 곳도 있었으며, 잠금 장치가 망가진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불편한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CCTV가 설치된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박영주(고고미술사학과·16) 학생은 “칸막이에서 나오는 순간 남자가 볼일을 보고 있을 때 정말 민망하다”며 “화장실에 들어가서 볼일을 볼 때 누군가 들어오기 전 빨리 나가야 한다는 불안감이 생긴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은 남성에게도 당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학교 신민복(소비자학과·13) 학생은 “중문에 있는 건물 화장실 중에 화장실 입구의 잠금장치가 미흡한 곳을 여럿 봤다”며 “남자 소변기는 대부분 화장실 입구 쪽에 있어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렇듯 많은 학생이 남녀공용화장실을 사용할 때 망설이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장석헌 교수는 “남녀공용화장실의 범죄 위험성 노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분리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층과 2층에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을 각각 설치하거나 한 층의 양 끝에 각각 설치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문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남녀공용화장실 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임대료를 내고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이 언제까지 장사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남녀공용화장실을 분리시키는 공사를 섣불리 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본인 소유의 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건물주의 동의가 없으면 화장실을 고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남녀공용화장실을 분리하는 것이 맞지만, 당장 실천하기에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석헌 교수는 “분리가 어렵다면 CCTV나 비상벨 설치 등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비상벨 설치로 대책 마련
지난 9월 22일 발생한 서울대 화장실 성폭행 미수 사건은 비상벨의 필요성을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서울대 자연과학대 한 연구동 화장실에서 60대 남성이 20대 연구원 A씨를 위협해 성폭행하려다 미수로 그친 사건이다. 사건이 미수로 그칠 수 있었던 것은 여자 화장실에 설치된 비상벨 덕분이었다.
이처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잇달아 일어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는 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공중화장실 비상벨 설치 조례를 명문화하고 있는데, 남부지역 21개 지자체 가운데 과천시가 지난해 12월 10일 처음으로 공중화장실 조례를 개정했고, 이후 광주시, 화성시, 수원시, 부천시 등도 조례 개정작업을 마쳤다. 청주시는 공중화장실 33곳에 비상벨을 설치했으며 내년에는 33곳에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청주시에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솔밭공원, 율봉공원, 무심천 체육공원, 명암저수지 등으로 주로 공원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이다. 또한 우리 학교 중문 거리에 위치한 주피터공원 공중화장실에서도 비상벨이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설치된 비상벨은 ‘이상음원감지 사물인터넷 비상벨’로 비명이나 구타로 인한 소음 등이 감지되면 경보음과 경광등을 작동시킨다. 이를 통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동시에 112종합상황실과 CCTV통합관제센터에 경보를 보낼 수 있다. 비상벨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충북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 권소현 경장은 “112종합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되면 가까운 지구대 파출소에서 출동하는 시스템”이라며 “현재 운영 초창기라 접수된 신고는 없지만, 혹시나 장난으로 허위 신고가 접수되면 인력이나 시간이 낭비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송희 기자
shinypin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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