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3일부터 모든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이 의무적으로 붙었다. 실제 흡연으로 인해 각종 질병을 얻은 사람들의 사진이 경고 그림으로 실렸다. 실제 금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혐오감을 줘 금연 효과를 얻겠다는 의도다. 금연을 위한 정책은 이뿐만 아니라 금연 구역의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청주시의 경우 모든 버스정류장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 설치된 금연 표지판을 기준으로 10m이내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고, 적발 시 5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청주시만 해도 지정된 금연 구역이 2만 2,053곳에 이르지만 흡연자를 위한 흡연구역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담뱃값이 오르면서 걷히는 세수는 늘어가는 데 흡연권은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흡연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담배로 거둔 세금, 흡연자 권리 보장에는 소극적
정부가 금연 정책의 일환으로 담배 가격을 올리면서 거둔 세수는 지난해에만 12조원이 넘을 것으로 잠정집계 됐다. 그 전 해인 2015년에 비해 약 2조 원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하지만 담배로 거둬간 세금만큼 흡연자와 서민들을 위한 정책과 예산사용이 없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하고 흡연을 방지하기 위해 담배에 담배소비세, 교육세, 건강증진기금,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담뱃값의 74%가 세금이다. 이중 건강증진기금은 지난 2014년부터 당시 담배가격의 20%인 840원 정도가 부과 됐고, 이로 인해 그해 추가로 거둬들인 세수가 3조 원에 육박했다. 한편,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난 세수의 65%는 건강보험 지원에, 10%는 보건산업 육성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흡연자의 세금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으면서도 흡연권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은 편성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복지부의 ‘2015 건강증진기금’ 사업구성을 살펴보면 순수하게 국가 금연지원서비스 사업에 쓰이는 예산은 1,475억 원에 불과하다. 그 중 흡연자 건강보호, 흡연 장소 환경 개선에 대한 예산과 저소득층 흡연 관련 질환에 대한 의료비 지원에는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다. 실제 세금을 내는 이들에게는 전혀 혜택이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한 흡연자들의 불만은 높아져만 간다.
엄태경(청주시 흥덕구·49) 씨는 담뱃값이 오른 것에 대해 “세금을 걷어가기 위한 꼼수 같다”며 “지금 시행하고 있는 경고 그림 의무화는 무의미하고 인상된 세금만큼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금연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연 정책은 늘어나고 흡연자에 대한 대책은 부족해
정부는 2015년부터 대대적인 금연 정책을 실시한다는 명목으로 담뱃값을 2,000원 올렸고, 지난해 12월부터는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의무화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 판매량이 약 3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미미했다. 그리고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시행한 금연 정책이지만 별 효과는 보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닐슨코리아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판매된 담배의 개수는 약 667억 개비였지만, 2016년에는 약 729억 개비가 판매되며 다시 담배 판매량이 증가했다. 담배 판매량으로 봤을 때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금연효과는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금연 정책만 내세우며 흡연자들의 흡연권은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의 경우 금연 구역은 24만 곳에 이르지만 흡연 구역은 38곳뿐이다. 청주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강호성(청주시 서원구·25) 씨는 “담배로 거둬들이는 세수에 비해 흡연자를 위한 시설투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흡연자에 대한 전적인 지원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흡연자들의 흡연권 정도는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연 구역 확대와 더불어 흡연 공간도 마련돼야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땅히 담배 필 곳을 찾지 못한 흡연자들은 이 곳 저 곳을 옮겨 다니며 담배를 필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 ‘흡연난민’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흡연난민’은 흡연 인구는 줄지 않고, 금연 구역만 넓어지면서 흡연 장소를 찾기 힘든 현실을 반영한 말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마땅한 흡연 공간을 찾지 못해 길거리 흡연을 하거나 이면도로에서 담배를 피는 ‘흡연 난민’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 같은 흡연 난민이 계속해서 생겨나다보면 피해는 고스란히 비흡연자에게 갈 수 밖에 없다.
배소연(청주시 흥덕구·22) 씨는 “밖에 외출할 때면 길을 걸으며 담배를 피는 사람들 때문에 간접흡연을 해야 하는 경우를 하루 한번 이상은 꼭 겪게 된다”며 “그럴 때마다 담배 피는 사람이 지나 갈 때까지 숨을 참고 걸어가야 해서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꽁초를 아무 데나 던지는 흡연자 때문에 화상을 입을 뻔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흡연부스 설치로 ‘분리형’ 금연 정책 실시해야
결과적으로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권리를 동시에 보장해 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 학교 사회학과 허석렬 교수는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권리가 동시에 보장돼야 하는 것은 맞다”며 “다만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흡연권이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선진국의 경우 ‘분리형’ 금연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분리형’ 금연 정책이란 담배를 끊게 할 수 없다면 거리 곳곳에 ‘흡연부스’를 설치해 흡연자의 흡연권을 보장해주면서 비흡연자들을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정책이다. 흡연부스를 통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권리를 동시에 보장해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청주시에는 청주시청, 충북도청, 충북도교육청, 예술의 전당에 흡연부스가 설치돼 있고, 그 밖에 유동인구가 많은 시외버스터미널에도 흡연부스가 마련돼 있다.
지난 5일 오후 3시부터 기자는 흡연부스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청주시 가경동에 위치한 시외버스터미널 흡연부스에 가봤다. 먼저 흡연부스 안을 살펴보니 담배 연기가 가득했다. 개방형 흡연부스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다보니 담배연기를 환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폈는지 10분도 안 돼 담배꽁초가 재떨이에 수북하게 쌓였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흡연을 하고 있었지만, 흡연부스는 단 1곳밖에 없었다. 게다가 터미널의 특성상 짐이 많은 여행객, 특히 캐리어를 가지고 다니는 여행객은 이 협소한 흡연부스를 이용하는 데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런데 흡연부스 주변에서 취재를 하며 특이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흡연부스가 분명 있는데도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흡연부스 주위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한 20대 남성은 “흡연부스와 금연 구역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구분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흡연자는 “답답하고 옷에 냄새가 배는 것이 싫어서 흡연부스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흡연부스와 가까운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태운 흡연자들은 대부분 흡연부스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답답해서’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렇게 되면 비흡연자와 흡연자의 권리를 모두 보호할 수 있도록 마련한 흡연부스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최다정(세종시 어진동·21) 씨는 “기분이 좋다가도 흡연부스 주위를 지나가면서 짧은 순간에 담배 연기를 맡게 되면 기분이 상한다”며 “흡연부스가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석렬 교수는 “흡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흡연부스에서 담배를 피는 것 자체가 차별받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다고 한다”며 “이런 흡연자들의 불만을 해소하면서 비흡연자와 흡연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면 쾌적한 흡연부스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송희 기자
shinypine@cbnu.ac.kr








최송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