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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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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송희
페미니즘=여성우월주의?
제 917 호    발행일 :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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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페미니즘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여성만을 위하는 것’ 혹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강조하고 있지 않다. 지난 13일 경향신문이 기획한 세계 여성 지성과의 대화에서 세계적인 진보적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레베카 솔닛은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남성도 함께 우리의 몸은 우리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며, 모두 동등하게 대우받고, 동등한 사회 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라고 말했다.


메갈리아와 미러링

  지난 2015년 5월 말부터 우리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MERS) 사태’와 함께 급부상한 단어가 있다. 바로 ‘메갈리아’다. 메갈리아는 노르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가 쓴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에 ‘메르스 갤러리’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이갈리아의 딸들’은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 체계가 완전히 뒤바뀐 ‘이갈리아’라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하는데, 남녀의 역할이 뒤집힌 설정을 통해 가부장적 사회의 모순을 드러낸다.
  메갈리아의 탄생은 ‘메르스 갤러리’로부터 시작된다. 정부가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에 대한 단속을 선포함과 동시에 디시인사이드에 ‘메르스 갤러리’가 생겼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한 남성이 주로 남성 아이돌 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디시인사이드 모 ‘여초’ 갤러리A에 연애상담 글을 올렸다. 이 남성은 본인을 월수입 350만 원의 34세 과장이라고 소개했고, ‘20세 신입 여직원이 마음에 든다며 고백을 하려고 하는데 어떨 것 같으냐’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남성의 글에는 험한 악성 댓글들이 폭탄처럼 쏟아졌고, ‘강된장남’이라는 별명만 얻은 채 갤러리를 떠났다. 이 여초 갤러들은 14세나 많은 직장상사의 고백에 부담을 느껴 회사를 나가게 될지도 모르는 20세 여직원에 대한 강한 연민을 분노로 바꿔 메르스 갤러리에 있는 ‘김치남’들을 저격했다. 메르스 갤러리에서는 폭발적인 설전으로 며칠간 수백개의 페이지가 생성됐다. 이에 디시인사이드는 갤러리 이용에 제한을 뒀고, 메르스 갤러리, ‘동남아갤’ 등을 떠돌던 갤러리A의 갤러들은 ‘메갈리아’라는 사이트에 자리를 잡았다. 메갈리아에서는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던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미러링’으로 되갚아줬다. ‘미러링’이란 거울처럼 상대방의 언행을 똑같이 따라해 비추는 방식이며, 흔히 패러디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메갈리아와 그들의 ‘미러링’에 대해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박정미 교수는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폭력적인 언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똑같은 폭력적 언사를 여성이 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메갈리아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우리나라 사회의 태도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미러링이 남성이 여성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을 비웃고 다시 생각하게 하는 데에는 성공적이지만 이를 대중들이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높아진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

  메갈리아 논란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 잠잠해질 때쯤 ‘강남역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17일 새벽에 발생한 살인사건이다. 범인은 30대 남성으로, 남녀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칼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범행 동기였다. 범인은 ‘죽은 여성과는 알지 못하는 사이이고,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에 강남역 살인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는 시각들이 생겨났다. 강남역 살인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강남역 10번 출구 입구에 붙여진 수 만장의 포스트잇 중에서 ‘같은 여자이지만,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글도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우리나라 여성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연말 결산 내용에 따르면, 페미니즘 관련 도서의 판매량이 132.6% 증가했다. 또한 20대 여성의 구매 비중이 2015년 10.7%에서 2016년 26.0%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박정미 교수는 이에 대해 “강남역 살인 사건은 그 대상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여성혐오 범죄라고 할 수 있다”며 “사건 이후 페미니즘이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여성혐오’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찾는 동시에, 그동안 겪었던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0명 중 104명 ‘모르겠다’고 답해

  기자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13일에서 15일까지 3일 동안 우리 학교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페미니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 결과 ‘긍정적’이라고 답한 학생은 78명(39%), ‘부정적’이라고 답한 학생은 18명(9%)이었던 반면, ‘모르겠다’고 답한 학생이 104명(52%)으로 제일 많았다.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한 익명의 한 학생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사소한 차별조차 여성혐오라고 주장하는 것이 지나쳐보인다”며 “오히려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지나친 페미니즘은 역차별이다’,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메갈’ 같아서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반대로 페미니즘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대답한 김예지(국제경영학과·12) 학생은 “예전부터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페미니즘 교육이 젠더 의식을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현재 우리 학교 ‘INTERVIEW’라는 강연 및 토론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올해 페미니즘을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리 학교 학생 52%가 페미니즘을 모르겠다고 답한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오해를 하거나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정의는 페미니스트들에 따라 다양하다. 하지만 그러한 정의들이 지향하는 것은 한 방향이다. 성차별에 대응하고 억압 없는 사회를 만드는 운동 혹은 이념이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 운동은 184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됐으며, 크게 1차, 2차, 3차 여성주의운동으로 나눌 수 있다. 1차, 2차 여성주의운동은 여성의 참정권 획득과 여성을 고려한 법 제정 등을 이끌어 냈다. 1990년대 후반에 등장한 3차 여성주의운동은 여성들 간에 존재하는 인종, 계급, 외모,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는 동시에 남성들과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시도함으로써 여성운동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의 페미니즘 운동은 대략 삼십여 년 전부터 시작된 포스트페미니즘이다. 온라인과 대중문화를 바탕으로 시작된 포스트페미니즘의 주요한 논의는 페미니즘을 넘어서자는 것이다. 미국의 여성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섹스의 구분마저도 사회적으로 규정된 것”이라며 “섹슈얼리티로서의 성 역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포스트페미니즘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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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을 넘어 차별 없는 세상으로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루트거스 광장에서 열린 여성 의류 노동자들의 시위를 그 기원으로 한다. 당시 1만 5,000여 명의 의류업계 여성 노동자들은 루트거스 광장에 모여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그리고 선거권과 참정권을 부르짖었다. 당시 미국의 의류 업계에 종사하던 여성 노동자들은 하루 12~14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며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받았다.
  박정미 교수는 “역사적으로 보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여성에게 선거권과 참정권을 주지 않는 나라가 많았다”며 “지금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선거권과 참정권을 행사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여성들의 목숨을 건 투쟁의 결과”라고 말했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유리천장지수’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이 된 29개 OECD 가입국 중 29위다. 이는 종교적 이유로 여성차별이 심한 터키(28위)보다도 뒤진 순위이다. 유리천장지수는 직장 내 남여의 임금 격차, 고등 교육 참여율, 여성 국회의원과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 등을 종합해 점수화한 지수로 남녀 성 평등의 지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유리천장 지수 순위를 볼 때, 우리나라 사회에서 여성이 영향력 있는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 있다.
  여성과 남성을 떠나 차별 받는 이가 없는 세상이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꿈꾸는 세상이다. 양성평등을 넘어 어떤 이에게도 차별과 억압이 가해지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원한다면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선입견을 벗고 포용적 자세로 페미니즘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최송희 기자
shinypin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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