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현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일을 찾기 위해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또는 SNS를 통해 우리는 일을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해 맞춤형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대해 대가를 받는 사람을 ‘플랫폼 노동자’라고 한다. 현재 이들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저는 플랫폼 노동자입니다
플랫폼 노동이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탄생한 디지털 플랫폼(앱, SNS 등)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새로운 고용형태를 말한다. 그리고 이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일하는 사람을 ‘플랫폼 노동자’라고 한다. 이들은 앱이나 SNS상에서 고객이 어떤 서비스를 요구하면 이를 보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을 수행한다.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으로는 ▲배달대행 ▲대리운전 ▲심부름 ▲펫 시터 ▲도그 워커 등이 있다. 이외에도 플랫폼 노동에는 다양한 일이 포함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은 기존의 노동과 큰 차이는 없지만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일을 얻는다는 것이 다르다.
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손쉽게 일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공식적인 통계자료는 없지만 우리나라 노동계에서는 현재 플랫폼 노동자의 수를 약 5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지난 3월 발간한 <미래 연구 보고서>는 ‘2020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이슈’로 플랫폼 노동자 문제를 꼽았다. <미래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성원 연구원은 “물리적 공간을 가상의 공간으로 옮겨 놓는 디지털 기기의 발전으로 기업운영 비용이 절약되고, 이 때문에 향후 플랫폼 노동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그에 비해 이들을 지켜줄 노동법과 제도 등은 미비해 사회적 문제가 생기고 구성원 간 갈등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
플랫폼 노동자라는 명칭대로 이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고객에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대해 대가를 지불받는 노동자이다. 하지만 이들은 근로기준법이 정의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근로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서 고용자에게 고용된 취업자만 근로자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자로 포함되지 않는다. 플랫폼 노동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고용자에 의해 고용돼 있는 형태가 아니라, 개인이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서비스를 요구하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대가도 고객에게 직접 받기 때문이다. 즉 플랫폼 노동자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업무를 수주하기 때문에 인적종속성이 없어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플랫폼 노동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프리랜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노조 설립, 산업재해에 따른 보상 등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다쳐도 보상 받을 곳이 없는 이들
플랫폼 노동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산업재해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로자라면 업무 수행 중 입은 부상은 산업재해로 인정돼 고용자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이들을 고용한 고용자가 없기 때문에 업무 수행 중 부상을 당해도 보상을 받을 수 없고, 사비로 치료비를 충당해야 한다.
배달대행 일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 이홍석(청주시 서원구·25) 씨는 “배달 일을 하다 보면 위험한 상황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며 “사고가 나면 우리 스스로 치료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항상 ‘사고 나지 마라’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배달대행 일을 하다가 사고를 경험한 성민식(청주시 흥덕구·22) 씨는 “지난해 배달을 가다가 골목길에서 갑자기 나오는 차를 피하려다 전봇대를 받는 사고를 냈다”며 “사고로 다리가 부러져 수술을 받고 두 달간 입원을 했는데 병원비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이후 배달대행을 그만뒀다. 일을 얻기는 쉽지만 일을 하다 다칠 경우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문제는 배달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펫 시터로 플랫폼 노동을 경험한 적 있는 김혜정(구미시 신평1동·27) 씨는 “펫 시터로 일할 때 강아지에게 물린 적이 있다”며 “피가 많이 나 강아지 주인에게 치료비를 요구했지만, 되려 ‘우리 강아지가 물었다는 증거가 있냐?’며 치료비 지급을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장님이나 책임자 없이 혼자 대응해야 했기 때문에 결국은 포기하고 치료비를 사비로 부담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플랫폼 노동자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부상을 당할 경우 이에 대한 치료비는 온전히 그들의 몫이다. 이런 점 때문에 노동계에선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커져만 가는 정부의 고민
플랫폼 노동자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비슷한 이유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특수고용형태 근로 종사자(이하 특고)’이다. 이들은 흔히 프리랜서라고 불리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 캐디 등의 종사자를 말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근로자로도, 자영업자로도 분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어떤 법적 지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고의 근로자 인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요구는 20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현재 노동계는 특고와 함께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된 법·제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특고와 관련된 제도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등장으로 정부의 고민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그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언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문제는 노동계와 정부 모두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플랫폼 노동과 관련된 사항들이 명확하게 결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플랫폼은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과 서비스 공급자는 우리나라에 있는 경우에 발생한 분쟁이나 위법 행위는 어느 국가의 법을 적용해야 하는가?’, ‘플랫폼, 고객, 서비스 공급자에게 각기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하는가?’, ‘디지털 플랫폼의 법적지위는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등이다.
이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2018년 한국노총 공동 임단투 대응지침(이하 대응지침)’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대응지침에서 한국노총은 플랫폼 노동의 실태조사와 플랫폼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법·제도의 정비 계획과 플랫폼 업체의 노동권 준수 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등의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고용부의 우선순위는 특고와 관련된 법·제도 마련에 있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과 관련된 법·제도 마련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고용부도 플랫폼 노동에 대한 실태조사를 이르면 다음달 시행할 예정이며, 특고와 플랫폼 노동자가 가진 문제점이 비슷하기 때문에 특고 관련 법·제도가 마련된다면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된 법·제도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고용정보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플랫폼 노동자 문제가 이슈화될 것이라고 한 2020년까지 이제 2년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과 관련된 법·제도는커녕 특고와 관련된 법・제도도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플랫폼 노동자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이들과 관련된 문제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관련 법·제도 마련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김호식 기자
k1hs114@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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