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우리나라에서는 이례적으로 ‘장미대선’을 치렀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은 보다 민주적인 대한민국의 정치 개혁을 염원하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인수위원회를 생략하고 약식으로 취임식을 진행했으며 파격적인 인재 등용을 하는 등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비교적 개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1만 명에게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면서 ‘비정규직 zero’시대를 천명하기도 했다. 새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시작으로 임기 내 민간 부문 비정규직 감축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민간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의 양극화를 유발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비정규직 현황은 어떠한지, 또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봤다.
임금근로자 중 절반 가까운 비정규직
비정규직은 기간제 같은 한시적 근로자와 파트타임 등 시간제 근로자, 그리고 파견·용역 등의 노동형태를 통칭하는 용어다. 그러나 이밖에도 계약직, 사내 하청, 위탁 계약 등의 다양한 형태로 비정규직 일자리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종사자 수는 얼마나 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이하 부가조사)’를 참고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노동계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국책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에서는 부가조사를 분석해 매년 두 차례씩 자료집을 발간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부가조사를 분석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형태의 범위와 유형을 둘러싸고 노동계, 경영계, 그리고 정부 간의 이견이 적지 않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부가조사 통계는 지난해 8월에 실시된 것인데,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규모를 2015년보다 7만 명 늘어난 870만 명, 비율은 44.7%에서 44.3%로 0.4%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그러나 국책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비정규직 규모를 644만 명, 비율을 32.5%에서 32.8%로 0.3%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같은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내용이 다른 이유는 그 기준에 있다. 노동계는 임시직이나 일용직을 정규직으로 보지 않는 반면, 정부는 임시일용직 중에서 200만 명 이상을 정규직을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더라도 비정규직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8월 기준으로 비정규직 비율은 2014년 32.4%, 2015년 32.5%, 2016년 32.8%로 최근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통계청 부가조사가 갖는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을 일컫는 특수고용 근로자의 규모가 실제보다 매우 작게 추정된다는 것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특수고용 근로자는 정부 용역보고서를 보더라도 115만 명, 국가인권위원회.한국비정규노동센터(2016)의 조사에 의하면 2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통계청 부가조사에 의하면 특수고용 근로자의 수가 지난해 8월 기준 50만 명 미만이며 규모와 비율 역시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수고용 근로자의 상당수가 부가조사에서는 정규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이러한 한계를 지적하면서 부가조사 자료 자체의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의 실제 비정규직 규모는 동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또한 정확한 현실 파악과 대책 마련을 위해 비정규직 조사 방식이 전면적으로 개선돼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저임금, 쉬운 해고, 차별
그렇다면 비정규직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우리 학교 경제학과 류기철 교수는 “비정규직의 가장 큰 문제는 적은 보수, 불안정한 고용과 쉬운 해고에 있다”며 “열심히 일을 해도 소득이 충분치 못하고, 언제 해고될지 몰라 일을 하면서도 불안하니 불투명한 미래로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노동조건, 사회보험, 기업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2015년 8월을 기준으로 지난 3개월간의 월 평균임금을 보면 정규직 297만 원, 비정규직 148만 원이었다. 1년 후인 2016년 8월에는 정규직 306만 원, 비정규직 151만 원으로 각각 9만 원(3.0%)과 3만 원(2.0%)이 인상돼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49.3%에서 49.8%로 0.5% 확대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격차뿐만 아니라 성별, 고용형태별로 나타나는 임금격차도 매우 컸다.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여자의 월 평균임금(176만 원)은 남자(285만 원)의 61.7%였다. 남자 정규직 임금(344만 원)을 100이라 할 때 남자 비정규직(183만 원)은 53.1%, 여자 정규직(239만 원)은 69.4%, 여자 비정규직(123만 원)은 35.8%의 수치를 보였다. 이는 남녀 차별보다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 더 심하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나아가 남녀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 비정규직 여성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U의 ‘LoWER(Low Wage Employment Research Network, 저임금고용연구네트워크)’는 ‘임금근로자 중위임금의 2/3 미만’을 저임금 계층, ‘중위임금 2/3 이상 3/2 미만’을 중간임금 계층, ‘중위임금 3/2 이상’을 고임금 계층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2016년 8월 기준 우리나라의 중위임금 시급은 10,788원으로 2/3인 ‘시간당 임금 7,192원 미만’이 저임금 계층으로 분류된다. 동 자료에 의하면, 전체 근로자 1,963만 명 가운데 443만 명(22.6%)이 저임금계층이고, 정규직은 1,089만 명 중 65만 명(6%), 비정규직은 874만 명 중 378만 명(43.4%)이 저임금 계층이다. 정규직은 16명 중 1명, 비정규직은 2명 중 1명이 저임금 계층인 것이다. 월 임금총액 기준으로 중위임금(200만 원)의 2/3인 133만 원 미만을 저임금 계층으로 분류하면, 전체 근로자 1,963만 명 가운데 468만 명(23.8%)이 저임금계층으로 분류된다.
또한 노동시간을 보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탈법적인 장시간 노동 비중은 비정규직(12.9%)이 정규직(7.7%)보다 많았고, 주 36시간미만 단시간 노동도 비정규직(29.9%)이 정규직(0.2%)보다 많았다.
이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상해.실업.사망 등의 각종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인 사회보험 가입과 노동조건 적용에서도 정규직과 큰 차이를 보였다. 정규직은 사회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가입률이 85~99%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32~40%밖에 되지 않았다. 노동조건도 정규직은 퇴직금.상여금.시간외수당.유급휴가를 69~100% 적용받고 있지만, 비정규직은 불과 20~37%만 적용받고 있었다.
규제 완화로 양산되는 비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는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던 단어다.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해고된 근로자들은 도소매업, 음식, 숙박업 등 영세자영업자로 유입되거나 일용직, 파트타임, 기간제 근로 등 열악한 조건의 일자리라도 수용해야 했다. 이렇게 시작된 비정규직은 미국에서 시작된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확산됐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비정규직 숫자는 크게 늘어났다. 두 정부는 기업의 자유로운 이윤추구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며,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했다. 즉, 기업의 이윤 증대가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투자 확대가 고용을 창출하면 근로자들의 소득도 함께 증대된다는 논리였다.
류기철 교수는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것으로 근로자에 대한 보호 장치와 노동시장 규제 등을 완화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진전시켰다”며 “이를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대공황을 계기로 자유방임주의가 수정되고, 정부는 통화, 재정, 복지정책 등을 통해 시장에 적극 개입을 했었다”며 “그러나 세계화로 인해 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고, 기업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인건비 절감의 한 방안으로 노동의 비정규직화, 즉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의되고 있던 대책부터 제대로 실행돼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 12일 공항을 방문해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 및 협력업체 직원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 정일영 사장은 비정규직 및 협력업체 직원 1만 명 전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공사 측에서 내놓은 해결책은 연봉을 낮춘 ‘질 낮은 정규직’ 전환이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려는 대통령의 적극적인 행보와는 달리 기업에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대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일시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년유니온 김영민 정책팀장은 “일단 기존에 논의되고 있는 비정규직 대책이 현장에서 잘 실행돼야 한다”며 “현재 비정규직 보호법에는 사용기간 제한에 관한 내용만 있을 뿐, 사용사유 제한에 대한 내용이 없는데,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통해 입구 규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문제 시정까지 논의가 진행돼야 하고, 실업급여를 비롯한 고용안전망 강화와 같은 사회보장 확대로 비정규직들이 느끼는 고용불안을 덜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송희 기자
shinypine@cbnu.ac.kr








최송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