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됐다. 이에 따라 올해 12월 예정이던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5월 9일로 앞당겨졌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가결이 있기 전후로 차기 대권주자들의 대선 행보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현행 만 19세인 우리나라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전에도 이러한 주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수의 정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주요 대선 주자들이 만 18세 선거권 공약을 내세우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점차 젊어진 선거연령
현 우리나라 공직선거법 제15조(선거권)에 의하면 만 19세 이상의 국민은 유권자가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헌헌법에서는 선거가능 연령을 만 21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처음 선거가 시작된 1948년 제헌국회의원선거부터 1958년 제4대 국회의원선거 때까지는 만 21세 이상만 선거를 할 수 있었다. 이후 제2공화국을 연 1960년 6월 15일 제3차 개헌에서 선거연령은 만 20세 이상으로 조정됐고, 이는 제3.4공화국을 거쳐 제5공화국 헌법까지 이어졌다. 1987년 재정된 현 제6공화국 헌법에서는 선거연령을 각 개별 선거법에서 정하도록 개정했지만, 선거연령은 여전히 만 20세 이상으로 유지됐다. 이후 2005년 6월 30일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만 19세 이상으로 선거연령을 조정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선거연령은 최초 만 21세에서 만 20세로, 다시 만 19세로 점차 낮아져 왔다. 그리고 지금, 다시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전 세계 234개국 중 선거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나라는 총 216개국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선거권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 정태일 교수는 “선거연령은 그 나라의 정치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에 일어난 4.19혁명, 2004년부터 시작된 청소년 단체들의 선거연령 낮추기 운동 등이 정치.사회적으로 반영되면서 선거연령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성세대들의 눈에 비친 청소년
하지만, 선거연령 만 18세 하향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반대하는 이들은 대부분 ‘만 18세는 미성숙하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는다. 현재 우리나라 민법상 만 18세는 독자적으로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나이로 행위무능력자인 미성년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장우영 교수는 “청소년들이 미성숙하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다”며 “아래 연령이 위 연령보다 미성숙하다는 것은 누구나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만 18세와 만 19세를 비교해 미성숙하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합당한 비교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만 18세와 다른 나라의 만 18세를 비교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청소년의 분별력을 문제 삼는 지적도 있다. 오늘날 청소년은 활발한 SNS 활동을 통해 정치와 관련된 시사 문제들을 접하고 있고, 또 이를 활용해 정치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SNS의 정보를 분석이나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조은호(구미시 고아읍·19) 학생은 “청소년은 SNS나 다른 매체의 정치적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휩쓸리기 쉽다”며 “이 때문에 선거권을 갖더라도 제대로 된 투표를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주입식 교육의 영향으로 능동적인 정치적 판단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1월 2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치적 쏠림과 이념 편중이 비교적 심한 국내 정치 현실을 고려하면 학교와 교실이 정치장화, 선거장화가 될 것’이라며 ‘대다수의 만 18세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제도나 장치가 부족해 정치적 기본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청주 청소년활동진흥센터 강경구 센터장은 “선거와 정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수업과 연계해 기본적인 교육을 하거나 체험활동 시간을 통해 올바르게 이해시킨다면 학교가 정치장화, 선거장화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금 아닌 ‘18금’의 정치를 외치다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을 찬성하는 이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선거연령 현황을 근거로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만 18세로의 선거연령 하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총 35개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회원국이 선거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만 18세가 되면 운전면허, 병역, 납세, 결혼 등의 의무와 권리들을 이행할 수 있는데 유독 선거 참여만 제한받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이들은 선거 참여권만 제한하는 것은 의무에 걸맞는 권리를 주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우리 학교 강호성(정치외교학과·16) 학생은 “아무리 만 18세부터 병역, 납세 등의 의무와 권리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실제 이행하는 나이는 보통 만 19세 이상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론을 제시했다.
또한,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불의에 항거해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에 적극적이었던 청소년들을 들어 찬성의견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도 청소년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정태일 교수는 “이번 촛불집회에서 청소년들은 성숙된 정치 참여를 통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며 “만 18세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은 이미 정치적 자의식이 형성된 청소년들에게 국가의 미래를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을 부여하는 것인 동시에, 세계적 추세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장우영 교수는 “청소년들이 집회를 통해서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집회나 시위 보다는 선거를 통해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런 논란에 대해 당사자인 만 18세 즉, 고등학교 3학년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3년째 증평군 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운영위원회 임원으로 활동 중인 주윤지(증평군 증평읍·19) 학생은 “어른들은 고3인 우리에게는 정치도 모르는데 왜 끼어들려 하냐고 말하면서, 한 살 위인 대학생들에게는 정치에 관심 좀 갖고, 꼭 투표하라고 독려한다”며 “만 18세와 만 19세의 차이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살 더 먹는다고 해서 지식이 많아지고, 식견이 넓어지는 것도 아닌데 한 살 더 어리다고 우리를 무시하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된 편견”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주의의 상징, 선거권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주권은 바로 선거를 통해 행사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 개개인의 생각과 가치는 선거를 통해 정치에 투영되고 통합돼 국가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들의 자질은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근간이 된다. 정태일 교수는 유권자의 자질에 대해 “민주시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는 자질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청소년기부터 정치문제에 대한 토론과 논의에 스스로 참여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기르고, 이견에 대한 조율과 협의 과정을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민주시민의 자질을 키워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시민의 자질을 키우는 방법으로 장우영 교수는 시민교육을 강조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사회교과목을 입시교과목으로만 여기고 있어 시민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시민교육은 청소년 스스로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고, 표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선거 방식, 각 정당과 후보별 공약 등 현실적인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정치적 사고력과 실천력을 키워주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을 기준으로 만 17세인 국민은 62만여 명, 만 18세인 국민은 64만여 명이다. 현재 만 18세 선거권 논란은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시작됐고, 자신들의 득실에 따라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이 때문에 만 18세 선거연령에 대해 논의하기 전,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급선무일 것으로 판단된다.
주윤정 기자
joo@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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