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상시험 알바’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임상시험에 참여한 성인은 약 2만 2,000여 명에 이른다. 임상시험 참가자는 단기간에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까지의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만 가지고 임상시험에 참여했다가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임상시험 시장에서 3.2%의 점유율로 8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임상시험 참여자들의 권리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임상시험 제대로 알고 있니?
임상시험 참여자가 증가하는 만큼 임상시험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막상 임상시험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자가 임상시험에 대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스티커 설문조사를 실시하던 중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상시험’에 대한 개념을 잘 알지 못했다. 학생들은 간혹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즉, 생동성시험)과 헷갈리기도 했으며, 약물 임상시험이라는 말을 해야 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란 복제 약이 본래 약과 동일한 효능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시험을 말한다. 이와 달리 임상시험이란 제약사가 신약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이다. 특정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제의 임상적 효과와 부작용을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임상시험을 통해 의약품이 출시되기까지 총 4개의 단계를 거치는데, 그 중 1단계에서 후보 의약품 또는 백신에 대해 특정 환자와 소수의 건강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실시된다.
임상시험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지원방법은 모집공고를 본 후 전화, 인터넷 접수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어 간단하고, 자격요건은 각 임상시험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신청접수 후 신체검사 등을 거쳐 선발한다.
우리 학교 임상시험 참여도
신약 출시 전 테스트와 관련된 임상시험 모집공고가 우리 학교에는 얼마나 퍼져있을까. 우리 학교 홈페이지와 학교 주변을 둘러본 결과 지난해 올라온 1개의 게시물만 있었을 뿐,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 학생들은 얼마나 임상시험에 참여해 봤을까? 기자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우리 학교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스티커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96%(192명)가 ‘참여해보지 않았다’고 답했고, 4%(8명)만이 임상시험에 ‘참여해봤다’고 답해 임상시험에 참가해 본 우리 학교 학생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스티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 중에는 앞으로 참여해볼 의향이 있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김충민(식품생명공학과.13) 학생은 “친구가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에 임상시험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며 “임상시험을 통해 좋은 약이 출시되길 바라며 기회가 된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충민 학생처럼 임상시험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은 많았다. 설문 결과 50.5%(101명)가 임상시험을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49.5%(99명)는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임상시험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최기헌(환경공학과.12) 학생은 “과거 마루타 시험처럼 아예 검증되지 않은 약을 강제로 사람들에게 투약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부작용의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신약 개발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임상시험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된다면 임상시험은 신약개발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본다’, ‘보상을 받기 위한 스스로의 선택이기 때문에 win-win인 것 같다’, ‘피시험자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인류 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므로 긍정적이다’, ‘약을 사용하기 위해선 어쨌든 부작용 확인을 해야 한다’ 등의 이유로 임상시험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반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홍지혜(정치외교학과.16) 학생은 “임상시험이 부작용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검증되지 않은 약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며 “자본에 의해 사람이 수단화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임상시험으로부터 얻는 이익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전했다. 임상시험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학생의 대부분은 홍지혜 학생처럼 임상시험의 윤리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것만이라도 알고 시험에 참여하자
임상시험에 사용되는 의약품은 비임상시험(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을 통과한 약품에 한해서만 진행된다. 그러나 부작용이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안전성을 100%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의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 현황을 보면 2013년 608건, 2014년 653건, 2015년 674건, 2016년 628건으로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에 발생한 ‘중대이상약물 반응 보고’를 보면 2013년 147건, 2014년 227건, 2015년 238건, 2016년 317건으로 매년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중대이상약물반응이란 임상시험에 참가한 피시험자가 입원, 기형, 심하면 사망까지 이른 경우를 말한다.
보통 피시험자는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 실제 예측 가능한 부작용의 경우에는 모니터링을 통해 입증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피시험자 본인만이 느끼는 불편함이 있을 경우에는 피시험자가 시험으로 인한 부작용임을 스스로 입증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일반인에게는 부작용 입증 절차가 복잡하고 여러 단계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만일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어떤 절차로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이경민 간사는 파이낸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피시험자가 병원의 임상시험 및 생동성 시험에 참여할 때 중간업체를 거치는 경우가 많아 부작용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부작용에 대해서도 계약서상에 자세하게 나와 있지 않아 지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상시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인류의 병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을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임상시험 참여자들은 경제적 이유로 쉽게 참여를 결정한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대비 없이 돈에 의해 사람이 도구화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주윤정 기자
joo@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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